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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수영 / 아슬

by mubnoos 2021.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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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ㆍ'심심한데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수영을 시작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루했던 제 삶에 다시 소소한 에피소드로 채워지기 시작했거든요. 

 

 

 

 

 

 

 

1장 수영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ㆍ우습게도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내게 큰 관심이 없다. 내 옷차림을 그렇게 유심히 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단지 '수영복을 입어야 하는 것' 때문에 수영을 포기하기엔 수영은 정말 장점이 많은 운동이다. 모두가 수영복을 입고 있기 때문에 어색함은 곧 사라진다.

 

ㆍ재밌게도 '혼자'라도 상관없는 운동이 수영이다.

 

나는 매일 헤엄치며 내 몸의 움직임에 집중하는 시간이 좋아서 수영을 한다. 그러면서 오늘 내가 저지른 한심한 일들을 물에 흘려보낸다. 신기하게도 수영을 하는 50여 분 동안에 그런 안 좋은 기분들이 수영장 물에 씻겨 떠내려가는 경험을 한다.

ㆍ누구라도 처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다. 처음이기에 두렵고 또 처음이기에 설레는 것이다. 어차피 두 감정이 공존해야 한다면, 나는 긍정적인 감정에 조금 더 집중하는 걸 선택하겠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ㆍ더 놀라운 건 거의 20년이란 시간이 흘렀는데도 물에 들어가니 신기하게 몸이 수영을 기억한다. 

 

ㆍ수영은 굉장히 동적인 전신운동이다. 

 

새벽 6시에, 이렇게 활기 넘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당시 청년백수였던 나는 한낮까지 집에서 잠만 퍼질러 잤던 내 생활을 반성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래! 새벽 수영을 하고, 아침을 먹고, 취업 준비를 시작하는 멋진 백수가 되자!”

 

보통 직장인들은 술을 마시거나 뒷담화를 하면서 풀지만, 수영인들은 그 약속을 취소하고 조용히 수영장으로 향한다. 입수 후 킥판을 잡고 발차기로 몸을 푼 다음에, 화가 많은 날은 평소보다 팔을 세게,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물을 치곤 한다. 그렇게 50분 정도 하고 나면 온몸에 남은 힘 하나 없이 진이 빠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상태가 되면 나를 화나게 했던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가라앉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나도 완벽하진 않잖아’ 하며 관대해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ㆍ수영에 내 삶을 맞추기 보단 내 삶에 수영을 끌어들이는 편이 현명하다. 그러면 아주 천천히, 내 일상에 활력이 스며든달까.

 

ㆍ수경은 처음 구입했을 때는 잘 보이다가 몇 번 사용하고 나면 뿌옇게 흐려진다. 이건 수경에 발라져 있는 안티포그 효과를 위한 막이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티포그 액을 미리 준비하면 좋다. 뿌리는 스프레이 타입이나 수경렌즈 안쪽에 손으로 살짝 펴 바르는 종류가 있다. 수영장 들어가기 전에 발라서 물에 살짝 헹궈주면, 수영하는 한 두 시간 동안은 처음 샀을 때처럼 아주 깨끗한 물속을 구경할 수 있다. 이건 완전 필수품이다.

 

ㆍ수경 - 수영 고수가 될수록 눈이 안 비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미러 수경은 남이 볼 때 렌즈가 거울처럼 반사되어 내 눈동자의 움직임을 숨길 수 있다. 하지만 생각지 못한 단점은 렌즈가 진할수록 시야가 어둡고 렌즈 색상에 따라 수영장 물색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ㆍ음-파 (X)

ㆍ음-파-합 (O)

물속에선 항상 코로 내쉬고, 나머지는 입으로 한 번에 빠르게 탁 뱉기!

숨은 코로 내쉬는 겁니다!

 

ㆍ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은 하루 동안 짊어지고 있던 복잡하고 나쁜 생각들을 지울 수 있게 해 준다. 지운다기보다는 물에 씻겨 내려간다는 표현이 좀 더 맞을 것 같다. 

 

ㆍ수영은 지친 나의 하루를 묵묵히 위로한다. 물속에서 있는 그대로 감정을 내뱉고, 다시 호흡을 들이쉬면서 그것들을 천천히 소멸시킨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한결 가뿐하다. 엄청난 배고픔과 졸음이 몰려오는 것도, 다른 잡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좋다. 

 

ㆍ누군가와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건 엄청난 이야깃거리가 생기고 엔도르핀이 막 솟아나는 일이다. 

 

 

 

 

 

 

 

 

2장 이상한 나라의 수영장

ㆍ물속에 들어가기까지 대략의 순서는 이렇다. 탈의 후 샤워를 하고 수영복을 입는다. 이때 샤워는 물로만 하는 샤워가 아닌, 머리 샴푸 후 몸에 비누칠까지 하는 샤워다(중요!). 그 후 수영복을 입고, 수영모자 및 수경을 쓰면 된다. 

 

셩장 = 수영장

자수 = 자유수영

놀셩 = 놀면서 무리하지 않고 하는 수영

빡셩 = 쉴 틈 없이 훈련하듯 하는 수영

수린이 = 수영 어린이

평포자 = 평영을 포기한 자

'횐님들, 오늘 셩장에서 저수하고 커피 타임 가져요! 수린이, 평포자 모두 환영합니다!'

 

ㆍ수영장 회식은 철저히 계획된 공적인 자리이다.

 

ㆍ수강생들이 돈을 모아 강사에게 주는 떡값 문화가 처음엔 잘 이해되지 않았다.

 

샤워실에서는 ‘자리 맡아놓기’ 문화도 존재한다. 만약 내가 고른 샤워기 선반에 목욕용품 바구니가 살포시 놓여 있다면 조금 조심해야 한다. 이 수영장을 아주 오래 다닌 터줏대감의 자리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샤워 도중에 끼어들어서 ‘자기 자리’라고 비켜달라는 경우도 왕왕 있다. 수영장 샤워실은 약육강식의 정글과 흡사한 것 같다. 결국 맨살로 누벼야 하는 정글의 법칙을 잘 익혀서, 자기 자신을 지켜야 한다. 수영도 하기 전에 등짝을 맞고 얼얼해지는 봉변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ㆍ수영장엔 미혼의 젊은 남녀가 별로 없다. 

 



 

 

 

 

3장 수영장에 모인 조금은 특별한 사람들

 

여자들은 남자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샤워실과 탈의실에서 보내는지라 그만큼 신기한 광경을 많이 연출한다. 예를 들면, 탈의실 바닥에서 갑자기 펼쳐지는 커피 타임 같은 것이다. 수영장 탈의실에는 라커룸이 몇 줄로 쭉 늘어서 있고, 중간 중간 물건을 둘 수 있는 평상이나 벤치가 놓여 있다.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가면 그 앞 타임에 수영하고 나온 아주머니들이 바닥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집에서 가져온 빵이나 밀폐 용기에 담긴 과일들이 펼쳐지고, 아주머니 중 한 명이 큰 보온병을 꺼내 일회용 종이컵에 커피를 따른다. 순식간에 카페가 되는 거다. 옆에는 옷을 갈아입고 있는 알몸의 회원들이 있지만 그분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수영장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풍경이다.

ㆍ보통 레인 가운데는 턴 하는 자리라서 잠시 쉬려는 사람들은 가장자리인 레인 줄 쪽으로 바짝 붙어야 한다. 

 

ㆍ뭐든 적당한 거리 유지는 중요하다.

 

ㆍ'먼저 가세요'는 암묵적인 룰이다. 수경을 벗고 레인의 한쪽 구석으로 가서 서 있으면 '나는 힘드니 먼저 가세요'라는 뜻이다. 

 

ㆍ수영복은 패션일까, 아닐까

 

 

 

 

 

 

 

4장 오늘도 수영하러 갑니다

ㆍ어떤 습관이 몸에 베게 하려면 적어도 3개월이 걸린다. 수영도 그렇다. 

 

ㆍ수영의 진짜 중독적인 면은 바로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ㆍ물에서 헤엄치는 건 상당히 많은 체력 소모를 불러오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운동량이 적당하다. 

 

ㆍ수영의 매력은 확실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은 날, 물을 가르는 내 팔다리는 좀 더 과격하고 세차게 흔들린다. 그렇게 물속에서 아등바등 나부대다 보면 한 시간 뒤엔 전신의 에너지가 쏙 빠져나간다. 운동이 끝나고 뜨뜻한 물줄기를 등으로 맞으며 내가 좋아하는 꽃향기 바디클렌저로 몸을 씻고, 새로 산 로션을 몸 구석구석 바른다. 집에 돌아와서 폭발하는 식욕을 맛있는 저녁으로 달래고 나면 그다음엔 잠이 솔솔 몰려온다. 노곤한 몸에서 오늘의 기분 나쁜 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휙- 날아가 버린다.

ㆍ내가 수영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혼자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ㆍ포기하지 않고 50m를 끝까지 가고 나면 그다음에 50m를 또 가는 것은 의외로 쉬워진다. 

 

 

 

 

 

5장 수영 강사는 아닙니다만

 

 


자유형(Freestyle)

ㆍ발차기는 너무 무릎을 굽혀서 차지 않는 것이 좋다. 

ㆍ손가락은 딱 붙이지 않고 약간 벌린다. 

ㆍ머리를 물에 담그고 입만 위로 향하게 하는 것이 한결 힘이 덜 든다. 

 

 

 

 


배영(Backstroke)

ㆍ물속에서 수영장 천장을 바라본 상태로 헤엄치게 되므로 지속해서 코로 공기를 내뿜어야 코에 물이 흡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ㆍ발등으로 물을 차올린다. 자유형의 반대이다. 다만 허리를 거의 수면 가까이에 의식적으로 띄워 놓고 발차기를 해야 하고, 시선은 수영장 천장을 보면서 일직선으로 가고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ㆍ팔은 양팔을 번갈아 가며 풍차 돌리듯 돌린다. 물 밖에서는 팔을 쫙 펴고, 물속에서는 자유형과 같이 팔꿈치를 꺾는다. 물속에서 팔을 직각으로 만든 다음, 옆구리 쪽으로 장풍을 쏘듯 밀어준다, 

 

 

 


평영(Breaststroke)

 

 

 

 


접영(Butterfly)

ㆍ입수할 때는 상체를 아래를 밀고, 하체는 최대한 위로 올린다. 

ㆍ수면으로 나올 때 대포에서 쏘아 올린 인간 대포알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ㆍ두 발을 모은 후 엉덩이 힘을 이용해서 내려 찬다. 물속으로 들어갈 때 한 번, 나올 때 한 번 이렇게 총 두 번을 차는데, 손과 발과 몸 움직임의 타이밍이 잘 맞아야 물 흐르듯이 체험칠 수 있다. 

 

 

 

 

 


턴(Turn)

 

 

 

 

 


스타트(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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