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파산/ 염상섭
정례 모친은 김옥임과 함께 일본에서 유학하고 온 신여성으로, 당시에는 상당한 지식층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자식들을 기르면서 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결국에는 빚 때문에 허덕이게 됩니다. 김옥임 여사에게 십만 원, 교장 영감에게 오만 원이 빚진 데다 이자가 겹쳐 빚은 날로 늘어만 갑니다. 집을 저당 잡힌 돈으로 국민학교와 여자 중학교 건너편에 문방구점을 차렸다가 자본이 모자라 김옥임에게 동업 조건으로, 교장에게는 빚으로 꾼 것이었지요. 김옥임은 또박또박 자기 몫의 이익금을 챙겨, 출자한 십만 원의 곱에 달하는 이십만 원의 이익을 보고도 그 채권을 교장에게 위임해 버립니다.
그런대로 재미를 보던 문방구점이 결국 김옥임의 손을 거쳐 교장의 딸내외에게 넘어가고 맙니다. 이 악랄한 여자 김옥임은 정례 모친과 어릴 때부터 친구로, 동경 유학 때에는 여성 운동에 앞장선 여자였으나, 친일파 도지사 영감의 후실이 되어 날뛰다가 몰락하여 사는 친구를 시기하게 된 것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김옥임과 돈 때문에 시비한 후 망신을 당하고 살림도 파산하자 정례 모친은 몸져눕게 됩니다. 남편은 고장 난 자동차를 김옥임에게 떠넘겨 골탕을 먹일 궁리를 하면서 앓아누운 아내를 위로합니다.
만세전/ 염상섭
동경 유학생인 이인화는 아내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귀국하게 됩니다. 동경에서 하관까지 기차를 타고 하관에서 다시 배를 갈아타는 동안, 이인화는 조선인을 무섭게 취조하는 일본인 형사들의 눈초리를 두려워합니다. 그는 배 안에서 목용탕으로 몸을 숨기지만, 목용탕에서 일본인들이 둘러앉아 조선인에 대해 경멸적으로 말하는 것을 듣자, 일본인에게 반항심과 적개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노동자를 모집하여 팔아넘기는 것이 돈벌이 중 으뜸이라는 일본인의 말을 듣는 순간, 이인화는 자신의 생활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와 불안에 사로잡힙니다.
부산에 도착했을 때, 이인화는 부산 거리에 일본인들이 많아진 것을 보고 놀라며, 조신이 일본인의 소굴이 된 것에 분개합니다. 김천에서 형님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아내의 병도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서울로 가는 야간열차에서 이인화는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통해 조선의 실정이 어둠에 쌓여 있음을 절감합니다. 일본 헌병에게 연행되는 젊은 조선 청년들의 모습과 가난에 찌든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이인화는 분노에 떨며 마음속으로 '모두가 무덤이다. 구더가기 끓는 공동 묘지다'라고 외쳐 댑니다.
이인화는 서울에 도착하여 가족을 만나지만, 아내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장사를 지내는 동안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장례가 끝난 후, 머리를 어지럽게 하는 암울한 현실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듯 다시 동경으로 떠납니다.
원고료 이백 원/김경애
나는 어느 날 여동생인 K에게서 인생 문제로 고민이 많다는 편지를 받고 답장을 합니다. 그리하여 여동생을 설득할 목적으로, 가난하게 살아온 어린 시절에 겪은 일들을 들려줍니다.
나는 최근 들어 신문사에서 거금의 원고로 이백 원을 받고 장편 소설을 연재하기로 했습니다. 원고료를 받은 후, 책을 못 사서 남에게 빌려 본 일, 종이와 붓이 없어 동무 것을 훔쳤다가 발각되어 벌을 선 일 등 어려웠던 과거를 회상합니다. 그러던 중 원고료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남편과 의논을 합니다. 남편은 친구들을 돕는 데 그 돈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남편의 말에 나는 서러웠던 과거의 생활에 잠겨 울고 맙니다.
결국 남편과 나는 돈의 용도를 놓고 부부 싸움을 합니다. 남편은 '나'가 현대 여성이 되려는 묙망에 금시계, 금반지 등 겉치레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고 질타하면서 집을 나가라고 합니다. 집을 나온 나는 만주 벌판에 서서 생각에 잠깁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고 조국의 현실과 동지를 생각하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갑니다. 남편은 이러한 '나'를 용서합니다. 나는 이러한 일련의 이야기를 여동생 K에게 들려준 후, 조선과 만주의 현실을 위해 '실천으로 참된 지식을 얻으라'라고 충고하며 편지을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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