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숙/ 채만식
'나'는 일본에서 대학도 다녔고 나이가 서른셋이나 돼서도 영 철이 들지 않는 아저씨가 딱하기만 합니다. 아저씨는 착한 아주머니를 친정으로 보내고 신교육을 받은 여성과 살림을 차리지요. 그런데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잡혀가 5년 만에 풀려난 아저씨는 감옥에서 악화된 폐병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릅니다.
아주머니는 아저씨가 감옥에 있는 동안 식모살이를 하면서 어렵게 번 돈으로 무려 3년 동안이나 병간호에 지극한 정성을 쏟습니다. 이러한 아주머니의 정성 때문에 아저씨의 병은 조금씩 차도를 보이지요. 몸이 좀 낫자 아저씨는 다시 사회주의 운동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하지만 '나'는 경제학을 공부했다면서 돈을 벌어 아주머니 은혜 갚을 생각을 하지 않는 아저씨가 못마땅합니다.
'나'는 일본인 주인에게 잘 보여 밑천을 마련한 후, 장사를 해 부자가 돼서 일본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 꿈이지요. 그런데 아저씨는 부자의 돈을 빼앗아 고르게 나누자는 사회주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정말 소름이 끼칠 지경입니다. 남의 재산을 빼앗는 불한당 짓을 계속 하겠다는 것을 보면 아저씨는 헛공부를 했음에 틀림없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아주머니의 은혜를 갚아야 할 것이 아니냐고 충고해도 막무가내지요. 오히려 적방하장 격으로 내쪽을 딱하다고 하니 정말 한심한 노릇입니다.
레디메이드 인생 /채만식
P는 대학을 나온 지식인지이만 직업이 없어 가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직장을 알아보던 중 P는 한 신문사의 K 사장을 찾아가 취직을 부탁하지만 거절당하고 말지요. K 사장은 P에게 도시에서 직장을 구하느라 애쓸 게 아니라 농촌에 내려가서 봉사 활동이나 하라는 엉뚱한 설교를 합니다. P는 지식인을 양산하고 외면하는 역사와 사회를 원망하지요.
집으로 돌아온 P는 집주인으로부터 방세 독촉과 함께 시골에 있는 형이 보낸 편지 한 장을 받습니다. P에게는 이혼한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홉살 된 아들이 있는데, 형의 집에 맡겨 놓은 터지요. 편지에는 살림이 군색하여 학교에도 보내지 못하고 이대로 곪겨 죽이느니 차라리 조만간 서울로 올려보내겠다는 내용이 씌여 있습니다. 편지를 구겨 버린 P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자신과 같은 '레디메이드' 인생은 만들지 않겠다고 결심합니다. 지식이 오히려 삶에 장애가 요소되 되는, 무능력한 인텔리의 참담한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때문이지요.
마침 P의 친구인 H와 M이 찾아옵니다. H는 법을 전공해서 육법전서를 줄줄 외는 친구이고, M은 경제학을 전공한 지식인 청년이지요. 하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직업이 없는 가난한 식민지의 청년들일 뿐입니다. 이들은 이곳저곳을 방황하다 마침내 H의 책을 전당포에 잡힌 돈으로 동관의 윤락가로 가서 술을 마시지요. 술이 취했을 때 계집아이 하나가 P를 잡으며 20전이라도 좋으니 자고 가라고 말합니다. 그 말에 충격을 먹은 P는 있는 돈을 다 털어 내던지고 그곳을 나옵니다.
며칠 후 P는 친분이 있는 어느 인쇄소 문선 과장에게 아들을 견습공으로 채용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아들이 서울에 온 다음 날 아침, 아들을 인쇄소에 데려다 맡기지요.
봄봄/ 김유정
열여섯 살이 된 점순이는 '나'의 아내가 될 계집아이인데 키가 너무 작아서 걱정입니다. '나'는 점순이네 집에서 4년 가까이 머슴처럼 일을 해 주었는데, 심술궂은 욕필이 영감은 점순이의 키가 자라지 않았다는 이유로 혼례시킬 생각을 하지 않지요.
그래서 '나'는 여러 차례 투쟁도 부리고, 서낭당에 빌어도 보고, 꾀병으로 드러눕기까지 해 보지만, 모두 헛일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장인은 몽둥이질을 할 뿐 아니라, 거듭 점순이의 키가 커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지요. '나'는 장인과 함께 구장 댁으로 가서 담판을 지으려고 합니다. 구장은 당사자가 혼인하고 싶다는데 빨리 성례를 시켜 주라고 하지요. 하지만 장인 될 사람은 점순이가 덜 컸다는 핑계를 또 내세웁니다. '나'는 점순이가 나의 바보스러운 행동을 쏘아붙이자 어떻게든지 결판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터로 나가려다 말고 바깥마당 멍석 위에 드러눕습니다.
밖으로 나온 장인은 징역을 보내겠다고 겁을 주기도 하고, 지게막대기로 배를 찌르고 발길로 옆구리를 차기도 합니다. 울타리 너머 점순이의 시선을 의식한 '나'는 그날 드디어 장인과 담판을 지으려고 사납게 덤벼듭니다. 다른 때처럼 쉽게 물러나지 않지요. 장인이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다가 급기야 점순이를 외쳐 부릅니다. 점순이는 '나'에게 달려들어 귀를 잡아당기며 악을 쓰고 울지요. '나'는 점순이의 알 수 없는 태도에 넋을 잃고 맙니다.
동백꽃/ 김유정
'나'는 순박한 농촌 청년이지요. '나'가 나무를 하러 가는데 또 닭이 싸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점순이네 수탉이 '나'의 닭을 마구 짓이기는 중이지요. '나'는 점순이네 수탉을 지게막대기로 내리치고 싶었습니다. 점순이가 '나'를 약 올리느라고 싸움을 붙여 놓은 것이 틀림 없기 때문이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그 까닭을 모르겠지만 왠지 점순이는 '나'에게 틈만 있으면 으르렁거립니다. 가령 나흘 전 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울타리를 엮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내민 감자를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어깨 너머로 밀어 버렸더니, 점순이는 얼굴이 홍당무가 되고 눈에 독기가 오른 채 달아나 버렸지요.
그 일이 있은 후 점순이는 자기 집 수탉을 이용해 '나'의 수탉을 괴롭힙니다. '나'는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여 기운을 북돋은 다음 싸우게 해 보지만 실패로 돌아가지요. 그런데 오늘도 산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내려오다가 보니 또 점순이가 다 죽어 가는 '나'의 닭을 꺼내 와서는 저희 집 닭과 싸움을 붙이고 있습니다.
'나'는 약이 오를 대로 올라 앞뒤 볼 것도 없이 점순네 닭을 단매에 때려 죽입니다. 그러자 점순이는 '나'에게 달려들어 복장을 떼밀지요. 그 서슬에 뒤로 넘어진 '나'는 마름인 점순네 닭을 죽인 후환을 생각하며 울음을 떠뜨리고 맙니다. 그러자 점순이는 "너 이담부터 안 그럴 테냐?"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무엇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퍽 쓰러집니다. 그 바람에 '나'는 점순이의 몸뚱이와 겹쳐 한창 피어 흐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리지요. 알싸하고 향긋한 그 냄새에 '나'는 그만 정신이 아찔해집니다.
금 따는 콩밭/ 김유정
가난한 소작인인 영식은 금을 찾아다니는 수재의 말을 그대로 믿고 그와 함께 콩이 한창 자라는 콩밭을 파기 시작합니다. 뜨거운 햇빛을 받으면서 콩밭을 괭이로 파 들어가지요. 금을 캐기 위해 영식은 그렇게 콩밭 하나를 망치고 맙니다. 약이 올라 죽을 둥 살 둥 눈이 뒤집혀 곡괭이질만 하는 영식은 살기 띤 눈으로 수래를 노려보지요.
수재의 허풍 떄문에 애꿎은 콩밭 하나만 결딴을 낸 영식에게 동네 어른들은 미친 짓 그만두고 순리대로 콩이나 가꾸어 먹으라고 타이르지요. 하지만 영식은 눈앞에 나타날 금줄을 생각하면서 계속 밭을 팝니다. 마름 역시 날마다 찾아와 다 된 콩밭을 뒤엎는 그를 추궁하고 돌아가지요. 하지만 영식의 귀에 그런 말이 들릴 리 없습니다.
처음 수재가 와서 이 밭에 금이 묻혔으니 파보자라고 했을 때 영식은 반대하며 몇 차례 거절을 했지요. 하지만 술을 사 가지고 와서 거듭 설득하고 아내까지 옆두리를 찌르는 바람에 허락했던 것입니다. 영식 부부는 금이 나오면 집도 새로 짓고, 옷도 사고, 맛있는 코다리도 먹으면서 살아갈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땅을 파헤쳐도 금이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영식은 점점 초조해지지요. 쌀을 빌려다가 산제를 지내 보나 여전히 금은 나오지 않고, 영식은 자신을 탓하는 아내에게 공연한 화풀이를 합니다. 한편 수재는 금이 나올 가망이 없음을 알고는 그날 밤 도망칠 요량으로 구덩이 속에서 불그죽죽한 황토 한 줌을 옴켜 내어 영식 부부에게 이것을 바로 한 포대에 50원씩 하는 금이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장삼이사/ 최명익
'나'는 기차에 타고 있습니다. 기차 안은 꽤 지저분 하지요. 한 젊은이가 가래침을 내뱉었는데, 그 가래침이 '나'의 건너편에 앉아 있는 신사의 구두코에 떨어졌습니다. 신사는 자신의 구두에 묻은 가래침을 닦느라 호들갑을 떨고, 주위 사람들은 그러한 신사를 곱지 않은 눈길로 바라봅니다. 두꺼비 상판을 한 그는 옆에 앉은 젊은 여자를 감시하는 눈치입니다. 차장이 차표를 검사하기 시작하고, 그 여자는 변소에 간 옆자리 신사가 자신의 표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때부터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단지 재미를 위해 여자와 중년 신사를 헐뜯기 시작하지요. '당꼬바지'는 색시 장사가 돈 벌기에 최고라고 말하고, '가죽 재킷'이 이에 맞장구를 칩니다. 하지만 신사가 돌아오자 모두 입을 다물고는 오히려 신사에게 동정과 우의를 보이지요. 그들은 어느새 술을 한잔씩 나누어 마시고, 신사는 갈보 장사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여자가 한 남자와 정분이 나서 도망을 가는 것을 다시 잡아오는 데 애먹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신사는 그 여자를 주먹을 한대 쥐어박으려다가 웃고 말지요. 승객들도 웃음을 떠뜨리지요.
기차가 S역에 도착한 후 신사의 아들이 다가와서 다른 여자도 달아났다고 알려 주자 이 소식을 들은 신사는 아들의 뺨을 때립니다. S 역에 내린 신사를 대신하여 승차한 그 아들은 옆자리의 여자에게 손찌검을 가하고 여자는 울면서 화장실로 달려갑니다. '나'는 그 여자를 보면서 동정을 느끼고 색시가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해하지요. 하지만 잠시 후 여자는 화장을 깨끗하게 고치고는 직업적인 웃음을 흘리며 전과 다름없이 들어옵니다. '나'는 웬 까닭인지 껄껄 웃어보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제했습니다.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마거릿 미첼 (0) | 2024.09.13 |
---|---|
데미안 / 헤르만 헤세 (0) | 2024.09.13 |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0) | 2024.09.06 |
판문점 / 이호철, 해방촌 가는 길/ 강신재, 무진기행/ 김승옥 (1) | 2024.09.06 |
아Q정전 / 루쉰,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0) | 2024.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