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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by mubnoos 2021. 5. 10.

 

 

 

깊이에의 강요

 

  •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 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작품들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
  • 그다음 주 내내 그녀는 전혀 그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말없이 집 안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것은 깊은 바닷속에 사는 무지막지한 오징어처럼 나머지 모든 생각에 꼭 달라붙어 삼켜 버렸다.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 '그래 맞아, 나는 깊이가 없어!'
  • 그녀는 비트겐슈타인인가 하는 사람의 책을 받아 들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앞에서 불쑥 앞으로 나선 그녀는 물었다. "실례지만 이 그림에 깊이가 있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 그녀는 위기에 빠져 있어. 인간적 위기이거나 그녀의 천성이 예술적인 것 같아. 아니면 경제적 위기일수도 있어. 천 번째 경우라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고, 두 번째 경우는 그녀 자신이 극복할 문제야. 세 번째라면 우리가 그녀를 위한 모임을 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녀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일지도 몰라.
  • 돈이 떨어지자, 그녀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전부 구멍내고 갈기갈기 찢었다. 그러고는 텔레비전 방송탑으로 올라가 139미터 아래로 뛰어내렸다.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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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 / 파트리크 쥐스킨트

구경꾼들의 관심은 온통 도전자에게 쏠려 있다. 까만 머리에 파리한 얼굴, 상대를 깔보는 듯한 짙은 눈의 젊은이다. 남자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표정 변화도 없다. 이따금 불을 붙이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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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론 그는 다시 승리했다. 그리고 이 승리는 그의 생애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체스를 두는 동안 내내 자신을 부정하고 스스로를 낮추고 세상에서 가장 하찮은 풋내기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

 

 

 

 

 

장인 뮈사르의 유언

 

  • 뮈사르는 끊임없이 특이한 것을 발견하고자 열심이었으며, 이러한 생각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다..... 아주 기이하고 참혹한 병의 모습으로 죽음이 찾아와 그를 앗아 가지 않았더라며느 그 생각들은 결국 그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체계로, 즉 엉뚱한 것으로 압축되었을 것이다. -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
  • 그러나 우연이든 끊임없는 탐구의 결과이든 일단 그것에 이르는 길을 발견한 사람은, 휴식과 위로가 없어도, 아무도 고마워하는 사람이 없어도 그 길을 끝까지 가야 한다.
  • 무지는 수치가 아니며, 오히려 사람들 대부분은 행복으로 여긴다. 그리고 사실 이 세상에서 가장 유일한 행복은 그것뿐이다. 행복을 경솔하게 버리지 말라!
  • 세계는 무자비하게 닫히는 조개이다.
  • 모든 물질이 조개 성분으로 변해 버린 단계에 이미 도달했다.
  • 상상하는 것이거나 증명할 수 없는 일들을 주장하고 있다고 여기에서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에게 묻고 싶다. 해가 거듭될수록 네 몸이 화석처럼 굳어 가고 무감각해지며 육체와 영혼이 메말라 가는 것을 너 자신은 깨닫지 못하는가?
  • 우주의 조개화보다 한층 더 끔찍한 사실은 바로 우리의 육신이 끊임없이 조개 성분으로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붕괴는 아주 격력한 것이어서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다. 
  • 눈꺼품이 움직이지 않았기 떄문에 그분의 눈을 감겨 드리지 못했다. 주인의 손에서 펜을 빼내려고 하자, 왼손 집게손가락이 유리처럼 바스러졌다.

 

 

 

 

 

문학의 건망증

  • 질문이 무엇이었더라? 아 그렇지, 어떤 책이 내게 감명을 주고, 인상에 남아 마음 깊이 아로새겨지고, 송두리째 뒤흔들어 '인생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거나', '지금까지의 생활을 뒤바꾸어 놓았는가' 하는 것이었지.
  • 이런, '아주 훌륭하다!'라고 긁적거리기 위해 연필을 들이대자, 내가 쓰려는 말이 이미 거기에 적혀 있다. 그리고 기록해 두려고 생각한 요점 역시 앞서 글을 읽은 사람이 벌써 써놓았다. 그것은 내게 아주 친숙한 필체, 바로 내 자신의 필체였다. 앞서 책을 읽은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내가 오래전에 그 책을 읽었던 것이다. 
  • 너는 네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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