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기

좁은 문 / 앙드레 지드

by mubnoos 2021. 10. 25.
728x90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누가복음 13장 24절

 

 

 

 

일찍이 아버지를 여읜 제롬은 방학 때마다 두 살 위인 알리사와 한 살 아래의 줄리엣, 이 두 외사촌이 있는 삼촌 집에 내려가 함께 살았다. 알리사는 정숙한 반면 줄리엣은 말괄량이였다. 알리사의 어머니는 바람기가 있는 여인으로서, 행복한 가정을 버리고 젊은 장교와 놀아났다. 그 뒤로 알리사의 신앙은 깊어졌고, 보다 청순한 것을 찾게 되었다. 제롬은 주일 예배 때 알리사와 더불어 들은 설교를 평생 잊을 수가 없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제롬은 모든 괴로움과 슬픔을 넘어 하나님의 길에 이르듯이 노력한다면 알리사와의 사랑에 결실을 가져오게 되리라 믿었다. 쾌활한 줄리엣은 알리사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다. 몰래 제롬을 사랑하고 있지만, 반항적으로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만다. 제롬은 알리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알리사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가 되자고 대답한다.

제롬은 군에 입대한다. 그리고 알리사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내고, 알리사도 여기에 대해 답장을 보낸다. 그러나 만나서 결혼을 종용하면, 알리사는 "우리는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거룩함을 위해서 태어난 것입니다”고 대답하여 제롬을 실망시키는 것이었다. 편지 속의 알리사와 현실의 알리사가 다름에 제롬의 마음은 피곤해진다. 제롬은 알리사를 단념하고 3년의 세월을 보낸다. 오랜만에 둘이는 다시 만나게 되지만 알리사는 너무나 정결한 존재였다. 그녀는 스스로 지상의 사랑을 버리고 '좁은 문'을 거쳐 행복에 이르는 길을 걸으려 하고 있었다.

그날 밤, 알리사는 수정 목걸이를 걸지 않고 있었다. 제롬은 쓸쓸한 마음으로 알리사의 곁을 떠났다. 알리사는 "내가 수정 목걸이를 걸지 않고 만찬에 나오면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돌아가 주세요”라고 미리 선언했던 것이다. 그 뒤, 제롬은 알리사가 요양원에서 숨진 사실을 줄리엣의 편지를 통해 알게 된다. 알리사의 일기에는 "하나님이시여, 다시 한 번 그분을 만날 수 있도록 하여 주옵소서”라는 구절을 비롯해, 몹시도 제롬을 사랑했지만 '좁은 문'인 하나님에의 봉사 때문에 고민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ㆍ다른 사람들이라면 내 이야기로 책 한 권을 썼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온힘을 다해 내가 겪었고, 내 기력을 소진시킨 이야기다.

 

ㆍ나는 외숙모 곁에 있으며 야릇한 거북함, 일종의 찬탄과 두려움이 섞인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어쩌면 막연한 본능로 그녀에 대한 경계심이 들었던 것 같다. 

 

ㆍ"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ㆍ난 네가 '훌륭한' 이란 말로 뭘 의미하는지를 우선 알고 싶구나! 적어도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아주 홀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거야. 하느님의 눈에 아주 훌륭한 사람이.

 

ㆍ인생의 물결이 그 분의 영혼에 휴식을 줄 수는 없는 걸까? 사랑의 아름다운 이미지여, 그대의 모습은 여기서 무엇이 되었는가? 

 

ㆍ네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 이젠 다 끝났어. 내 인생은 결정되었어. 

 

ㆍ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랑해'라고 말할 때가 아니라네.

 

ㆍ나는 나의 사랑 이외에는 내 삶의 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나는 그 사랑에 매달렸고,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 외에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고 또 더 이상 기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ㆍ제롬, 너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나는 너를 강한 사람이라고 느껴야 하고, 너에게 의지해야만 해. 약해지지 마. 

 

ㆍ이곳에 온 이후로 나는 기도를 거의 드리지 못하고 있어. 나는 하느님이 더 이상 같은 곳에 계시지 않는다는 어린애 같은 생각이 들어.

 

ㆍ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이 침묵은 어쩌면 그녀가 내게 부과하는 마지막 시련일지도 모른다. 

 

나는 자주 혼자 사랑은 내가 내 안에 간직하고 있는 것 중 가장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해. 나의 모든 미덕은 사랑에 달려 있고, 사랑은 나를 나 자신 이상으로 드높여 준다고 생각해. 사랑이 없다면 나는 아주 평범한 보잘것없는 인간의 수준으로 다시 떨어져버릴 거라고 생각해. 아무리 험하고 좁은 길이라도 너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내게는 가장 좋은 길로 보여.

 

ㆍ경멸? 냉담? 아니다, 이겨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내가 맞서 싸울 수 있는 아무런 대상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주저했고, 내 스스로 불행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기도 했다. 내 불행의 원인은 그토록 미묘했고, 알리사는 내 불행을 모르는 척 교묘하게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대체 내가 무엇을 한탄할 수 있었겠는가?

 

ㆍ대상 없는 사랑에의 집착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는가? 그건 고집이었지. 더 이상 충실한 것이 아니었다. 무엇에 충실한 것이었는가? 과오에 충실한 것이었다. 가장 현명한 것은,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ㆍ나는 많은 여자들이 공통으로 지닌 결점, 너무 많이 쓴다는 참을 수 없는 결함을 피하고 싶다. 이 일기장을 자기 완성의 한 도구로 여길 것.

 

ㆍ아! 기다림은 얼마나 나를 지치게 하는가! 주여, 행복의 넓은 문을 잠시나마 제 앞에 열어 주소서!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