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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이청준, 유년의 뜰/오정희, 우리들의 날개/전상국

by mubnoos 2024. 9. 13.

눈길/ 이청준

나는 휴식을 취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늙은 어머니가 있는 시골로 갑니다. 주벽이 심했던 형이 가산을 탕진하고 마침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나는 어머니와 형수, 조카들까지 책임져야 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나는 학창 시절부터 어머니에게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했고, 나 역시 어렵게 자수성가해야 했기 때문에 자식 노릇은 엄두도 못 냈습니다. 어머니는 이러한 나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한 어떠한 부탁도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마을에 지붕 개량 사업이 벌어지면서 어머니는 이번 기회에 집을 고쳐 짓고 지붕을 새로 얹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면서도 애써 이를 모른체 합니다. 오히려 어머니에게 빚 진 것이 없으니 자신이 할 일도 없다고 마음을 다집니다. 

 

이때 어머니 입에서 과거 이야기가 나옵니다. 나는 계속 과거 이야기를 피했지만 아내는 몹시 고집스럽고 끈질기게 예전 이야기를 묻습니다. 아내는 어머니에게 옛집을 팔게 된 사연, 형의 주벽으로 가산이 탕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에 찾아온 아들을 남의 집이 된 시골집에서 하룻밤 제워 보낼 때의 마음 등을 캐묻습니다. 어머니는 새벽녘 눈 쌓이 산길을 동행해 아들을 떠나보내고, 하얀 눈에 남아 있는 아들의 발자국마다 하염없이 눈물을 뿌리며 아들이 잘되기를 빌면서 홀로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나는 노모와 아내가 나누는 서글픈 옛이갸기를 들어며 한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고 눈물을 흘립니다. 

 

 

 

 

유년의 뜰/오정희

'나'는 할머니와 어머니, 두 오빠와 언니, 그리고 만날 아픈 어린 아가인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식구들은 나를 '노랑눈이'라고 부릅니다. 아버지는 징용되어 행방이 묘연한데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이따금 떠올리며 전쟁이 끝나면 아버지가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읍내 밥집에서 일을 하느라, 어둑해지면 화장을 하고 나가 밤늦게 들어옵니다.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우면 큰 오빠는 폭군처럼 행동했습니다. 그런 큰 오빠는 어머니에 대한 나쁜 소문을 듣고 어머니에게까지 대듭니다. 게다가 그는 동생들을 때리고 엄하게 단속했기 때문에 나는 큰오빠를 아주 두려워합니다. 

 

나와 가족은 전쟁 중에 이 마을로 피란와서 외눈박이 목수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습니다. 목수에게는 '부네'라는 뜰이 있는데, 바람이 나서 목수가 그녀를 방에 가두어 두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부네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맙니다. 

 

부네가 죽은 지 얼마 후에 부네의 동생인 서분이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미국인 집에서 식모로 일하고 있는 서분이는 그 미국인에게 말해서 오빠를 미국에 가게 해 주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오빠는 더욱더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합니다. 하지만 곧 연락을 주겠다던 서분이에게서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자 오빠는 영어 공부를 그만두었습니다. 

 

겨울이 다 갈 무렵 나의 식구들은 이웃 동네로 이사를 갑니다. 그 후 어머니가 읍내 정육점 사내와 정분이 났다는 소문이 동네에 퍼졌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저녁마다 읍내 밥집에 나갑니다. 전쟁이 끝난 늦여름의 어느 날, 나는 학교에서 교장실로 불려 가 아버지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교문께로 뛰어가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교장실에서 훔쳐 먹은 케이크를 서럽게 토해 냅니다. 

 

 

 

 

 

 

우리들의 날개/전상국

 

7대 독자인 '나(한호)'가 국민학교 이 학년 때 남동생 두호가 태어납니다. 할머니는 두호가 태어나자 누구보다도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두호가 세 살이 되던 해, 점을 보고 온 뒤 병석에 누운 할머니는 두호가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논밭을 팔아 서울로 올라가 트럭 운전을 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에게 무슨 사고라도 날까 불안해진 어머니는 용한 점쟁이들을 찾아다니며 액막이를 합니다. 하지만 두호는 어머니가 액막이를 할 때마다 훼방을 놓습니다. 그러면 어머니는 두호에게 매질을 합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두호가 기르던 고양이를 목매달아 액땜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어머니 몰래 고양이를 살려 줍니다. 몹시 화가 난 어머니는 이를 두호 짓으로 여겨 두호의 멱살을 잡았다가 뒤로 밀어 버리는 바람에 두호는 머리를 부딪쳤고, 다음 날 아버지는 트럭으로 사람을 치는 사고를 냅니다. 

 

아버지의 차에 치인 사람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판 뒤, 실의에 빠져 집 안에 숨어 사는 아버지를 대신해 먹고 살기 위해 행상을 다니던 어머니는 할머니가 예전에 찾아갔던 점쟁이를 만나 아버지와 두호 중 하나가 죽어야 액땜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후 어머니는 두호를 편애합니다. 어느 날, 두호의 불장난으로 집이 모두 타 버리고 아버지는 다시 교통사고를 내 유치장에 갇힙니다. 어머니가 안 계신 날, 나는 문득 두호가 걸신들린 듯 라면 먹는 모습을 보고 두려움을 느낍니다. 갑자기 두호가 무서워진 나는 두호를 어두운 산에 데리고 가서 그곳에 두호를 홀로 두고 오려고 하지만, 이내 다시 돌아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두호를 데리고 오면서 두호의 날개가 되어 줄 것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