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날 때 세 가지 목표를 품고 있었다.
첫 번째는 독립된 경제를 꾸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불황을 타지 않는 삶을 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한 생필품이나 노동력을 시장에서 사고 팔지 않는 독립된 경제를 계획했다. 그러면 고용주든 자본가든 정치가든 교육행정 가든 우리에게 간섭할 수가 없을 것이었다.
두 번째는 건강이었다. 우리는 건강을 지킬 뿐 아니라 더 건강해지고 싶었다. 도시 생활은 여러 가지로 우리를 조이고 억눌렀다. 건강한 삶의 토대는 단순했다. 땅에 발붙이고 살고, 먹을 거리를 유기 농법으로 손수 길러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 번째 목표는 사회를 생각하며 바르게 사는 것이었다. 우리는 되도록 많은 자유와 해방을 원했다. 여러가지 끔찍한 착취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지구의 약탈자로부터, 사람과 짐승을 노예로 만드는 것으로부터 전쟁을 일으켜 사람을 죽이고, 먹기 위해 짐승을 죽이는 것으로부터 말이다. 6
스무 해의 체험 속에서 이 가운데 어떤 것은 만족스러웠지만 어떤 것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하나, 쓸모 없고 거칠기만 하던 산골짝의 땅뙈기를 개간해 기름진 밭으로 가꾸어 풍성하게 거두었다. 좋은 채소, 과일, 꽃이 다 거기서 났다.
둘, 집짐승이나 집짐승의 똥오줌,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도 농사일을 만족스럽게 해냈다.
셋, 몸을 누이고 쉴 집을 손수 지었고, 아무에게도 빚지지 않고 살았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을 만큼의 잉여 농산물도 있었다.
넷, 작은 사업을 시작하여 임금이 나올 만큼 제법 훌륭하게 꾸렸다.
다섯, 스무 해 동안 전혀 의사를 만나거나 찾아가지 않았을 만큼 건강을 지켰다.
여섯, 도시의 삶이 요구하는 복잡함 대신에 몹시 단순한 생활양식이 자리잡았다.
일곱, 해마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시간을 여섯 달로 줄이고 나머지 여섯 달은 여가시간으로 정했다. 여가는 연구, 여행, 글쓰기, 대화, 가르치기 들로 보냈다.
여덟, 우리 집은 늘 열려 있어서 누구나 찾아와 함께 먹고 잘 수 있었다. 사람들은 며칠 동안 묵기도 했고, 몇 주 또는 그보다 더 오래 머물기도 했다. 7
Samuel Strickland는 ‘27 Years in Canada West’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숲에서 살기를 다시 해 본다면, 작은 오두막이나 돼지우리 말고는 어떤 것도 통나무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통나무집들이 가장 지저분하고, 불편하며, 돈은 가장 비싸게 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분명히 알았기 때문이다.” 47
일을 할 때 우리는 절대로 서두르지 않았다. 가끔 소나기가 막 쏟아지려 하거나, 수액 통이 흘러 넘치거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주문이 밀려드는 일이 없는 한, 우리는 일을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으려고 비상상태를 될 수 있는 대로 미리 예상해서 대비해 두려고 노력했다. 옛말에 있듯이 서두르면 일을 그르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이나, 어느 날이나, 어느 달이나, 어느 해나 잘 쓰고 잘 보냈다. 우리가 할 일을 했고, 그 일을 즐겼다. 충분한 자유시간을 가졌으며 그 시간을 누리고 즐겼다.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할 때는 비지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했다. 그러나 결코 죽기 살기로 일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더 많이 일했다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가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사람에게 노동은 뜻있는 행위이며,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일이고, 무엇을 건설하는 것이고 따라서 매우 기쁨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59
Frand Lloyd Wright는 ‘On Architecture’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어떤 집이 정말로 쓸모에 따라 잘 설계되고 저마다의 공간이 제대로 배치되어 있다면, 그림 같은 모습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굳게 믿고 있다.” 66
집을 지을 때 따라야 하는 네 가지 원칙.
첫째, 모양과 기능을 모두 따져서 집의 구조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집은 둘레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셋째, 집은 되도록 그 고장에서 나는 재료들을 써서 짓는 것이 좋다.
넷째, 집의 생김새는 거기에 사는 사람을 표현해야 하고, 그 집으로 집 주인을 알 수 있어야 한다. 66
플래그는 ‘작은 집’에서 네 가지를 주장했다.
첫째 돌집은 낮게 지어야 한다. 왜냐 하면 높이가 1.5미터가 넘으면서부터는 그 위에 돌과 콘크리트를 쌓는 비용이 높이에 비례해 늘어나기 때문이다. 만일 이층을 짓고 싶다면 다락처럼 되도록 낮게 지어야 한다.
둘째, 지하실 공간은 할 수 있는 한 작게 하고 모든 바닥은 되도록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한다. 만일 원하는 것이 따로 있다면 콘크리트 바닥 위에 다른 것을 또 깔면 된다. 난방 파이파나 전선은 전선관이나 도관 안에 넣어서 설치한다.
셋째, 집은 탁 트인 하나의 공간이 되어야 하며, 문틀과 창틀은 단단한 재료로 만든다. 돌과 콘크리트로 벽을 세우고 아무런 장식도 하지 않아야 한다.
넷째, 벽은 다시 쓸 수 있는 거푸집으로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다 우리가 겪은 것을 바탕으로 세 가지를 덧붙이고 싶다.
다섯째, 지붕 선을 되도록 단순하게 만든다. 지붕창을 만들거나 본래의 지붕말고 따로 모양을 내는 일이 되도록 없게 한다.
여섯째, 될 수 있는 대로 모든 것을 표준형으로 하는 것이 좋다. 군더더기를 없애서 되도록이면 돈을 적게 들인다.
일곱째, 충분히 크게 만든다. 왜냐하면 돌벽을 한 번 세우면 건물을 넓히려고 벽을 부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77
여러 해 동안 우리는 퇴비 말고는 아무것도 밭에 주지 않았다. 땅에 살아있는 음식을 주었지, 결코 죽은 비료나 비활성비료 또는 합성 비료나 인공비료는 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 밭에는 멋진 빛깔과 맛을 자랑하는 훌륭한 곡식들이 풍성하게 자라났다. 해마다 우리는 흙을 더욱 기름지게 해서 더 많이 거두었을 뿐 아니라 겉흙도 더 많아졌다. 밭고랑을 남북 방향으로 만들어서, 곡식들 사이에 있는 흙이 햇빛을 아주 많이 받도록 했다. 그리고 고랑 하나하나를 표시하려고 말뚝 에 숫자를 적어 박아 두었다. 처음에 실험 삼아 밭농사를 지으면서는 통나무를 톱질해 말뚝을 만들고 숫자를 쓰기 전에 먼저 말뚝 끝에 페인트를 칠했다. 나중에는 단단한 단풍나무나 물푸레나무 묘목의 곧은 부분을 말뚝으로 썼다. 할 수 있다면 말뚝을 텃밭으로 가져 가기 전에 한 해 동안 말렸다. 가을에 밭농사가 끝나면 우리는 말뚝을 뽑아 흙을 털고 도로 안으로 들여와 겨울 내내 말렸다. 이렇게 말뚝을 잘 보관하면 여러 해 동안 계속해서 쓸 수가 있다. 106
영국인 의사 G. T. Wrench가 쓴 ‘건강의 수레바퀴, The Wheel of Health’에서 병이라는 주제에 시간을 쏟는 대신 렌치는 이렇게 묻고 있다. “건강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서 사람들은 건강할까? 연구대상이 될만한 가장 건강한 사람들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렌치는 인도와 티벳국경 지대의 작은 골짜기에 사는 훈자족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다고 결론지었다. 렌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병은 오직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사는 사람과 좋지 못한 음식을 먹는 사람을 공격한다. 병을 예방하고 내쫓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먹는 것에 달려 있다. 그 다음으로는 좋은 환경에서 사는 것이다. 항생제, 약, 예방접종, 제거 수술 따위는 진정한 문제를 피해가고 있다. 병은 영양이 모자란 사람이나 동물, 식물에게 위험을 경고해주는 감지기 노릇을 한다.” 120
Sir George Mackenzie는 ‘도덕 에세이-여럿과 함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고독, A Moral Essay, preferring Solitude to Public Employment’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가지 음식만 먹는 것은 사람들이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음식을 먹도록 유혹하지 않는다. 그리고 병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그것은 몸을 건강하게 해주고 더 오래 살게 한다.” 몇 가지 안 되는 음식을 조금만 먹는 것은 건강하고 단순한 삶으로 이끌어주는 훌륭한 길잡이다. 146
낟알 몇 줌을 밤새 물에 담갔다가 이튿날 물을 좀 뿌리면서 오븐에 굽거나 이중 냄비에 넣은 뒤 스토브 위에 올려놓고 천천히 가열했다. 그러면 낟알이 원래 크기보다 두 배로 부풀어 오르고 뜨겁게 먹든 차게 먹든 아주 맛이 있었다. 또한 거기에 기름, 버터, 식물성 소 금과 함께 집에서 만든 잼이나 시럽 또는 땅콩버터 따위를 곁들여 먹기도 했다. 스프 두 접시와 자기가 원하는 자연 그대로의 온갖 곡 식이 한 사람을 위한 밥이었다. 이렇게 먹으면 저녁때까지 속이 든든했다. 149
우리에게는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하는 것은 풍요롭고 보람 있는 삶 속으로 들어가는 문간에 지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삶을 제대로 꾸려 갈 수 있을 만큼만 생활필수품을 얻는 일에 매달렸다. 그 수준에 이르고 나면 먹고 사는 문제에서 완전히 눈을 돌려 취미생활과 사회활동에 관심과 정열을 쏟았다. 158
Robert Louis Stevenson은 ‘크리스마스 설교 Christmas Sermon’에서 말한다. “적게 벌고 그보다 더 적게 쓰라.” 158 Mark Twain의 말. “문명이란 사실 불필요한 생활필수품을 끝없이 늘려가는 것이다.” 159
삶은 우리 모두가 몸 바쳐서 벌여 나가는 사업과 같은 것이다. 하루를 지내면서 우리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이를테면 숨을 쉬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하거나 또 하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예를 들면 오늘은 집에 있고 음식을 만들고, 동무네 집을 찾아가겠다는 결정들이다. 일상생활의 중심은 선택에 둘러싸여 있다. 직업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며 여가활동은 삶에 여 유를 주고 새로운 힘을 준다 직업이 배우나 음악가인 사람은 날마다 일터로 출근해야 하므로 일터 가까운 곳에서 살아야 한다. 시인이 나 화가라면 사는 곳을 결정하는데 폭넓은 선택의 기회가 있다. 이런 사람들이 시끄러운 도심지에서 살아야만 하는 의무가 있는가? 198
우리는 버몬트에서 실패보다는 성공을 많이 거두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밭을 만들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을 실현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신중하게 계획을 세움으로써 우리는 몇 달만 일하고도 한 해 동안 먹을 양식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몇 주만 일해도 집에서 쓸 땔감을 마련할 수 있었고 집 연장 따위를 고치고 새로 장만할 수 있었다. 집을 새로 짓는 일은 이것들보다 더 큰 일이었다. 우리는 나무로 된 집이 잇던 자리에 새로 돌집을 지었다. 이 일에는 많은 궁리와 시간, 힘, 끈기와 재료와 자본이 들어갔다. 하지만 일단 돌집을 세우자 해마다 들어가는 수리비와 대체비용은 거의 무시해도 좋을 만큼 줄어들었다. 이런 일들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건강해 졌다. 건강이란,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면서 한편으로 는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목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는 언제나 건강했지만 감기에 걸려 잠 깐 몸이 굼뜨게 되는 때로 어쩌다 있었다. 이때는 이웃에 사는 개와 고양이가 하는 것처럼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202
“우리는 우리 손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우리가 바라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집은 자그마합니다. 우리는 오로지 그 목적을 위해서만 집을 지었으며 여관이나 휴양시설은 운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적어도 하루에 네 시간은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을 합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들이 먹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얻기 위해서도 일할 시간이 조금은 필요합니다. 우리는 날마다 규칙을 정해 놓고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잠시나마 들르는 손님들도 이 생활에 맞추기를 바랍니다. 이곳에서는 고기, 담배, 술이 금지됩니다. 우리의 생활은 단순하고 엄격합니다. 이런 생활이 힘들고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인 다면 우리는 기꺼이 당신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생활방식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언제나 즐거워하며 우리가 가진 것, 실천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기쁘게 나눌 마음이 되어 있습니다.” -방문을 원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답장. 208
F. Skinner는 ‘월든 2,’에서 공동체를 계획해서 만들려면 적어도 그 사회에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첫째로 다양성 차별성 전문화를 이룰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이념의 순수성, 집단의 동질성, 집단의 목적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211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와 축적이 아니라 희망과 노력이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을지라도 버몬트 공동체를 일으켜 세우는 일을 다시 한 번 실천할 생각이 있다. 그때는 단순히 우리 두 사람이 먹고 사는 일뿐 아니라 사회가 두루 함께 잘 사는 길을 찾으려고 애써 보리라. 214
mubnoos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나토노트 1,2 / 베르나르 베르베르 (0) | 2021.01.28 |
---|---|
두 도시 이야기 / 찰스 디킨스 (0) | 2021.01.28 |
중국행 슬로보트 / 무라카미 하루키 (0) | 2021.01.28 |
실내인간 / 이석원 (0) | 2021.01.28 |
저 사람 왠지 좋다 / 나이토 요시히토 (0) | 2021.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