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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박태원, 잔등/허준

by mubnoos 2024. 9. 13.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박태원

스물여섯 살인 구보는 직업이 없고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구보는 정오에 집을 나와 종로를 배회하다가 자신의 신체에 문제가 있는 것을 느끼고 불안해 합니다. 구보는 동대문행 전차 속에서 예전에 선을 본 여자를 발견합니다. 구보는 그 여자를 모른 체했지만, 그 여자가 내리자 후회하지요. 혼자 다방에서 차를 마시다 여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구보는 다시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성 역으로 갑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본래의 온정을 느낄 수 없는 차가운 눈길들에서 슬픔을 느끼고 맙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그곳에서 중학 동창을 만납니다. 그 동창은 중학 시절 열등생이었는데, 그와 동행한 예쁜 여자를 보고 물질에 약한 여자의 허영심에 대해 생각을 합니다. 

 

다시 다방에서 만난, 시인이며 사회부 기자인 친구를 만나 그가 돈 때문에 매일 살인 강도와 방화 범인의 기사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애달퍼하고, 즐겁게 차를 마시는 연인들을 바라보면서 질투와 고독을 느낍니다. 구보는 다방에서 나와 동경에서의 옛사랑을 추억하고, 그 여자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요. 또 전보를 배달하는 자전거를 보고, 친구에게 편지를 받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구보는 친구와 술을 마시며 세상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규정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일거리를 찾아 거리로 나온 소복한 여인을 보며 모든 일이 가난 때문에 생긴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벽 2시경 구보는 종로 네거리에서, 이제는 어머니를 위해 결혼도 하고 창작에 전념할 것을 다짐하면서 집으로 향합니다. 

 

 

 

 

 

 

 

 

 

 

잔등/허준

'나'는 해방의 감격도 없으며, 고통스러운 식민지 체험에 대한 푸념도, 그리고 새로운 각오나 희망도 없었습니다.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해방을 맞이하여 무감각하겍 무개화차에 올라탔고, 피난민 대열에 휩싸이지요. '나'는 장춘에서 청진까지 오는 열차를 타려다가 친구인 '방'과 헤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나'는 운 좋게도 청진으로 가는 트럭을 얻어 타게 되지요. 청진에 못 미쳐 작은 마을 어귀에서 트럭을 내린 '나'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앉아, 비로소 고통과 공포의 오랜 습성에서 아직도 해방의 뜻조차 제대로 되뇌지 못한 채 막연한 불안에 떨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문득 '조선이 그처럼 그리울 수 없는 나라'였음을 깨닫지요. 

 

'나'는 제방을 따라 내려가다가 삼지창을 들고 뱀장어를 잡는 한 소년을 발견합니다. 그 소년은 일본인들의 거동을 샅샅이 위원회에 고발하는 등 일본인에 대한 증오심을 대변해 주는 인물이지요. 

 

한편 '나'는 '방'을 만나려고 청진 역으로 왔는데, 이곳에서 국밥 장사를 하는 한 할머니를 만납니다. 이 할머니는 일제의 압정으로 아들을 잃었으나 아들과 함께 일본 통치의 비리를 폭로하다가 죽은 일본인을 생각하면서 패망항 일본인들의 거지 행색에 오히려 동정의 눈물을 흘리지요. '나'는 두 사람을 통해 해방의 격앙된 흥분 상태와 증오심을 확인하기도 하고, 패자에게 보내는 동정과 그 밑바닥의 더 큰 비애를 보기도 합니다. 다시 우연히 만난 '나'와 '방'은 군용 열차로 청진을 떠나지요. '나'의 머릿속에는 국밥 집 할머니의 전등, 뱀장어를 잡던 소년의 잔등이 흐린 불빛으로 새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