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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띠/조세희, 장마, 아홉 켤레의 구도로 남은 사내/ 윤홍길

by mubnoos 2024. 9. 13.

 

 

뫼비우스의 띠/조세희

고교 3학년 학생들에게 수학 교사가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뫼비우스의 띠'를 통해 두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굴뚝 청소를 한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수학 교사는 '굴뚝 청소를 같이한 뒤 얼굴이 새까맣게 된 아이와 깨끗한 아이 가운데 어느 쪽이 얼굴을 씻을 것인가?'라고 묻습니다. 학생들은 상식적으로 대답을 하지요. 그러나 수학 교사는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을 합니다. 그러고 나서 수학 교사는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칠판에 그리지요.

 

두 번째는 앉은 뱅이와 꼽추의 이야기입니다. 몸도 생활도 어려운 앉은뱅이와 꼽추의 집은 아파트 재개발 때문에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앉은뱅이와 꼽추는 돈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지요. 둘은 복수를 결심합니다. 휘발유를 담은 통도 준비하고 마음도 굳게 먹지요. 하지만 앉은뱅이는 적극적인 데 반해 꼽추는 겁을 냅니다. 앉은뱅이는 살이 피둥피둥 찐 부동산 업자를 만나서 집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부동산 업자의 거짓말에 화가 나고 납니다. 앉은뱅이는 꼽추에게 얻어맞고 묶이 사나이에게 돈과 서류를 받지요. 그러고는 사나이를 차에 태운 채 그름을 붓고 불을 지릅니다. 서로 같은 동기에서 복수를 했지만, 꼽추는 살인을 한 앉은뱅이를 두려워합니다. 앉은뱅이는 돈으로 강냉이 기계를 사서 새 생활을 꾸릴 계획을 세웁니다. 하지만 꼽추는 이에 반대하며 약장수를 따라갈 것을 결심합니다. 꼽추가 돌아가자 앉은뱅이는 눈물을 흘리지요. 

 

수학교사는 이런 '뫼비우스의 띠'의 많은 진리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교실을 나갑니다. 

 

 

장마/윤홍길

'나'에게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계시는데, '나'는 지금 두 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할머니의 아들인 삼촌은 빨치산이 되었고, 외할머니의 아들인 외삼촌은 국군 소위로 전쟁터에 나갔지요.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던 어느 날 밤, 외할머니는 국군 소위로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전사했다는 통지를 받습니다. 이후부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은 외할머니는 빨갱이는 다 죽으라고 저주를 퍼붓습니다. 하지만 빨치산에 아들을 내보낸 친할머니는 그 말을 듣고 화를 내며 외할머니와 대립하게 됩니다. 그것은 곧 빨치산에 나가 있는 자기 아들 보고 죽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형사의 꼬임에 빠져 친할머니의 아들이 집에 왔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그 때문에 아버지는 지서에 끌려가 혹독한 심문을 받고 돌아오게 되지요. 이후 '나'는 친할머니의 화를 사서 외할머니의 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 후 빨치산이 대부분 소탕되었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친할머니의 아들도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친할머니는 아무 일 없이 살아 돌아온다는 점쟁이의 말만 믿고 아들의 귀가를 기대합니다. 친할머니의 아들이 돌아온다는 날이 다가오자 친할머니는 아들 맞을 준비로 분주하고, 장마 중인데도 가족들 또한 정신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점쟁이가 말한 날이 되어도 친할머니의 아들은 결국 돌아오지 않습니다. 대신 어디에서 구렁이 한 마리가 집 안으로 들어왔지요. 친할머니는 아들이 구렁이가 되어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까무러치고 맙니다. 하지만 외할머니는 구렁이를 극진히 대접하여 돌려보냅니다. 이에 친할머니는 외할머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두 할머니는 화해하게 됩니다. 

 

 

 

 

아홉 켤레의 구도로 남은 사내/ 윤홍길

초등학교 교사인 '나'는 여려 해에 결친 셋방살이 끝에 약간 무리를 해서 집을 장만하고 방 한 칸을 세놓았는데, 한 가족이 그 방에 들어옵니다. 그 가족의 가장은 성남 지구 택지 개발이 시작될 때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철거민의 권리를 사서 들어왔으나, 당국의 불합리한 요구에 의해 꿈이 무산되자,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 투쟁위원회를 조직하고 이에 대항하게 됩니다. 그는 왜소한 체구의 평범한 소시민이었으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위를 주도하게 되고, 이에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했으며, 지금은 경찰의 사찰 대상으로 낙인 찍혀 있었습니다. 

 

그는 셋방살이를 시작한 수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궁핍한 생활을 합니다. 집주인인 '나'는 순박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그를 동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지요. 그런데 그의 아내가 출산에 임박하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수술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고 맙니다. '나'의 도움으로 그의 아내는 무산히 출산을 했으나, 그 사실을 모르는 그는 그날 밤 취중에 복면을 하고 내가 자고 있는 안방에 침입하고 말지요. 그러나 아무것도 훔치지 못한 그는 그날 이후로 행방불명이 됩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세를 준 문간방에 들어가 보았지요. 그 방 안에는 한 켤레가 빠진 아홉 켤레의 구두가 덩그러니 남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