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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도, 역마, 까치 소리, 등신불 / 김동리, 유예/ 오상원

by mubnoos 2024. 9. 13.

 

 

무녀도 / 김동리

나는 할아버지로부터 벙어리 소녀와 그녀의 아버지가 남기고 간 무녀도란 그림의 내력을 듣게 됩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주에 여민촌 혹은 잡성촌이라 불리는 마을에 무당 모화와 그녀의 딸낭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화에게는 욱이라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욱이는 열다섯 살까지 절의 상좌 노릇을 하다가 평양으로 가서 이 장로로부터 현 목사를 소개받고 공부를 해 예수교도가 되지요. 이런 욱이가 몇 년 만에 모화를 찾아왔는데, 욱이는 모화의 굿을 못마땅해하고, 모화는 욱이의 얼굴이 창백한 것을 예수 귀신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들은 욱이가 밥을 먹기 전에 기도하는 것을 계기로 말다툼을 벌이게 되지요. 

이후 욱이는 밖으로 나가 교회 설립에 힘을 쓰는 한편, 이 장로와 현 목사에게 편지를 합니다. 며칠이 지나 욱이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모화는 아들 욱이가 몹쓸 잡귀에 걸렸다고 생각하여 욱이가 잠든 사이 성경책을 불태우고 귀신을 내쫓는 푸닥거리를 하지요. 이것을 본 욱이가 참다 못해 모화에게 달려들고, 둘이 몸싸움을 하던 중에 접시불이 봉창에 옮겨 붙게 됩니다. 욱이가 불을 끄려는 순간 모화는 욱이의 등을 칼로 찌르고 맙니다. 욱이의 상처는 날로 악화되어 결국 죽고 말지요. 정신 나감 사람처럼 지내던 모화는 낭이의 말문도 트이게 하고, 예기소에서 자살한 여자의 혼백을 위해 마지막 굿을 열지요. 모화는 그 여자의 혼백을 건지기 위해 밤중까지 굿을 하다가 스스로 물속에 잠겨 버리고 맙니다. 열흘쯤 지나 해물 가게를 하는 낭이의 아버지가 와서 낭이를 데리고 길을 떠납니다. 

 

 

 

 

역마 / 김동리

경상도와 전라도의 접경 지대에 화개 장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주막을 운영하며 사는 옥화는 젊은 남사당의 진양조 가락에 반해 딸을 갖게 된 할머니와 아들 성기와 함께 살고 있지요. 사주팔자에 의해 역마살이 끼면 집에 머물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옥화는 아들의 역마살을 없애기 위해서 성기를 쌍계사로 보내고 장날에만 집에 오게 합니다. 

 

어느 날, 체 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데리고 와 옥화의 주막에 맡기고 떠납니다. 한편 옥화는 성기가 중질을 못해 못다 푼 살을 책 장사를 통해서 풀어 보려고 장날에는 책 장사를 시킵니다. 그러던 중 성기와 계연은 사랑하게 되지요. 옥화는 계연을 성기와 가까이 두어 장차 둘을 결혼시켜 성기가 역마살을 극복하고 정착할 수 있게 하려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화는 계연의 왼쪽 귓바퀴 위에 난 사마귀를 발견하고 계연이 자신의 동생이 아닐까 의심합니다. 그리고 옥화가 명도를 찾아가 알아본 바로는 계연이 옥화의 이복동생이라는 것입니다. 

 

옥화는 체 장수 영감은 서른 여섯 해 전 남사당을 꾸며 와 이 화개 장터에서 하룻밤을 놀고 갔다는 자기 아버리라는 것과 계연의 왼쪽 귓바퀴 위의 사마귀로 보아 계연이 자기 동생임이 분명하다는 것을 성기에게 이야기 합니다. 그리하여 계연과 성기의 사랑은 천륜에 의해 운명적으로 좌절되고 말지요. 그 일이 있은 후 계연은 아버지인 체 장수를 따라 여수로 떠나고 성기는 중병을 앓습니다. 병이 낫자 성기는 운명에 순응하고, 역마살에 따라 엿판을 메고 화개 장터를 떠납니다. 

 

 

 

까치 소리 / 김동리

나는 서점에서 살인자의 수기란 부제가 붙어 있는 <나의 생명을 물려 다오>란 책을 구입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들을 전장에 보낸 어머니는 아들에게서 소식 오기를 간절하게 기다립니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기침은 점점 더 심해 가는데, 그 기침 소리가 날때마다 까치가 울지요. 

 

한편 나(봉수)는 정순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자해를 하고, 전장에서 제대하여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나'가 돌아왔을 때 정순은 '나'가 전사했다는 상호의 거짓말에 속아 결혼을 한 상태였지요. '나'는 정순의 오빠를 만나서 그 과정을 알려고 하지만 별 소득이 없습니다. '나'가 돌아온 것을 알고 피해 다니던 상호를 만나 정순을 직접 만나야겠다고 말하자, 상호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합니다. 정순이 친정 나들이를 하는 날 '나'는 정순을 만나 '나'의 목숨의 의미를 설명하며, 정순과의 재결합을 시도하지만 끝내 좌절하고, 분노를 느끼지요. 한편 '나'를 연모해 오던 상호의 동생 영숙은 '나'를 이해하고 위로하려고 자신의 몸을 허락합니다. 하지만 저녁 까치가 울 때 '나'는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면서 그녀의 목을 졸라 죽이고 말지요. 

 

 

 

등신불 / 김동리

'나'는 일제 강점기 때 학병으로 끌려가 남경에 있었지만 탈출을 결심합니다. 그래서 대학 선배 진기수 씨를 찾아가서 사정을 이야기하지만 그는 믿으려 하지 않지요. 이에 바른손 식지를 물어 살을 떼어 낸 다음, 부처님의 은혜에 귀의 하고자 한다는 혈서를 쓰자 마침내 그는 '나'를 받아들입니다. '나'는 정원사라는 절에 들어가 불도에 정진하던 중 고뇌와 슬픔으로 일그러져 있는 등신부을 보고 큰 충격을 받게 되지요. 그 등신불은 옛날 소신공양으로 성불한 '만적'이란 스님의 타다 굳어진 몸에 금을 씌운 것이었지요. 

 

만적은 당나라 때의 인물입니다. 그의 어머니는 재가를 했을데, 만적을 위하여 이복동생을 독살하려 했지요. 이를 안 만적은 큰 갈등에 빠지고, 결국 집을 나가 불가에 몸을 맡기고 맙니다. 수도 생활에 정진하던 만적이 스물세 살 나던 해에 우연히 문둥병을 앓고 있는 이북동생 '신'을 만나게 됩니다. 만적은 동생 '신'이 앓는 문둥병을 고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살라 부처님께 바칠 것을 결심합니다. 소신공양을 위해 그는 영검 많은 부처님이 되고, 많은 불도들이 모은 새전으로 마침내 지금의 금불이 만들어지게 되었지요. 

 

이런 이야기를 모두 들려준 원혜 대사는 '나'에게, 남경에서 진기수 씨에게 혈서를 바치느라 살을 물어뜯었던 오른손 식지를 들어 보라고 합니다. '나'는 왜 그 손가락을 들어 보라고 했는지 알 수 없었지요. 

 

 

 

 

 

유예/ 오상원

 

북으로 진격하며 몇 차례의 전투를 벌이면서 적의 배후 깊숙이 들어간 '나'의 부대는 본대와 연락이 끊어집니다. 눈 속에 쓰러진 부하들을 버려둔 채 여섯 명만이 눈을 헤치며 나아가지만, 마지막 전투에서 모두 전사하고 '나'만 살아남지요. 

 

'나'는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치면서 남쪽으로 걷다가 일주일째 되던 날 저녁 높고 가파른 고개를 넘었습니다. 인적 없이 황량한 마을, 그곳에는 인민군들이 한 청년을 죽음의 둑길로 내몰아 총을 겨누고 있었지요. 그것을 본 '나'는 인민군을 향해 총을 난사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인민군의 응수에 '나'는 의식을 잃고 말지요. 

 

그들에게 붙잡힌 '나'는 이후 몇 변의 심문이 있었고, 적의 회유에 비협조적이었던 까닭에 사형 집행 처분이 내려집니다 '나'는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자신의 삶을 끝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둑길을 걸어갑니다. 연발하는 총성이 들리고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졌다가 점점 어두워지자, '나' 자신은 모든 것이 끝났지만,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의식이 점점 흐려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