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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사회 / 스티븐 그레이엄

by mubnoos 2021.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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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공간은 어떻게 계층의 격차를 강화하는가

 

 

지리적 사고를 도입하면서 이를 수평 축 위에 놓는 대신 수직 축을 추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서문_수직으로

 

ㆍ급속히 도시화되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위나 아래에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이 세계의 놀라운 수직성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자신만의 비판적이고 수직적이고 온전히 입체적인 시각을 개발함으로써 ‘세계를 새롭게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급속히 도시화되는 우리 세계의 정치·사회·도시적 투쟁은 온전히 삼차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ㆍ<수직사회>는 비판지라학의 논쟁을 우리 세계 - 이동성이 높고 불균등한 세계, 이차원의 평면이 아니라 오직 입체로만 이해할 수 있는 어지러운 수직적 조망과 이동성과 구조물의 세계 - 에 증식하는 수직성과 좀 더 일치시키려는 시도이다. 

 

ㆍ수직적이고 입체적인 지리학과 대면할 때는 권력, 부, 지위, 행복을 가리키는 언어가 수직적 은유로 포화되어 있는 방식과 먼저 마주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은유의 광범위하고 무의식적인 사용이 정치, 사회 권력을 규정하고 획정하는 방식은 사람이 물리적, 지리적으로 경험하는 수직성과 크게 중첩된다. 수직적 은유와 같은 공간적인 은유는 사회 권력을 구성하고 또 재구성한다. 모두 사회생활의 물리적이고 현상학적인 경험에서 직접 파생된 것으로, 사람들이 사회, 정치적 세계를 인지하고 형성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ㆍ수직적 건축의 논의가 중요한 까닭은 이런 언어의 역사가 물리적 건축 전통과 중첩되며, 이를 재확인하며, 거기에 유효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1부 위

 

 

 

 


1장 인공위성: 수수께끼의 존재

 

ㆍ우리는 인공위성이 가능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위를 떠다니는 인공위성들은 추상적인 과학의 동력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일상적으로 의존하는 중요한 생명유지장치의 일부다. 

 

ㆍ인공위성과 기타 우주 시스템을 통해 조직되는 권력 체제가 지표면에서 행해지는 폭력, 불평등, 불의의 생산과 긴밀이 얽혀있다. 

 

인공위성을 제국주의적 시야의 절대적 형태로서 소환하기보다는, 위성 영상이 정치와 무관한 객관적 ‘사실’을 전송하는 게 아니라 지표면을 아주 편향되게 시각화하고 심지어 시뮬레이션한 형태임을 알 필요가 있다 

 

ㆍ현대의 인공위성 확산이 끼친 가장 심대한 영향은, 위로부터 굽어보는 인공위성의 특별한 힘이 이제 컴퓨터와 스마트폰 속에 갇히게 된 양상일 것이다. 이 점에서 구글어스는 명백하고도 특별한 중추에 해당한다. 컴퓨터나 휴대용 스마트폰과 연결된 시스템들의 시스템으로서, 이것은 지표면의 풍경을 국지적, 지역적, 지구적 스케일로 확대, 축소할 수 있는 거의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2장 폭격기: 위에서 떨어지는 죽음

도시를 파괴하기 위한 공중 폭격과, 도시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도시계획 및 건축 사이의 관계에는 또 하나의 무시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1935년 출간된 <항공기>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말한다. “잠자는 도시 위에 폭탄으로 죽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엄청난 능력인가.”

 

 

 


3장 드론: 로봇의 제국

드론은 위에서 떠돌며 위로부터 사람들을 몰살한다. ‘반군 세력’을 조준·살해하는 드론에서 찍힌 유튜브 영상을 본 이용자의 댓글들을 연구한 사회학자들은 하나의 광범위한 경향성에 주목했다. 서구 문화와 언어의 뿌리 깊은 전통에 따라, 댓글을 단 사람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신의 시점이 시선 아래 놓인 사람들에 비해 본질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겼다. 

 

ㆍ드론의 시점은 유튜부뿐만 아니라 갖가지 전투 비디오게임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는 드론 살상이 복잡한 전자 기술망을 통해 작동되는 방식을 더더욱 강화하며, 무기 시스템과 오락 시스템을 구분하는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ㆍ도시 지역에 대한 국내 경찰기관의 드론 기술 적용이 한층 일상화됨에 따라, 우리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구성되고 감시되고 통제되는 방식의 변화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4장 헬리콥터: 직통 도달의 꿈

특권층의 헬기 이동은 극소수 초부유층이 지표면의 도시 생활을 둘러싼 제약과 제한과 고투로부터 분리되어 있음을 과시하는 궁극적 상징으로 출현했다. 이를 통해 ‘상류’ 계급은 삼차원과 수직성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을 누린다.

 

ㆍ헬기는 고정된 날개가 없으므로 엔진이 고장 나면 즉각적이고 예기치 않은 중력 앞에 속수무책이다. 

 

ㆍ민간 헬기의 10만 비행시간당 추락사고율은 고정익 항공기보다 평균 43배나 더 높다. 

 

 

 


5장 파벨라: 취약한 도시

도시의 부유한 관광 지구와 인접한, 전략적이고 탐나는 입지에 자리한 파벨라는 고급 부동산 시장과 일체의 ‘합법적인’ 시장법칙에 노출된다. 이런 변화는 강제 퇴거, 젠트리피케이션, 집세와 각종 서비스 요금의 급등, 도시의 비싼 주거비용에 떠밀린 전문직의 유입을 알리는 신호다

 

 

 


6장 엘리베이터: 수직 상승

ㆍ엘리베이터는 최소한 2000년의 역사를 지녔다. 로마의 콜로세움에는 야생동물과 검투사들을 끌어올려 경기장의 피비린내 나는 전투에 바로 투입하기 위해 노예들이 원치를 감아서 작동시키는 엘리베이터가 12대 갖추어져 있었다. 

 

ㆍ1850년대 뉴욕 용커스에서 엘리샤 오티스가 안전 브레이크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엘리베이터를 발명함으로써 비로소 사람과 물품을 수직으로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이 고안되었고, 이는 도시 성장을 위한 수직 공간의 급속한 개척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다. 오티스의 혁신은 건축 시공에서 인류사의 그 어떤 혁신도 다다르지 못했던 수직의 한계를 넘어섰다. 

 

ㆍ엘리베이터는 현재까지 가장 안전한 형태의 전동 교통수단이다. 

 

ㆍ좋은 고층 건물은 좋은 엘리베이터에 의존한다. 

 

실제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글로벌화로 급변하는 경제지리와 도시 성장과 부동산 투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리 지표로서 전 세계 비즈니스 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다. 

 

 

 


7장 마천루: 허영과 폭력

기업 마천루들은 대기업의 ‘수직’ 위계구조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게끔 용의주도하게 설계되었다.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마르코 데라모는 “빌딩의 높이는 회사 매출액의 구체적인 은유”라고 강조한다.

 

ㆍ기업 본사가 입주한 마천루는 기업 자신의 힘과 그 힘이 미치는 범위와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ㆍ신생 타워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소는, 무수한 상징, 판촉, 마케팅 활동을 통해 빌딩 자신이 그 장소와 현지의 상업, 엘리트 자본을 대표하는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8장 고층주택: 호화로운 하늘

글레이저의 주장의 문제점은, 도시의 고밀화와 수직화를 단순히 경제적으로 긴요한 사안으로서만 언급하는 한편, 현대 도시에서 주택의 생산 및 소비 양태를 결정하는 구조적인 사회·정치적 힘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이다. 

 

ㆍ애초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부터가 문제이기 때문에 공공주택에는 필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우리는 믿어야만 했다. 

 

ㆍ고층, 고밀도 주거 타워가, 초부유층 외의 누가 살기에 바람직한 장소가 될 수 있을까?

 

 

 


9장 스카이워크 · 스카이트레인 · 스카이데크: 다층도시

 

도시 공간의 수평적 상상은, 지상·지면·지하의 복합공간과 거대구조를 매끄럽게 혼합하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터널, 스카이워크, 지하철, 보도, 다리, 계단, 피플무버, 스카이트레인으로 그들을 불균등하게 연결하는 새로운 도시 미로를 이해하기에 확실히 부적합하다. 

 

ㆍ스카이레인이 일상생활의 지리를 재조직하면서, 방콕 엘리트들은 고립 영토들로 이루어진 공중 군도 도시에서 거주하고 일하기 즐기기 시작했다. 

 

 

 

 

10장 공기: 죽음의 돔

나쁘거나 더운 공기로 인한 비상 상황은 자연재해라기보다 사회적 재해로 볼 필요가 있다. 인류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전쟁, 공학, 도시생활에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기가 사용되는 현상에 대한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연구에 기초하여 공기와 공기 중 산소의 근본적 정치학을 강조한다. 

 

 

 

 

 


2부 아래

 

 

 

 


11장 땅: 지질을 형성하는 도시

급속히 도시화되고 있는 생물종의 발밑에 놓인 토양을 구성하는 물질은 ‘자연적’ 지질과 현격히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만들어진 땅이 수직으로 축적된 결과다. 인공적인 땅은 도시 생활을 향한 인류의 대전환에서 간과되는 특징이다. 이는 건설, 광업, 전쟁, 농업의 산업화로 생겨난 핵심 부산물이기도 하다. 

 

ㆍ테라포밍: 만들어지는 땅

 

 


12장 지하실: 도시의 땅 밑

런던 같은 도시에서 초부유층이 선택된 지하공간을 식민화하는 현상은, 이런 공간이 예로부터 빈곤, 질병, 반란, 말 그대로 도시 ‘하층세계’에 거주하는 ‘밑바닥’ 계층 또는 계급과 연관되었다는 사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13장 하수도: 사회학과 똥

무언가를 하수도 안에 넣는 것은, 그것을 하수도 위쪽 세계의 폐기물로 규정하는 것이다. 

 

 

 


14장 벙커 · 땅굴: 지하의 피신처

벙커의 재현은, 디자인 역사가인 브라이언 딜런의 말을 빌리면 향수 어린 형태의 ‘군수산업적 숭고함’에 종종 빠져버리곤 한다. 그 안에서 대량살상의 기술과학은 단지 미화된 몰역사적 페티시가 된다.

 

 


15장 광산: 지하 변경의 채굴 제국주의

 

초국적 광산 기업들이 인권, 노동권, 환경 정의를 침해한다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이런 기업들이 쓸고 간 자리에는 재앙에 가까운 사회·환경 파괴의 흔적이 남는다. 글로벌 남반구의 원주민과 현지 주민들은 광산기업이 직접 통제하는 폭력적 용병과 ‘치안’ 부대에 의해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많다. 

 

ㆍ금의 가치는 한 덩어리의 물질로 구현된, 일종의 허구다. 광대한 지하에서 캐낸 하나의 돌로부터 마치 피를 짜내듯이 짜내어 만들어진 뒤, 결국 지하의 금고로 들어가는 물질 덩어리 말이다. 

 

 

 

ㆍ이 진보적인 상상력의 개념은, 납작한 평면에 드러눕는 대신에 더 높은 시점을 요구한다. 이 높은 시점에서만이 우리는 역사적 과거의 복수성은 물론 복수의 미래 지평을 인식할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현재에 행동을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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