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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와 고양이/박경리, 유자소전/이문구,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조세희

by mubnoos 2024. 9. 13.

 

 

영주와 고양이/박경리

한국 전쟁 중에 영주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후 영주는 동생까지 잃었습니다. 항상 영주가 혼자 노는 모습이 안쓰러웠던 영주의 어머니 민혜는 영주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사 줍니다. 

 

민혜에게는 친한 친구인 정희가 있는데, 집에 쥐가 나온다며 영주의 고양이를 빌려갑니다. 어느 날, 영주를 데리고 정희네 집에 갔다 온 뒤 영주가 우는 것을 봅니다. 영주는 광수가 고양이를 괴롭혀서 마음이 안 좋았지만 광수가 아직 어려서 혼낼 수 없었다고 합니다. 민혜는 이런 영주의 태도에 대견함보다는 오히려 슬픈 마음이 듭니다. 민혜는 영주가 감정을 감추는 것을 보고는 어른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에 어느덧 자신의 불행이 영주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영주는 민혜가 영주에게 하듯이 고양이에게 밥을 먹이며 놉니다. 밥상이 물려진 뒤, 고양이가 상자 안으로 들어가자, 영주는 그것을 머리에 이고 찹살떡 장수의 목소리를 처량하게 흉내 냅니다. 이를 본 민혜는 영주의 뺨을 때리며 하필이며 찹살떡 장수냐고 야단을 치지만, 곧 후회합니다. 민혜는 자신이 늙었을 때 영주에게서 찹살떡 장수와 같이 슬픈 모습을 보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유자소전/이문구

유재필은 충남 보령 출신으로 '나'의 중학교 동창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남로당 출신으로 처형을 당했지만, 그는 아버지가 없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꿋꿋하게 생활합니다. 부끄러움을 잘 타던 나와는 달리 넉살이 좋았던 유재필은 초등학교 때부터 유명한 친구입니다.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맞추어 즉각 그 자리에서 결정하거나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유재필은, 중학교를 졸업한 후 확성기 배선을 한 덕에 선거 유세 때 자유당 말기 야당 위원장의 신임을 얻고 그의 밑에서 지내게 됩니다. 4.19 혁명 후 위원장이 국회 의원에 당선되자 그를 따라 서울로 올라온 유재필은 5.16 군사 정변 후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군에 입대합니다. 유재필은 입영 열차 안에서 우연히 사주 책을 주워 읽었는데, 그 덕분에 도사로 대접받으며 편안하게 군대 생활을 합니다. 

 

제대한 후 유재필은 군에서 배운 운전 기술이 인연이 되어 고향에서 택시를 운전합니다. 그러던 중 서울로 온 그는 뛰어난 운전 기술 덕분에 재벌 총수의 운전기사가 됩니다. 하지만 유재필은 재벌 총수의 위선적인 모습을 보고, 운전기사 노릇을 그만두고 싶어 합니다. 유재필은 이러한 자신의 심정을 10년도 넘은 뒤에 만난 무명작가인 나에게 토로합니다. 그즈음 유재필은 총수네 법당의 불상을 침을 묻혀 청소하다가 총수의 노여움을 사좌천되어 그룹의 교통사고 부서로 옮겨 갑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것이 자기에겐 잘된 일이라고 위로하며 교통사고를 원만하게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습니다. 

 

그 뒤 6.29 선언이 있던 해 종합 병원 원무실장으로 일하던 그는 시위 현장에서 중상을 입은 사람들을 돕다가 병원 원장의 눈에 띄어 사표를 냅니다. 이후 유재필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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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조세희

 

나(경훈)는 은강 그룹 회장의 막내 아들입니다. 며칠 전 나의 숙부는 아버지 공장의 보전반 기사 조수로 있는 난쟁이의 큰아들 김영수의 칼에 찔려 숨졌습니다. 숙부를 아버지로 잘못 알고 죽인 것입니다. 숙부가 죽자 숙모는 변호사와 함께 와서 아버지에게 재산 분할을 요구하지만, 아버지는 숙모의 부정한 행실을 들어 이를 거절합니다. 

 

나는 미국에서 숙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잠시 들어온 사촌과 함께 재판정에 갑니다. 그곳에서 나는 역한 체취와 파리한 모습의 공원들을 만나는데, 나는 그들을 무서운 악당처럼 여기며 그들이 터무니없는 오해와 증오에 싸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촌은 공원들의 입장에서 범인을 이해하려고 애씁니다. 법정에서 김영수는 검사에게 살해 사실을 인정하고 그동안의 일을 모두 털어놓습니다. 변호인은 김영수에게 노사 협조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산업 평화까지 깨뜨려 노사의 불이익을 초래한 은강 그룹의 회장에게 화가 나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냐고 묻지만, 김영수는 단호하게 우발적인 살해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나는 공장을 지어 일자리를 제공한 사람들을 적대시하고 죽이기까지 한 김영수의 뻔뻔스러움에 놀라, 그를 작은 악당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쪽 공장에서 올라온 한지섭이 김영수가 살인한 것은 은강 그룹 회장의 치밀하고도 계획적인 경제적 핍박 때문이라고 증언하지만, 결국 김영수는 사형을 선고받습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잠을 자닥 꿈속에서 그물에 걸려 나오는, 앙상한 뼈와 가시뿐이 무수한 가시고리를 보고 놀라 잠에서 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