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수강 신청 / 이순범
마흔이면 예전에 배웠던 것들을 이미 다 써먹었거나, 예전에 배웠던 것들을 지금도 똑같이 써먹기는 어려울 때이다. 이거 인정 못 하면, 그냥 꼰대임. 전반전 끝나고 후반전 뛰려면 새롭게 생각하고, 시도하고, 배워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배우지 않고 혼자서 새로운 것을 생각해낼 수 있다는 건 로또 당첨 같은 기적적이거나 미신 같은 일이다. 배우지 않고 다른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반복하기 어려운 일이다. 마흔은 한창 수업 시간이다. 김미경 교수님의 마흔 수업의 이름은 'BOD'이고, 3가지 과목이 있다. 1교시 철학(Being), 2교시 기획(Organizing), 3교시 집행(Doing)이다. 이 수업은 각자 나이에서 17살을 빼기만 해도 수업 계획의 절반은 성공이다. 어렵지 않다. 양자역학보다는 간편하다. 개념 정리하고 허수를 빼면 누구나 '이미 늦은' 에서 '아직 늦지 않은' 나이로 치환할 수 있다. 45 - 17 = 28세 이순범, 20대가 다 가기 전에 이 수업을 듣게 되어 다행이다.
1교시) Being 철학자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유발 하라리는 이 질문을 신이 되어버린 원숭이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이라고 했다.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쉬운 질문이 아니다. 그 답은 오직 나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결코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줄 수 없다.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을까? 그래서 내가 무엇을 원하고 싶은지 알려면 내가 나를 잘 알아야 한다. 나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고 질문해야 한다. 난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 난 '건강'과 '지식'과 '돈'을 원한다. 내 인생 후반전의 주제는 이렇게 3가지다, 24년 하반기 목표는 이 3가지의 줄기에서 파생된다.
1. 건강
- 철인3종 경기 완주 (0)
- 자전거 대회 완주 (2)
- 오운완 / 인스타 (704)
- 바디프로필
2. 지식
- 독서 2200권 / 티스토리 (2141)
- 책 쓰기/ 유페이퍼 (1)
- 강의 업로드 / 클래스유 (17강)
- 하루에 한개씩 글쓰기/ 쓰레드 (13)
- 매일아침 네이버 오늘의 영어회화/ 티스토리 (542)
- 독서모임 참가하기/트레바리 (0)
3. 돈
- 회사의 성장
- 주식투자
- 새로운 직업
2교시) Organizing 기획자
하루의 일과를 어떻게 배치하고, 우선순위는 어떻게 설정하는가? 기획의 기준은 무엇인가?
1) 균형
기획의 중요한 키워드는 도전 정신이 아니라 위험 분산이다. 40대가 될 때 즈음 절대 손해 보지 않을 만한 것들만 선정해서 하루의 시간과 노력을 배치해왔다. 김미경 작가의 말대로, 마흔이 넘어야 마침내 나의 인생의 배치도가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분명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아는 것은 내 인생의 배치도에서 무엇 하나 함부로 뺄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답은 항상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균형'의 문제이다. 아마도 칸트는 이런 균형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 같다.
2) 지속
균형이 잡혀야만 지속할 수 있다. '지속'할 수 없으면 답이 되기 어렵다. 자연은 도약하지 않는다. 모든 일은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변화는 한계를 유지할 때 발생한다. 티핑포인트든, 특이점이든 변화가 발생하려면, 내가 할 수 있을 때 순간 순간 집중하며 최선을 다해 지속하는 것이 유일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3) 저항
기획의 좀 더 날카로운 답은 관성을 깨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고 싶다. 하나는 기존의 관성과 중력에 순응해 살아가는 사람들, 다른 하나는 틀 안에서 자기를 성찰하고 주변을 탐구하고 저항하는 사람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기존의 틀에 순응하는 것보다는 '저항'하는 것에 더 가깝다.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은 기존의 내가 알던 것에 저항하는 것이다. 모든 운동 역시 중력과 관성에 저항하는 행위이다. 돈을 버는 행위 역시 혁신이라는 이름의 저항하는 행위일 수 있다.
<일상의 기획/ 월~금>
06:00 기상
06:40 출근/네이버 오늘의 영어회화
06:50 아침 운동(평로라/런닝)
8:20 출근
18:00 근무
18:30 퇴근
19:00 저녁운동(크로스핏/근력)
22:00 독서
23:30 퇴근
24:00 취침
3교시) Doing 집행자
움직이지 않는 생물에게 뇌가 없다고 한다. 움직이려면 생각해야 한다. 뇌는 좋은 것보다 익숙한 것을 선호한다. 마흔에 무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두렵다, + 조급하기까지 하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필요한 것을 실행하려면 생각해야 한다. 무언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면 두려움을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마흔이 지나고 나서 용기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게 된다. 멋있는 것들은 항상 두려움 뒤에 있다. 해보자.
아니 벌써 은퇴 공부
은퇴를 공부하는 것은 일을 하는 것에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끝이 없다면 최선을 다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마흔공부]를 읽고 나니 더 은퇴하기 싫어졌다. '왜 일을 해야 하지?' 수백번도 되뇌였던 질문이다. 일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다. 일의 본질은 사회에서 내 자리를 얻고 내 역할을 확보하는 것이다. 일은 나조차도 알지 못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왜냐하면 '진짜 나'는 해야 하는 '일'에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YOLO, FIRE 같은 개념도 충분히 흥미롭지만, 지금으로서는 난 끝까지 은퇴하기 싫다. 45-17= 28세, 청춘이다. 끝까지 어린 아이처럼 살고 싶다. 강상중 교수는 청춘은 한 점 의혹도 없을 때까지 본질의 의미를 묻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나는 나를 알고 싶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따르는 삶을 살고 싶다. 김미경 저자는 이것을 존엄한 삶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 나로 살아가기 위해 일하고 싶고, 내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서 좋다는 것을 실제로 느끼면서 살고 싶다.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쌀쌀맞은 미녀의 음악 세계 / 트레바리 (2) | 2025.01.03 |
---|---|
아빠, 돈 공부하고 있습니다 / 트레바리 (2) | 2025.01.03 |
A의 목적은 A다, B가 아니다. (0) | 2024.12.19 |
Word Became Flesh. (2) | 2024.11.25 |
2011년 12월 24일 '신은 죽었다' (1) | 2024.0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