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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 이정하

by mubnoos 202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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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리하여 그와는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랑은 가혹한 형벌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닫고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랑은 왜 이처럼 현명하지 못한가 모르겠다. 

 

ㆍ그때까지 아낌없이 제 한 몸을 불태우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진실로 진실로 너를 가질 수 있음은 진정 너로부터 떠나는 데 있는 것인데

 

ㆍ저 꽃잎들도 언젠가 떨어지겠지만, 언젠가 떨어지고 말리라는 것을 제 자신이 먼저 알고 있겠지만, 그때까지 아낌없이 제 한 몸을 불태우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생각한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떨어진 꽃잎 거름이 되어 내년에 더더욱 활짝 필 것까지 생각하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생각했던 내가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ㆍ누구나 조금씩은 눈물을 감추며 살지. 슬픔은 우리 방황하는 사랑의 한 형태인 것을. 진정 잊어야 할 아픔에 무감각해지기 위해 더러는 가슴에 황혼을 묻어야 할 때도 있으니, 그리하여 힘겨운 날개짓에도 별빛으로 내리는 소망 같은 것 하나쯤은 남겨둘 줄도 알아야 하느니, 밤에 우는 새여 날아라. 더 가혹한 슬픔이 네 앞에 놓인다 할지라도 그 슬픔을 앞서 날아라. 이별보다 먼저 날아가라. 결코 눈물 떨구지 말고, 훨훨훨...

 

ㆍ이젠 목마른 젊음을 안타까워하지 않기로 하자. 찾고 헤매고 또 헤매어도 언제나 빈손인 이 젊음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하자. 

 

ㆍ떠나는 사람에겐 떠나는 이유가 있다. 왜 떠나는가 묻지 말라. 그대와 나 사이에 간격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묻지 말라. 괴로움의 몫이다. 

 

ㆍ내가 싸워야 할 상대는 그대가 아니라 그대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임을. 

 

ㆍ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 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ㆍ내 불행의 시작은 너를 알고부터 비롯된 게 아니고 너를 소유하고자 하는 데서부터 비롯되었네. 진실로 진실로 너를 가질 수 있음은 진정 너로부터 떠나는 데 있는 것인데. 

 

ㆍ지워지는 것은 수평선이 아니라 물결치는 물결치는 그 바다입니다. 

 

ㆍ미리 아파하지 마라. 미리 아파한다고 해서 정작 그 순간이 덜 아픈 것은 아니다. 미리 아파하지 마라. 그립다고 해서 멍하니 서 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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