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이기영
정초에 반개울 마을 앞에서 쥐불놀이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신난 돌쇠는 쥐불 싸움에 뛰어들지만, 시사하게 끝나고 맙니다. 먹고 사는 일이 힘들어서인지 쥐불놀이도 해마다 점점 시들해지지요. 돌쇠는 어수룩한 응삼이를 꾀어내어 노름판을 벌입니다. 결국 응삼이는 소 판 돈을 모두 돌쇠에게 잃고 말지요. 돌쇠는 노름에서 딴 돈으로 자기 가족의 양식을 마련하지만 돌쇠 아버지는 화를 냅니다.
한편 응삼이의 아내 이쁜이는 돌쇠를 좋아하지요. 그런데 돌쇠와 이쁜이가 가깝게 지내는 것을 시기만 면 서기 원준이는 돈을 잃은 응삼이를 동정하는 척하면서 이쁜이에게 흑심을 품고 접근합니다. 이쁜이는 남몰래 돌쇠를 만나 원준이를 주의하라 이르고, 돌쇠는 응삼이와 노름해 돈을 뺏은 것에 대해 사과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준이는 혼자 집을 보는 이쁜이에게 찾아가 추근대지요. 돌쇠와의 관계를 물어 협박까지 해 보지만, 오히려 이쁜이에게 봉변을 당하고 맙니다. 화가 난 원준이는 동네 어른들을 부추겨 마을 모임을 열고, 도박과 풍기 문란을 거론하며 돌쇠를 고발합니다. 하지만 돌쇠는 동경 육학생 정광조의 도움을 받아 자기 입장을 밝히고 위기를 넘기지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름을 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이쁜이를 상대로 욕심을 채우려 한 자는 바로 원준이라고 폭로합니다. 돌쇠는 이쁜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면서 유학생 정광조의 합리적인 판단과 도움에 감격하고 별세상을 꿈꿉니다.
날개 /이상
'나'는 아내와 함께 유곽과 같은 33번지 어떤 방에 세를 들어 살면서, 하루하루를 의욕도 없이 방 안에서 뒹굴며 살고 있습니다. '나'가 보기에 아내는 상당한 미인으로, '나'는 그러한 아내의 미모를 내심 사랑하고 있었지요. '나'는 아내가 외출하고 없을 때면 아내의 방에 들어가 화장품 냄새를 맡으며 아내의 체취를 맡기도 하고 돋보기로 불장난을 하기도 하면서 놀지요. 그런데 아내에게 손님이 올 때는 아내의 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윗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자지요. 손님이 가면 아내는 '나'에게 돈을 주는데, '나'는 돈을 쓸 줄 몰라 그 돈을 모아 놓습니다. 그러다가 그 돈을 아내에게 주고 처음으로 아내와 잠을 자게 됩니다. 그런 '나'에게 아내는 의외로 호의적으로 대합니다.
어느 날 '나'는 밖에 나갔다가 비를 맞아 앓아눕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아내는 '나'에게 약이라며 흰 알약을 먹이지요. '나'는 그 약이 아스피린인 줄 알았으나 아내의 방에서 최면약 아달린 갑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괴로워하며 밖에서 약을 먹고 쓰러집니다. 만 하루를 자고 깨어나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내의 매음 행위를 보게 되고 아내에게 폭행까지 당합니다. 그 자리를 뛰처나와 아내가 자신을 하루 종일 재우고 무슨 짓을 했는가를 고민하다가 미츠코시 백화점 옥상에 올라 26년간의 과거를 생각하지요. '나'는 정오의 사이렌이 울릴 때 현란한 거리의 풍경을 내려다보면서 '날개야 다시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 더 날아 보자꾸나'라고 외칩니다.
종생기/이상
'나'는 유서를 작성합니다. 13번째 유서지요. 그것이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이었습니다. '나'에게 속달 편지가 왔지요. 그 편지는 정희에게서 온 편지였습니다. 그 편지에는 영원히 '나' 하나만을 사랑하겠다는 정희의 사랑이 절절한 명문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나'는 그 편지를 받은 후, 개세의 경륜과 유서의 고민을 씻어 버리기 위해서, 한껏 멋을 내고 정희를 만날 약속 장소로 나갔지요. 하지만 정희는 전날 저녁에 S와 태서관 별장에서 만나는 등 딴 사내와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그런 속달 편지를 띄운 것이었습니다. 정희는 무서울 정도로 변신에 능한 여인이지요.
그러면서도 정희는 가상의 인물인 '이상 선생님'께 절절한 명문으로 가득찬 편지를 속달로 보내고, 또 '나'를 만났던 것입니다. 이 황홀한 전율을 즐기기 위해 정희는 무고한 이상 선생님을 징발했던 것이지요. '나'는 속고, 다시 속은 것입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혼돈되어 버렸지요. 그러나 정희는 S를 만나러 가 버렸고, 눈을 떴을 때 '나'는 혼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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