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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 프란츠 카프카

by mubnoos 2022.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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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부장으로 있는 요제프 K는 자신의 서른번째 생일날 아침 하숙집에서 두 명의 감시인에게 갑자기 체포된다. 그 후 그는 1년 동안 자신도 알지 못하고,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어떤 죄로 인해 법원과의 소송에 휘말려 지내다가 결국 서른한번째 생일날 밤에 처형당하고 만다. 그가 정해진 종말과의 헛된 싸움을 벌여나가는 그 1년 동안, 소설 속에서는 이성적으로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들이 대거 등장한다. 법정은 가정집과 연결되어 있고, 법원과 관계된 인물들은 하나같이 부패하고 음란하다. 주인공은 모든 여인들과 성적 관계로 연결되고, 변호사는 의뢰인을 노예처럼 다룬다. 결국 그는 채석장에서 ‘개같이’ 처형된다.

 

소설의 주인공인 요제프 K는 세속적인 자아에 몰두해 있지만 진정한 자아로부터는 소외된,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소외된 현대인의 전형이다. 그는 사회의 규범에 훌륭하게 적응했으나, ‘죄 있는’ 인물이다. 사회의 규범에 적응한 유죄의 인물에게 작가는 법률적이고 도덕적인 기준만으로는 정의 내리기 어려운 죄, 나아가 ‘인간인 이상 이미 유죄’라는 사상, ‘유죄 판단의 기준과 법의 집행에 인간이 관여할 수 없다’는 사고 등 실존적 차원 내지 종교적 차원까지 암시하고 있는 죄의 문제를 묻는다.

 

 

 

 

ㆍ불안과 고독, 소외와 부조리, 실존의 비의와 역설. 카프카 문학의 테마는 현대인의 삶 속에 깊이 움직이고 있는 난해하면서도 심오한 여러 특성들과 연관되어 있다. 

 

 

소송

 

 

체포

ㆍ누군가 요제프 카(K)를 모함한 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무슨 나쁜 짓을 한 적이 없는데도 어느 날 아침 그가 체포되었으니 말이다.  

 

ㆍ“여기서 나갈 수 없소. 당신은 체포되었소.” “그런 것 같군요. 그런데 도대체 이유가 뭐죠?” K가 물었다. “우리는 그런 걸 말해줄 입장이 아니오. 방으로 돌아가 기다리시오. 이제 소송 절차가 시작되었으니, 때가 되면 모든 걸 알게 될 겁니다.”

 

ㆍ어째서 내가 체포된 겁니까? 더구나 이런 식으로 말이오?

 

ㆍ이 사람은 법을 모른다면서 동시에 죄가 없다고 주장하잖아. 

 

ㆍ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카는 이 순간에 누군가라도 위로의 말이라도 해줬으면 했을지 모른다. 

 

 

 

그루바흐 부인과의 대화. 다음에 뷔르스트너 양

ㆍ여자의 손은 남몰래 많은 것을 해치운다. 

 

ㆍ카가 말하고는 앞으로 달려가더니 그녀를 잡고 그녀의 입에, 그 다음에는 온 얼굴에 키스를 했다. 마직에는 후두가 있는 목에 키스를 하더니 거기에 오래도록 입술을 대고 있었다. 

 

ㆍ그녀는 피곤한 듯 머리를 끄덕이고 반쯤 몸을 돌린 채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척 그에게 키스하도록 손을 내주었다. 

 

 

 

첫 심문

ㆍ저한테 일어났던 일은 개인적인 사건이고, 그것 자체로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 자신이 그걸 별로 중요시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지만 그 일은 숱한 사람들에게 행해지는 처사의 일례이지요. 그 숱한 사람들을 옹호하고자 제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 저 자신을 위해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빈 법정에서. 대학생. 사무처

ㆍ대학생은 여자 어깨 너머로 힐끗 카를 쳐다보았지만, 개의치 않고 여자에게 바짝 몸을 밀착시키더니 그녀를 껴안았다. 여자는 그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녀가 몸을 굽히자 그는 목에다 요란하게 키스를 했는데, 그러는 중에도 말은 별로 중단되지 않았다. 

 

ㆍK는 아주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이 법원에서 행하는 모든 발표의 배후, 그러니까 제 경우에 비추어 말하자면 체포와 오늘 심리의 배후에 어떤 거대한 조직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 거대한 조직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무고한 사람들을 체포하고, 그들을 상대로 무의미하며 제 경우에서처럼 대개 아무 성과도 없는 소송을 벌이는 것입니다.” 

 

 

 

태형리

ㆍ처벌은 정당하고 불가피한 것이니까요. 

 

 

 

숙부. 레니

 

 

변호사. 제조업자. 화가

ㆍ단지 소송에 대해서 전혀 알 길이 없으며, 앞으로도 더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것뿐이지요. 

 

ㆍ변호사가 노리는 것이 위로일까 아니면 절망일까? 카는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곧 자기에 대한 변화가 확실한 보호 아래 있지 않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것 같았다. 

 

ㆍ"당신은 죄가 없는 거지요?" 그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ㆍK 자신이 직접 나서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소송에 대해 이전에 품었던 경멸감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그가 세상에 혼자 사는 것이라면 소송 같은 건 가볍게 무시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숙부가 별써 그를 변호사에게 끌고 왔으며, 집안과 가족들도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그는 소송의 한복판에 서서 자신을 방어해야 했다. 

 

 

 

 

상인 블로크. 변호사와의 해약

ㆍ마침내 카는 변호사에게 자신의 변호를 취소하기로 결심했다. 비록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냐 하는 의심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지만 그 행동이 불가피하다는 확신이 더 강했다. 

 

 

 

대성당에서 

ㆍ모든 걸 진실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지요. 그것을 단지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ㆍ허위가 세계 질서가 되고 마는군요.

 

 

 

 

종말

ㆍ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끝까지 침착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난 항상 스무 개의 손을 가지고 세상에 덤벼들려고 했으며, 더구나 일정할 만한 목적이 없이 그랬던 거야. 그건 옳지 않았지. 일 년에 걸친 소송도 나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줄 수 없었음을 하직해야만 하는 걸까? 

 

ㆍ카는 자기 위로 손에서 손으로 오가는 칼을 스스로 잡아 자기를 찌르는 것이 자기의 의무일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고 아직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목을 돌려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는 스스로를 완전히 입증해 보일 수도 없었고, 당국으로부터 모든 일을 제거할 수도 있었다. 이러한 마지막 과오에 대한 책임은 그런 행동에 필요한 힘의 여분을 포기한 자가 져야 할 것이다. 

 

ㆍ아무리 확고부동한 논리라 할지라도 그것은 살고자 하는 사람에겐 저항하지 못한다. 

 

ㆍ카의 목구멍에 한쪽 남자의 양손이 놓이고 다른 남자는 칼로 그의 심장을 찌르고는 거기를 두 번이나 돌렸다. 흐려져가는 눈으로 카는 두 남자가 바로 자기 눈앞에서 뺨과 뺨을 맞대고 종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개 같군." 그가 말했다. 그가 죽은 후에는 치욕만이 남아 있을 것 같았다. 

 

 

 

 

 

 

 


미완성 장들

 

B의 여자친구

 

검사

ㆍ카는 은행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인간에 대한 지식이나 세상에 대한 경험을 많이 갖게 되었지만 단골손님용 식탁에서 알게 된 교제 그룹이 항상 특별히 귀중하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자기가 그런 그룹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 커다란 명예라는 것을 한 번도 부인하지 않았다. 

 

ㆍ상대방은 침묵하고 있을 뿐이고 그리고 머리를 흔드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했다. 

 

“당신의 소송이 안 좋은 상황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신부가 물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더군요.” K가 말했다. “저로서는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겠어요. 신부님은 아십니까?” “모릅니다.” 신부가 대답했다. “그러나 좋지 않은 결말로 끝나게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는 당신의 죄가 입증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죄가 없습니다.”

 

엘자에게로

 

차장과의 싸움

 

관청

 

어머니에게로 가는 길

ㆍ그가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은 물론 할 수가 없었다. 

 

 

 

 

 

 

 

 

해설 ㅣ 해석되지 않은 문장으로 고발하는 허위의 질서

 

ㆍ카프카의 소설 속의 사건은 그 어떤 동기나 원인도 없이 급작스럽게 시작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우연처럼 보이는 사건들이 꿈과 현실, 잠과 깨어남, 그리고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상태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ㆍ카프카에게 있어 지상의인간은 이데올로기의 노예로, 메커니즘화된 제도권의 기능적인 부속물로, 경제체제 속의 숫자놀이에만 몰두해 있는 존재로 나타난다. '세인'으로서의 인간에게는 정신, 영혼, 사랑, 인간다움 등은 거부된다. 

 

ㆍ인간은 자신의 지위에 의해 호칭되고, 등급이 매겨지며, 그 등급에 따라 존재 가치가 평가된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필연적인 실존방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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