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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 / 폴 크루그먼

by mubnoos 2021. 1. 29.

 

경제학은 우리가 원하는 것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생산성의 발달은 무조건 일자리를 뺏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성의 발달이 지연된 새로운 부분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결국 문제의 초점은 새롭게 창출된 일자리의 질에 맞춰져야지, 무조건적인 비관론에 빠지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해결을 가로막을 뿐이다.

 

사람들이 그저 상식이라고 하는 것이 실은, 우리가 경탄을 금치 못하는 대부분의 전문적 기술보다 훨씬 더 복잡 미묘한다 – 마빈 민스키

 

서문

경제이론의 핵심 관념은 아주 간단해서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언제나 기회를 이용할 것이라는 명제 + 나의 기회는 상대방의 행위에, 또 상대방의 기회는 나의 행위에 좌우되는 것이 보통이라는 관찰이다.

 

  1. 일자리, 일자리, 일자리

1963년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 이론>이 출간되기 전까지 경제학자들은 개별 시장들의 행위와 그 시장들 간의 자원 배분에 관한 미시경제학을 발전시켜 왔다. 반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호황과 불황같은 경제 전반에 걸친 사건들에 관해 연구하는 거시경제학은 대공황을 전혀 해명하지 못한 탓에 발전이 멈춰있었다. 고전 거시경제학은 경제에는 완전 고용으로 복귀하는 장기적인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장기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이 학설의 두 가지 중심교리는 화폐수량설과 ‘이자의 대출 가능 기금’ (이자율은 총 저축과 총 투자가 동등하게 되도록 상승하거나 하락한다) 이론이다. 케인즈는 이런 이론이 장기적으로는 옳을 지 몰라도 단기적으로 이자율은 유동성 선호에 의해 결정되며 저축이 투자를 초과하면 이자율이 아닌 고용과 산출물의 수준이 하락한다고 말했다 –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

 

저축이 성장에 해롭다는 주장을 하려면 연준이 무기력하다는 점을 논증해야 한다. 연준은 이자율을 인하함으로써 적정 수준 이상의 저축 증가를 더 높은 투자로 전환할 수 있다. 소비 지출의 감소를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 우파의 문제

두 종류의 사회가 있다. 각 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한 가지 직종에 종사한다. 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1년 동안 버는 총액은 완전히 그들의 기술과 노력에 따라 결정된다. 이 사회에서는 소득이 균등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의 차이나 노력의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의 편차는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며, 고기를 많이 잡는 사람들의 소득은 그에 상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을 것이다. 다른 사회에서 사람들은 금광업에 종사한다. 이 사회에서 몇몇 사람들은 광맥이 풍부한 금광을 찾아내 부자가 된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별 볼일 없는 금광밖에 찾아내지 못하고, 그에 따라 열심히 일함에도 소득이 너무적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대단히 불공평한 소득 분배가 된다. 이런 결과는 부분적으로 노력과 기술의 차이에 따른 것일수도 있다. 금맥을 찾는 특별한 재주가 있거나, 더 열심히 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도 있고 근면함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되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고, 소수만이 엄청난 부자가 될 것이다. 미국은 이제 어부들의 화기애애한 사회에서 멀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공평이 더욱 심화되는 것은 단지 살고 있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은 단지 금속일 뿐이다. 사회가 금을 교환의 매개물로 사용하면 편리하지만, 교환 수단으로는 다른 것도 가능한 만큼 이 멋지기는 하지만 유용성은 별로인 물질에 어떤 대체 불가능한 중요성이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금본위제로 돌아갈 마땅한 이유는 없다. 연준은 달러 화를 어떤 것에도 연동시키지 않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만큼 돈을 찍어낼 수 있다. 이와 같이 구속을 받지 않는 시스템에는 강력한 이점이 있다. 연준은 화폐 발행을 통해 경기 후퇴에 자유롭게 대처할 수 있다. 다만 국제 간의 거래와 투자에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단덤이 있다.

 

금본위제는 고정 환율제에 수반되는 모든 불리함을 안고 있다. 둘째로 금은 다른 재화나 서비스를 가지고 환산할 때 안정된 기준이 되지 못한다. 세계 경제의 필요성과는 전혀 상관없는 수요와 공급의 변동에 따라 (예컨대 치의학의 변화에 따라) 가격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하나의 상품이다. 금은 단지 금속일 뿐이며, 그 가치는 그것이 교환될 수 있는 진정으로 유용한 재화로부터 나온다.

 

 

 

3. 세계화의 뜬구름

과정에 관계하고 있는 자들의 근본 동기가 아무리 치사하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로 수억 명의 사람들이 극빈 상태에서 여전히 심각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나아진 수준에 올라서게 된 것이다.

 

못사는 사람을 그냥 두는 것이 최선일까, 아니면 고된 사회 속에 편입해서 일정수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 답은 없다. 알 수가 없다. 거대한 흐름에 대해서 옳고 그름을 논하는 건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다.

 

구호는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한다. 열심히 생각해야 하는 수고를 대신해 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되풀이 외치다 보면 공동체 의식이 심어지기 때문이다.

 

 

4. 성장이란 환상

경제학을 사용하는 방법- 정치적인 입장을 정한 뒤 가능한 그럴듯한 주장들을 나열하는 것은 당연히 경제학에 접근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우선 경제학 모델들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모덴이 사실과 얼마나 들어맞는지, 또한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탐구하며 정책적 견해를 세워나가야 한다. 경제학을 이야기하려면 자그마한 모델을 토대로 생각을 전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토론을 하거나 경제 신문을 보는 것보다 경제 교과서를 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명목 임금의 경직성은 인프레 비율을 낮은 수준으로 묶어 두려는 노력이 실질 임금의 탄력성을 해치고, 그리하여 실업률을 장기적으로 상승시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종 목표로는 3~4%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잡고, 목표 수준보다 높거나 낮게 움직이면 목표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이 장기 불행을 맞은 이유- 중앙은행이 통화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준에 한계는 없다. 채권을 사들이기만 하면 된다. 일본은 통화 공급을 증가시켜 더 많은 현금을 유통시켜 직접적으로 소비를 자극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여전히 거품 경제의 기억에 사로잡혀 두려워하며 통화 공급의 확대를 우려하고 있었다.

 

 

 

5. 투기꾼의 무도회

고정환율의 문제점- 정부가 가령 금과 같은 어떤 품목의 가격을 안정시키려 한다고 상상하자. 재고가 충분한 상태에서 시작했다면 정부는 한동안은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가격이 목표 수준을 넘으려고 할 때마다 비축분의 일부를 내다팔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비축분이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서, 선견지명이 있는 투지꾼들이 재고가 소진될 그날을 예측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비축분이 소진되면 정부는 더 이상 가격을 안정시킬 수 없고, 가격은 급등할 것이다. 투기꾼들은 재고가 바닥나기 전에 그 품목을 일부 사들이기만 하면 된다. 되팔면 엄청난 자본 이득이 남는다. 하지만 금이든 뭐든 이러한 투기적 구매는 비축분의 소진을 가속화시켜, 결산일을 더욱 앞당길 것이다. 따라서 현명한 투기꾼이라면 한 발 앞서 좀더 일찍 구매에 나설 것이고, 그로 인해 재고는 더욱 빨리 감소하여 조기 구매를 더욱 촉발할 것이다. 그 결과, 정부 비축분은 오랫동안 서서히 줄어들다가 결정적인 지점 이하로 떨어지는 순간 갑자기 대혼란에 빠진다.

 

고정환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금 비축분의 역할이 외환 보유고로 바뀔 뿐, 똑같은 논리로 사태가돌아간다. 투기꾼들은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한꺼번에 움직이고, 수십억 달러의 외환 보유고는 며칠 만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

 

투기적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자국 통화의 인출 사태를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 투기꾼들에게 고정된 목표를 주지 않는 것이다. 달러화처럼 1년 중 어느 때라도 내려갈 가능성만큼 올라갈 가능성이 있으면 된다. 다른 하나는 특정 환율에 대한 언질이 신뢰할 만하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것이다. 네덜란드 길더 화의 경우 독일 마르크 화에 고정시키고, 이를 유지할 능력과 의도 둘 다 있는 것이 분명하기에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다. 세번째 방법, 자국에서 돈을 가지고 나가려는 자들을 자제시킬 정교한 규제책을 세우는 것이다.

 

고정환율을 가지면 자국의 통화 정책을 가질 기회를 포기하게 된다. 경기 후퇴에 맞서 이자율을 내리거나 인플레이션에 맞서 올릴 수 없다.

 

평가 절하를 기대하는 투기꾼들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통화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의 이자율을 고수하는 고통을 견딜 용의도  능력도 없는 나라에서는 고정환율제는 투기꾼들의 자기실현적 예언에 의해 결정된다. 투기꾼들이 존속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존속할 것이고, 붕괴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붕괴될 것이다.

 

 

 

6. 시장을 넘어서

사람들은 경제학자들이 GDP를 증가시키는 것은 좋은 것이고 그 외의 것은 무가치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유시장에서 행해지는 것은 무엇이든 옳다고 믿는 사람들일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자유 시장 체제가 일반적으로 경제를 돌아가게 하는 대단히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옳다. 다만 가격이 정당한 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한에서만 그렇다. 환경 문제는 어느정도 행위에 대한 개인적 비용이 진정한 사회적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는, 가격이 잘못된 상황을 포함하고 있다.

 

교통 문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대표적인 처방으로 혼잡 부담금 Congestion fee이 있다. 교통난이 극심한 시간에 도로를 사용하는 데 대한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대의 기술을 활용하면 요금 징수소 없이도 징수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워에 운행하면 추가 요금을 부담하는 대가로 출근을 빨리 할 수 있게 된다. 출퇴근 시간에 서울의 고속도로는 희소한 자원이다. 이에 대한 소유권은 아무에게도 없으며 그래서 남용되기가 쉽다. 혼잡 부담금은 재산권을 적절히 정희하려는 노력이다. 교통 체증에는 비용이 따르고, 인센티브를 도입하거나 자유시장을 도입하는 방법으로 개선할 수 있다.

투표행위란 어느정도 개인적 이해를 합리적으로 추구하는 행위다. 이 말이 뜻하는 바를 철저히 생각해 본다면 그 의미는 대단히 파괴적인 것으로 드러나서, 민주주의가 도대체 왜 움직이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선거의 4대 원칙 중 하나는 평등선거이다. 한마디로 1인 1표. 옛날 영국에서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릿지 대학교 학생들에게 한 표씩을 더 줬다고 한다. 학식과 전문성이 뛰어나니까, 나라의 운영을 결정지을 때 이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되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투표의 실체를 보면 그렇지가 않다. 투표는 사실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진다.

무임승차의 문제야말로 모든 건전한 사람들이 어느 정도 강제력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다.

 

전체 대중은 합리적이면 합리적일수록 정치와 정채에 관해서는 더욱 나 몰라라 하게 된다.

 

과거에는 엘리트 계층이 신체적으로 일반 백성들보다 우월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만이 고른 영양을 섭취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의 경우 상류층 출신 청년들은 노동 계급 출신의 동년배들보다 평균 4인치 정도 키가 더 컸다. 그때 이후로 일어난 일은 화폐로 환산되는 소득분배와 단순비교만 가지고는 설명할 수 없는 문자 그대로 인간 조건의 평등화인 것이다.

 

오늘날 학문에 뜻을 두고 전념하고 싶으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선택 조건 중에서 택해야 한다. 먼저 찰스 다윈 처럼 부잣집에서 태어나 유산을 가지고 평생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아니면 진화론의 공동 발견자로 썩 부유하지는 못했던 앨프레드 윌리스처럼 다른 일을 하면서 먹고 살고, 학문은 취미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 19세기의 많은 과학자들처럼 학문적 평판을 바탕으로 유료 순회강연을 계속하면 강사료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명성이란 그 전보다 훨씬 더 평범한 것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쉽게 오지는 않는다. 이 글을 쓰는 것도 바로 그와 같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은 나의 꿈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mubno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