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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따라기, 감자, 광화사 / 김동인, 표본실의 청개구리, 전화 / 염상섭

by mubnoos 2024. 9. 25.

배따라기 / 김동인

 

봄날 '나'는 대동강 변을 거닐다가 을밀대에서 배따라기를 노래하는 한 사나이를 만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 사내는 조그만 어촌에 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무척 사이가 좋습니다. 사내에게는 붙임성이 있고 명량하며 아름다운 부인이 있지요. 둘 사이의 금실도 아주 좋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모두 사내의 아내를 좋아합니다. 사내는 아내가 자신에게는 분에 넘치는 여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혀 아내를 구박하지요. 심지어 사내는 자기 동생에게 친절한 아내를 오해하다가 동생과 아내의 관계를 의심할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어느 날 장에 갔다 돌아온 사내는 방 안에 있던 동생과 아내의 옷 매무새가 흐트러져 있는 것을 봅니다. 사내는 그의 아우와 아내를 닥치는 대로 치고 때린 후, 아내와 아우를 모두 집 밖으로 쫓아내어 버립니다. 사실 두 사람은 방에 들어온 쥐를 잡으려던 것뿐인데 사내가 그들의 행동을 의심한 것이지요. 이것은 엄청난 오해와 실수였습니다. 사내는 혼자 어두운 방에 앉아 있다가 불을 키려고 성냥을 찾이요. 그때 헌 옷 뭉치 속에서 정말 쥐가 튀어나와서 그를 놀라게 합니다. 그는 크게 후회하면서 아내와 아우가 돌아와 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아내는 집을 나간 즉시 바다에 투신하여 익사체로 발견되지요. 그리고 그 아내의 장사가 끝난 다음 날, 아우 역시 마을에서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괴로움을 이기지 못한 사내는 배따라기를 부르면서 동생을 찾아 20여 년간 방랑 생활을 계속합니다. 

 

 

감자 / 김동인

복녀는 가난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유교적 집안에서 정직하게 자라난 농민의 딸이지요. 그래서 복녀는 막연하나마 도덕에 대한 의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는 열다섯 되던 해 동네 홀아비에게 팔려서 시집을 갑니다. 그녀의 남편은 복녀보다 스무살이나 많이죠. 또한 남편은 게으로고 무능력합니다. 때문에 논밭도 없어지고 신용도 떨어져, 막벌이는 물론 남의 집에서 심부름이나 궂은 일도 못하게 됩니다. 결국 복녀와 남편은 칠성문 밖 빈민굴로 쫓겨나게 되지요. 그곳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남에게 구걸을 해 살아가지만, 많은 사람들이 도덕질이나 매음을 합니다. 

 

복녀가 빈민굴로 온 그해 여름 기자묘 솔밭에 송충이가 들끓었는데, 이를 없애는 데 이곳 아낙네들을 인부로 쓰게 되지요. 가난한 복녀도 인부로 자원합니다. 그곳에서 복녀는 감독의 호감을 사지요. 그래서 복녀는 여느 여자 인부처럼 작업 대신 정조 제공만으로 품삯을 많이 받습니다. 이때부터 복녀는 도덕과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복녀는 거침없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몸을 내맡기고, 거기서 생기는 수입으로 그들 부부는 끼니 걱정을 하지 않게 됩니다. 

 

복녀는 중국인 채마밭의 감자며 배추를 도둑질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밤 복녀는 고구마 한 바구니를 도둑질하고 일어서다가 소작인 왕 서방에게 들켜 죄의 대가로 또 몸을 팔지요. 이를 계기로 왕 서방은 수시로 복녀와 매음질을 합니다. 그러다가 왕 서방이 한 처녀를 얻게 되자 복녀는 질투심에 불타 낫을 품고 신혼 방에 뛰어듭니다. 하지만 복녀는 도리어 왕 서방의 손에 죽고 말지요. 사흘 뒤 복녀의 시체는 왕 서방과 남편 등의 흥정과 모읭에 의해 뇌일혈로 죽었다는 진단에 따라 공동묘지에 묻히고 맙니다. 

 

 

 

광화사 / 김동인

인왕산에서 산보를 하던 '여'가 공상에 잠겨 화가 솔거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솔거는 추한 얼굴에 열등감을 가진 천재적인 화가입니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산속에 들어와 은둔해 살면서 그림 그리는 일에만 몰두합니다. 솔거는 평소에 절세의 미인을 그림으로 그리려는 꿈을 가지고 있지용. 그의 기억 속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절세 미인이었던 어머니의 얼굴을 그리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미인의 모습은 쉽게 찾을 수 없지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산속에서 소경 처녀를 만납니다. 솔거는 그 소경 처녀의 동경에 찬 신비로운 눈빛에서 자기가 찾던 미인의 모습을 보지요. 솔거는 처녀를 집으로 데려와 그녀에게 용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해 주면서 자신이 바라던 순수한 미를 그녀의 표정을 통해 실현시키고자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림의 눈동자만 남겨 놓은 채 그날 밤 둘은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다음 날 솔거는 그림의 눈동자를 완성하려 합니다. 하지만 소경 처녀의 눈은 전날의 순수하곡 황홀한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소경 처녀의 눈은 솔거에게 애욕에 찬 눈으로 보일 뿐입니다. 화가 난 솔거는 소경 처녀의 목을 잡고 흔들다가 결국 그녀를 죽이고 맙니다. 그녀가 넘어지는 바람에 엎어진 먹물이 튀어 미인도의 눈동자가 찍히고 그림은 완성되지요.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원망의 빛이 서려 있지요. 솔거는 미쳐서 미인도를 품고 다니다가 쓸쓸히 죽습니다. 

 

여름의 저녁 해가 백악 위에 걸려 있을 때 기나긴 공상에서 벗어난 '여'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  / 염상섭

나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여 시퍼런 면도날을 보면 공포 의식마저 느낄 정도로 신경증에 시달립니다. 나는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어 하던 중 H의 권유로 남포로 길을 떠나지요. 기차를 타기 위해 내린 평양에서 부벽루를 거닐다가 장발의 걸인을 만나기도 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잠을 청하다가 목을 졸리는 꿈을 꾸기도 합니다. 남포에 도착한 나는 Y와 A를 만나 그들로부터 3원 50전에 3층 집을 지었다는 광인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나와 일행은 그 그 광인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나가 실제로 그를 만나는 순간, 중학교 2학년 때 박물 실험실에서 수염 텁석부리 선생이 더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청개구리의 오장을 끌어내 대발견이나 한 것처럼 소리치던 일을 회상하며 전율하지요. 남포의 광인 김창억에게 감동된 나는 자유와 오뇌의 정수, 욕구를 구현한 자유인이며 승리자인 그에 대하여 서울에 있는 P에게 편지를 쓰기도 합니다. 

 

김창억의 집안은 부모의 잇단 죽음으로 엉망이 되고 맙니다. 때마침 소학교가 개설되어 김창억은 교편을 잡게 되지요. 하지만 아내마저 죽자 술과 방랑으로 세월을 보내다 재가를 해 잠시 안정을 찾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두지 않이죠. 김창억은 뜻하지 않은 사로고 4개월간 감옥살이를 합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젊은 아내는 이미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결국 김창억은 분노와 낙심과 비탄에 빠져 차츰 정신이 이상해져 갑니닫. 김창억은 서까래만 한 기둥 여섯 개와 널빤지 두 개를 얻어다가 네 귀에 기둥을 세우고 3층짜리 집을 짓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세계 평화를 위한 동시 친목회를 만들기로 작정하고 연일 강연을 하면서 분주히 지내지요. 

 

이후 나는 Y의 편지를 받습니다. 그 편지에는 김창억의 3층 집이 불에 타 버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창억이 금강산으로 들어가면서 그 집을 관리할 자가 없자 스스로 불을 질렀을 거라는 추측입니다. 사실 그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편지를 받고 나의 마음은 납덩이같이 무거워지지요.

 

 

 

전화 / 염상섭

이 주사 부부는 거금 300원을 들여 집에 전화를 놓습니다. 전화가 꼭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집에 전화를 놓는 것이 부자가 되는 것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지요. 전화는 대청마루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집에서 가장 빛나는 것이 됩니다. 이 주사의 부인은 어디서 전화가 걸려 오지 않을까, 그 전화를 어떻게 받을까를 상상하는 재미로 하루를 보냅니다. 

 

어느 날 아침, 아내가 기다리던 첫 전화가 걸려 왔지요. 그런데 그 전화는 전날 이 주사가 발걸음을 했던 단골 술집 여자인 채홍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입니다. 아침부터 걸려 온 난데없는 전화 때문에 아내의 바가지를 피해 일찌감치 출근한 이 주사는 하루 종일 정신없지요. 더구나 김장철이 가까워지면서 아내는 아내대로, 채홍은 채홍대로 김장 비용을 내놓으라고 독촉은 심해지는데, 수중에 목돈이 있을 리 없는 이 주사의 고민은 더해 갑니다. 아내의 눈치를 살피느라 일찍 귀가한 날, 아내는 그간의 서먹한 관계를 해소하려고 남편을 위해 술상을 차립니다. 이때 회사 동료 김 주사로부터 술자리에 합석하라는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 자리에 채홍도 함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주사는 아내가 차려 놓은 술상을 뒤로하고 그곳을 찾아 집을 나섰다가 새벽이 되어서야 돌아오지요. 

 

점점 더해 가는 아내의 구박을 견디다 못한 이 주사는 김장 비용도 마련할 겸 동료 김 주사에게 얼마간 웃돈을 얹어 전화를 떼어 갈 것을 제안합니다. 돈이 급했던 이 주사는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이 500원을 받아 전당포에 맡긴 아내의 물건들도 찾고, 아내에게 김장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런데 전화를 떼어 간 날 김 주사의 아버지로부터 700원에 대한 영수증을 보내라는 독촉 편지가 날아듭니다. 김 주사가 중간에서 200원을 횡령한 것이지요. 이 주사의 부인은 김 주사의 아버지를 찾아가 부친을 어르고 달래 결국 나머지 200원을 받아 옵니다. 500원을 받고 전화를 넘긴 것도 그리 손해날 상황이 아닌 데다가 가욋돈 200원을 더 받아 챙긴 이 주사의 부인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 우리 어떻게 또 전화 하나 맬 수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