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밀성의 구조변동
이 책의 미덕은 얼핏 한줄기 유행을 휘몰아치고 있는 듯 보일 수도 있는 섹슈얼리티 문제를 땅으로 끌어내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로 삼는다는 데 있다. 섹슈얼리티를 삶의 역사와 현재의 지형도 속에 자리매김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구체적 성찰로 나아갈 수 있게 길을 열어준다.
ㆍ현대인은 사랑과 서에 대해 얼마 만큼이나 진지하게 대화할 수 있을까? 삶의 가장 비밀스럽고도 부끄러운 부분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게 된다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ㆍ현대 사회의 감정적인 측면에 대한 역사는 감추어져 왔으며 아직도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것은 남성들의 공적인 자아와는 분리되어 있는 남성들의 성 추구의 역사이다. 현대의 사회생활에서 여성의 성이 남성에 의해 통제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한 통제가 깨어지기 시작함으로써, 남성 섹슈얼리티의 강박적 특성이 보다 쉽게 드러가네 되었으며,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은 더욱 증대하였다. 그렇게 되면서 남성과 여성 사이의 감정적인 심연이 드러났던 것이다. 오늘날 섹슈얼리티는 정말 혁명적인 변화, 그리고 뿌리에서부터 뒤흔들리는 변화를 겪고 있다.
ㆍ섹스는 공적인 영역에서도 늘상 드러나는 문제이며, 게다가 혁명의 언어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ㆍ순수한 관계란 성적, 감정적으로 평등한 관계이며, 기존의 성차별적 권력 형태에 대해 폭발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1] 일상적 실험.관계.섹슈얼리티
ㆍ섹슈얼리티는 오늘날 속속들이 밝혀지고 널리 개방되었으며,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과 연결될 수 있게 되었다. 섹슈얼리티는 더 이상 미리 정해진 자연적 조건으로서 단지 수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혹은 계발해 나가는 것이 되었다. 섹슈얼리티는 신체와 자기정체성, 그리고 사회 규범이 일차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으로써, 자아의 성형가능한 일면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ㆍ정숙함이란 오래 전부터 성적인 유혹에 굴복하지 않는 여성이라는 의미로 규정되어 왔다. 반면에 남성은 신체적 건강을 위해서 다양한 성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전통적으로 인식되어 왔다.
ㆍ고도로 성찰적인 사회의 근본적인 특징들은 바로 자기 정체성의 개방적 성격과 신체의 성찰성이다. 기존의 성역할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투장하는 여성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매우 강렬하게 부각된다. 지배적인 이성애적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남녀 동성애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성적 정체성에 관한 것이지만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자아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성찰적 기획 곧 과거, 현재와 미래에 대한 어느 정도 지속적인 심문이 되었다.
[2]푸코와 섹슈얼리티
ㆍ권력은 한계를 설정하는 것일 뿐 아니라 동원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 푸코
ㆍ푸코에 있어 섹슈얼리티의 발명은 현대적 사회제도가 형성되고 굳어지는 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뚜렷한 과정 중의 하나이다.
ㆍ섹슈얼리티는 19세기 처음으로 등장한 말이다. 섹슈얼리티는 권력의 장 안에서 작동하는 하나의 사회적 구성물이며, 즉각 풀어지거나 혹은 풀어지지 않는 단순한 생물학적 자극만은 아니다.
ㆍ섹슈얼리티는 재생산에서 벗어남으로써 성의 전진적 분화의 일부가 되었다. 재생산 기술이 보다 정교화됨으로써 그러한 분화는 오늘날 완결되었다. 임신은 인공적으로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섹슈얼리티는 마침내 완전히 자율적인 것이 되었다. 섹슈얼리티는 성 행위가 없어도 가능하다. 이것이야 말로 섹슈얼리티를 위한 최후의 해방이며 따라서 섹슈얼리티는 개인 상호간 교섭의 성질이 될 수 있게 되었다.
ㆍ신체의 정체성은 현대적 의미의 다이어트의 발명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가속화되었다.
[3] 낭만적 사랑. 그리고 다른 애착들
ㆍ낭만적 사랑 복합체가 가진 내재적으로 전복적인 특징은 사랑과 결혼과 모성의 결합에 의해 그리고 진실한 사랑이란 일단 발견되기만 하면 영원하다는 관념으로 인해 오랫동안 억눌러져 있었다. 결혼이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영원했던 때에는, 낭만적 사랑과 성적 파트너쉽이 확실히 구조적으로 적합한 것처럼 보였다. 그 결과 종종 오랜 불행의 나날이 초래되기도 하였다. 결혼하기 위한 맹세로서의 사랑과 일단 결혼한 이후 계속해서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요구 사이의 연관이 워낙 빈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이 실질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임노동을 남편의 영역으로 배당하고 아내에게는 가정을 배당한 성별 분업 덕분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점잖은 여자라는 포시로서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결혼에 감금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했던가를 알 수 있다. 남성들로 하여금 싹트는 친밀성의 영역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동시에 또한 여성들로 하여금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삼도록 한 것이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4] 사랑.헌신. 그리고 순수한 관계
ㆍ남성들은 오늘날에 와서야 처음으로 어떤 모종의 남성성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발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시기에 남자들은 자기네의 활동이 역사를 구성한다고 가정해 왔으며, 반면 여자들은 언제나 해 왔던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며 따라서 거의 시간 외부에 존재한다고 여겨졌다.
ㆍ남자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남자들은 남성 연대성의 의례들과 결합되어 있으며 물질적 보상이 부여하는, 남자들 가운데서의 지위를 원한다.
[5] 사랑.섹스. 그리고 다른 중독들
ㆍ유혹은 한때 성취와 장애의 극복이라는 남성적 세계, 즉 모더니티 그 자체의 남성적 세계에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지향은 유혹이 일단 그 초창기의 의미를 상실해 버리자 텅 빈 것이 되고 말았다. 난봉꾼들은 카사노바가 그랬던 것처럼 - 정조의 약탈자일 뿐만 아니라 성적 격리로부터의 잠재적 구원자로서 - 성적 파트너들에게 특별해질 수 없다. 현대의 성적 모험가는 낭만적 사랑을 버렸거나 또는 단지 그 언어를 설득의 수사학으로서만 사용한다. 그러므로 여성들에 대한 그의 의존은 오직 성적 정복의 역학을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다. 난봉꾼들은 섹슈얼리티와 친밀성 그리고 자기정체성의 성찰적 구성 사이의 연관들을, 어떤 다른 남자들보다도 더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사랑을 주고 받을 능력이 있는 독립적 존재로서 여자들을 만난다기보다는 오히려 여자들에게 예속된 상태에 있다. 난봉꾼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녀들을 사랑하고 그리고 떠나버리는 인물로 나타난다. 그러나 실은 그는 그녀들을 떠날 능력이 없다. 하나의 이별은 언제나 또다른 하나의 만남을 위한 서곡에 불과한 것이다.
ㆍ여자들은 사랑을 원하고 남자들은 섹스를 원한다.
[6] 공의존의 사회학적 의미
ㆍ친밀성의 구조변동은 Sex와 Gender에 관한 것이지만, 그것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ㆍ친족은 성별과 마찬가지로 한때는 당연하게 주어진 것으로 여겨졌던, 생물학적 또는 결혼 결합이 창출하는 일련의 권리와 의무들이다. 친족 관계는 현재적 제도들의 발전과 더불어 크게 파괴되었다는 것이 널리 회자된 통설이다. 그러나 상세히 고찰하지 않더라도 이런 견해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별거하고 이혼하는 사회에서 핵가족은 예컨데 소위 재조합적 가족과 연관된 다양한 새로운 친족적 유대를 발생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유대의 본성은 전보다 더 많이 협상되어야 함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친족 관계들은 신뢰의 기초로서 당연시되곤 했었다. 하지만 이제 신뢰는 협상되고 거래되어야만 하며, 그 헌신은 성적인 관계에서 만큼이나 논쟁거리가 되었다.
[7] 인격적 교란.성 트러블
ㆍ상실로서의 남성성, 이러한 주제가 가부장적 지배가 지속되는 현실과 부합할 수 있는가? 성별 노동 분업이 가정이나 작업장, 그리고 현대 사회의 모든 맥락 속에 실질적으로 강력하게 남아 있기 때문에, 남성들은 대체로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권력을 늦추려고 하지 않는다. 권력은 이해관계에 속박되어 있으며, 왜 그런지를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물질적 고려점들도 명백히 있다. 그러나 남성의 권력이 여성의 공모 그리고 여성이 제공하는 경제적이고 정서적인 서비스에 기초하고 있는 한, 위협 아래 놓여 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8] 순수한 관계의 모순들
ㆍ순수한 관계의 출현이 과연 파괴적인 결과를 낳을 것인지 아니면 통합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친밀성의 구조변동은 조형적 섹슈얼리티와 더불어 양성을 다시 화합시킬 수 있는 조건들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적인 평등이나 심리적 재구조화를 성취하기도 너무나 어렵지만, 그러나 그 이상의 무엇이 여기에 연관되어 있다.
[9] 섹슈얼리티.억압.문명
ㆍ오늘날 섹슈얼리티가 우리에게 이토록 중요해진 것은 그것이 현대성의 통제 체제에 어떤 의미를 갖기 때문이 아니라, 섹슈얼리티야 말로 서로 다른 두 가지 과정, 즉 경험의 격리와 친밀성의 구조변동이라는 두 과정을 연결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행동양식과 그 도덕적인 충만함 - 그리고 양성 간의 권력 불균형 - 은 현대성의 내부 준거적인 질서로 대치되었고, 그렇게 됨으로써 섹슈얼리티는 재생산에서 분리되었으며 재상산의 사회화가 진행되었다. 그와 동시에 과거에 자연적이었던 것이 점차 사회화되고 이 과정의 직접적인 결과로서 개인의 행동과 상호작용의 영역은 근본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섹슈얼리티의 이러한 변화의 은유로서 활용되었으며, 특히 자아의 성찰적 기획의 핵심이 되었다.
[10] 민주주의로서의 친밀성
ㆍ친밀성의 가능성은 바로 민주주의의 약속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짐의 구조적 원천은, 순수한 관계가 섹슈얼리티의 영역 뿐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 그리고 다른 친족관계나 우정에서도 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개인생활의 민주적 질서를 위해 어떠한 윤리적 기본들이 발전할 수 있는지 조망해볼 수 있다. 그것은 성 관계나 다른 개인적인 영역에서 합류적 사랑의 모델과 부합하게 될 것이다.
ㆍ성차의 속성은 다음과 같이 만들어졌다
1) 모든 개인은 남성이 아니면 여성이며, 그 사이에 있는 사람은 없다.
2) 개인의 신체적 특성이나 행동의 특질들은 지배적인 성차의 틀에 따라서 남성적인 것 혹은 여성적인 것으로 해석되었다.
3) 성차의 지표들은 성차 지위에 맞는 행동 유형으로 용인되는 범위 내에서 일상적으로 평가되고 검토된다.
4) 성차에 따른 차이들은 구성되고 재구성되며, 성 정체성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다시 적용됨으로써 양성에 걸친 요소들을 걸러냈다.
5) 행위자들은 자기의 외모와 행동을 자연적으로 주어진 성정체성에 비추어 스스로 감시한다.
ㆍ에로티시즘은 폭넓은 정서적 목적 속에 재통합된 섹슈얼리티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이다.
ㆍ섹슈얼리티는 경제 성장과 기술적 통제에 골몰해 있는 문명의 안티테제라기보다는, 바로 그러한 문명의 실패를 체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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