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생전 / 이규보
국성은 주전 고을 사람으로 어려서부터 마음과 국랑이 크고 넓은 것이 마치 만경창파와 같아서 더 맑게 하려 해도 맑아지지 않고 흔들어도 더 이상 흐려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임금도 국성의 향기로운 이름을 듣고 총애했지요.
이렇듯 국성이 임금의 사랑을 받게 되자 세상 사람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고 '국 선생'이라 불렀습니다. 그러나 그의 아들 3형제가 아버지에 대한 임금의 총애만 믿고 방자히 굴다 모영의 탄핵을 받자 자살하고 맙니다. 또한 국성과 절친하던 치이자도 자살했지요.
국성이 벼슬을 그만두었을 때 마을에 도둑이 떼 지어 일어났습니다. 도적을 토벌할 적임자가 없었으므로, 국성이 나아가 수성에 물을 데어 한 번에 도적을 평정하니 임금은 다시 그에게 큰 벼슬을 내렸지요.
2년 후 국성은 몸이 마르고 소변이 통하지 않는 병으로 벼슬에서 물러나고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걸 사양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천수를 다하고 죽었지요.
공방전 / 임춘
공방은 엽전의 둥근 모양으로 공을, 구멍난 모난 모양에서 방을 따서 붙인 이름입니다. 공방의 조상은 수양산 굴속에서 숨어 살았고 세상에 나와 쓰인 적이 없는데, 처음 황제 때 조금 채용되었지요.
공방은 그 생김이 밖은 둥글고 안은 모나며, 때에 따라 웅변을 잘하여 한 나라의 홍려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공방의 성질이 욕심이 많고 더러워, 돈을 중하게 여기고 곡식을 전하게 여기므로 백성으로 하여금 근본인 농사를 버리고 장사 잇속만을 좇게 했지요.
또 인물을 대함에도 어질고 불초함을 묻지 않고 재물만 많이 가진 자면 가까이 사귀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공방의 한마디면 무게가 황금 100근만 하다라고 할 정도로 탐욕스러운 관리였지요. 그러다 그를 미워하는 이의 탄핵을 받고, 결국 쫓겨나게 되었지요.
당나라가 일어나 그 씀씀이가 넉넉하지 못하자 다시 공방의 술수를 써서 나라의 씀씀이를 편하게 하고자 했으나, 방이 이미 죽어 그의 제자들만 다시 등용됩니다. 그래서 조정은 죽은 방에게 벼슬을 내려 조의대부 소부승에 추중하지요. 이후 송나라 때 방의 아들이 다시 등용되었으나, 경박하여 사형을 당하면서 공씨 일가는 사라지게 됩니다.
국순전/ 임춘
국순의 조상은 농서사람으로 90대 조상인 모가 후직을 도와 백성을 먹여 살린 공이 있었습니다. 모는 처음에 숨어 살면서 벼슬하지 않고 이르기를 나는 반드시 농사를 지은 후에 먹으리라하며 밭에서 살았지요.
모는 임금을 도와 제사를 지내는 업무에 종사한 공으로 중산후에 봉해졌고, 국씨라는 성을 받았습니다. 위나라 초기에 이르러 국순의 아버지 주가 세상에 이름이 알려져 상서랑 서막과 서로 친하게 지냈지요.
국순의 도량은 넓고 깊어 마치 만경창파의 물결과 같아 맑게 하려 해도 더 맑아지지 않고, 휘저어도 더 흐려지지 않았으며, 그의 됨됨이는 사람에게 기운을 더해 주었습니다.
벼슬에 오른 국순은 임금의 총애를 받아 마침내 권세를 얻게 되었지요. 그리하여 손님을 접대하는 일, 노인을 봉양하는 일, 신과 종묘에 제사 지내는 일 등을 모두 국순이 주재했습니다. 그러나 국순은 돈을 밝히는 병통이 있어서 당시의 의론이 그를 추하게 여겼지요.
나이가 들어 관을 벗고 집으로 돌아온 국순은 병이 들어 갑자기 죽고 말았습니다.
만복사저포기/ 김시습
전라도 남원에 양씨 성을 가진 서생이 있었는데, 그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장가도 들지 않은 채 만복사의 동쪽 방에서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봄 날, 양생은 저포를 불상 앞에 가져가서 소원을 빕니다. 저포를 던져 부처님이 이기면 자신이 법연을 베풀어 제사를 드리고, 자기가 이기면 아름다운 베필을 구해 달라는 거지요. 소원을 빌고 나서 저포를 던졌는데 양생이 이깁니다. 그러자 가는 불상 아래에 숨어서 베필이 나타나길 기다립니다.
얼마 뒤에 한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나 부처님에게 자신의 외로움과 한을 토로하면서 베필을 점지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양생은 숨어 있던 곳에서 뛰쳐나와 사연을 묻고,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누게 되지요. 그 뒤 양생은 여인의 집에 가서 사흘을 머물며 꿈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고 나서 여인은 양생에게 은잔을 하나 내주면서, 다음 날 자기 부모님이 보련사로 올 것인데 이 잔을 증거물로 삼아 부모님께 인사를 잘 드리라고 말합니다. 다음 날 양생은 은잔을 들고 보련사 길목에 서 있다가 여인의 부모를 만납니다.
하지만 여인의 부모는 자신의 딸이 왜구의 난리 때에 죽었으며 제대로 장례를 치르지 못했기에 부처님께 재를 지내러 온 것이라 말합니다. 그 은잔은 딸을 묻을 때 같이 묻어준 것이지요. 이날 여인의 혼령이 양생을 찾아오지만, 그녀의 부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양생에게만 보입니다. 여인은 하룻밤을 지낸 뒤에 저승으로 떠나고, 양생은 여인의 무덤으로 찾아가 장례를 치릅니다. 그 뒤 양생은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재산을 털어 재를 올립니다. 그러자 여인의 혼령이 다시 나타나 그의 은덕으로 다른 나라에서 남자로 환생했다고 말하며, 불도를 닦아 속세의 일을 잊으라고 말합니다. 그 뒤로 양생은 여인을 그리워하며 지리산에 들어가 약초를 캐면서 평생 혼자 살아갑니다.
이생규장전/ 김시습
송도의 국학에 다니는 총각 이생은 공부하러 가던 도중 우연히 담 너머로 최 처녀의 모습을 훔쳐보게 됩니다. 이들은 담 밖으로 휘어진 복숭아꽃 나뭇가지 하나를 계기로 사랑을 나누게 되면서 인연을 맺지요. 최 처녀가 가르쳐 준대로 그넷줄을 타고 마당 안에 들어온 이생은 그윽한 후원의 자그마한 별당에서 최 처녀와 밀회했습니다. 두 사람은 시를 읊고 서로의 시에 응수하면서 깊은 사랑에 빠지지요.
하지만 아들의 행동을 수상히 여긴 이생의 아버지는 이생을 멀리 지방으로 내려 보내고, 최 처녀는 상심 끝에 그만 몸져눕고 맙니다. 이후 이 사실은 안 최 처녀의 보무는 이생의 집에 이 사실을 알리고 두 사람을 결혼시키지요. 그리고 이생이 과거에 급제함으로써 이들의 행복은 극에 달합니다. 하지만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 이들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최 처녀는 정조를 지키려다 결국 살해되고 말지요.
홍건적의 난이 끝난 후 이생은 죽은 아내의 환신과 만나 부부의 연을 다하게 됩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최 처녀는 이승의 인연이 다했음을 말하고 작별을 고하지요. 이생은 어쩔 수 없이 그녀와 헤어진 후 아내를 그리워하며 살다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홍길동전/ 허균
홍길동은 조선 세종 때 홍 판서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지만, 그의 어머니 춘섬이 노비 출신이라 천비 소생의 서얼로서 온갖 차별과 천대를 받고 자랍니다. 남다른 재주를 갖고 태어나 어려서부터 병법과 도술에 능하지만, 적서 차별의 인습 때문에 출셋길이 막힌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호부호형조차 금지되어 있었던 거죠. 심지어 홍 판서의 애첩 곡산모는 시기심 때문에 자객을 시켜 그를 죽이려 하는데, 오히려 길동은 자객을 살해한 후 집을 나와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도적의 소굴을 찾아가 우두머리가 된 길동은 스스로의 무리를 '활빈당'이라 청하고, 전국 각지의 탐관오리에게서 불의한 재물을 탈취합니다. 이에 조정에서는 그를 붙잡으려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길동의 소원대로 그에게 병조 판서 벼슬을 내립니다.
그러나 길동은 벼슬 따위에 만족할리 없으니, 그는 스스로 벼슬을 내놓고 무리를 이끌고 조선을 떠납니다. 남경으로 향하던 중 산수가 수려한 율도국을 발견하고 이를 징벌할 생각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친의 죽음을 예견하고 고국에 돌아와 삼년상을 마칩니다. 그러고는 율도국을 정벌하여 왕이 되어 그곳에 이상 국가를 건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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