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쌀쌀맞은 미녀의 음악 세계 / 트레바리

by mubnoos 2025. 1. 3.

쌀쌀맞은 미녀의 음악 세계

 

음악을 들을 때, 아티스트의 삶을 알고 들으면 그 음악은 다른 음악이 된다. 소리에 생명력이 생기고,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아티스트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한다. 아니 우리 모두 그렇다. 쇼펜하우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단 한 번도 양보한 적이 없는 자기 색깔을 가진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30년 이상 한 가지 장르만 고집하며 거장이 됐으니 그는 대중성과 예술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예술가는 경제적 제약에서 벗어날 때 그 예술은 빛을 발한다고 했던가. 그는 그 어떤 레이블에 소속되지 않고 평생 혼자서 작업 하고 증명했으니 그는 그 말에 포함된다. 

 

쇼펜하우어의 음악은 그의 애완견 이름 만큼이나 동양적인 오리엔탈리즘의 색채가 강하다. 직선의 시간 속에서 사각의 틀 안에 갇혀 있는 삶을 살고 있을 시기, 프랑스 혁명과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서 삶을 바라보는 다른 해석이 필요했고, 쇼펜하우어는 베다의 우파니샤드 같은 동양철학에 매료됐음이 분명하다. 삶은 절대로 직선으로 뻗어가지 않는다. 모든 진리는 그 반대편 역시 진리다. 원형의 시간 속에 유연한 삶의 태도는 프로이센이 아닌 인도에서 먼저 발매된 장르다. 쇼펜하우어는 직선의 비트에 이 원형의 멜로디를 섞어 용수철 같은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냈다.

" - + ○ = @ "

컴퓨터로 굳이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 

 

그의 앨범 중 가장 명반은 역시 '의지와 표상의로서의 세계'이다. 이 앨범은 도무지 가사를 알아 듣기 어렵다. 가사를 찾아 읽더라도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 듣고 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적어도 느낄 순 있다. 우린 그걸 예술이라고 한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과학 포스터지, 예술작품이 아니다. 쇼펜하우어는 아티스트다. 그는 다른 것을 자신의 것과 창의적으로 섞어서 자신만의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 그걸 모두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는 그걸 했다. 

 

기록을 찾아보니 21년 1월에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2주 넘게 고전했다. 책의 서문에는 "난해한 의지의 개념은 비상한 사유방식을 지닌 소수의 것이니 이 책을 그냥 읽지 않는 것을 충고한다"고 씌여 있었다. 진리는 자신을 갈망하지 않는 자에게 치근대는 창녀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대해도 그녀의 호의를 확신할 수 없는 쌀쌀맞은 미녀와 같다고 했다.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쌀쌀맞은 미녀이다. 좀 더 다정한 미녀를 원한다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이 책을 추천한다. 

 

 

철학이라는 회사가 있다면, 쇼펜하우어는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는 칸트 부장과 문제해결의 헤겔 매니저에게 반기를 들 수 있는 금수저 직원이다.

 

"그렇게 일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 그게 정답인가요? 저 짜증나서 퇴사하겠습니다. 전 그냥 혼자 집에서 강아지랑 산책하고 책 보고 글 쓰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여자도 귀찮습니다. 결혼도 안 할려고요. 전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하고 좋아요. 그러니까 교회 나오라는 말도 그만 하세요. 신이 어딨어요? 아버지가 물려 주신 주식이 있어서 그 주식 팔아서 살렵니다. '나 혼자 산다' 보면서 맛있는 거 많이 사 먹고, 음악도 많이 듣고, 행복하게 살다가 죽을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