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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편안한 죽음 / 시몬느 드보부아르

by mubnoos 202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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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사람은 태어났기 때문에, 다 살았기 때문에, 늙었기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무엇인가'에 의해 죽는다.

 

“엄마를 지키는 것, 그것만이 내 유일한 목표였다.”


죽음의 순간에 이루어지는 인간 존재의 아름다운 연대

엄마가 암에 걸렸다.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했던 ‘나’는 병상을 지키며 서서히 죽어 가는 엄마를 곁에서 지켜본다. 그저 넘어져 다친 것뿐이라 알고 있는 엄마에게 나와 동생 푸페트는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희망의 끈을 완전
히 놓지도 못한다. 나는 죽음을 향해 가는 엄마를 바라보며 그녀에게서 한 여성의 삶을 읽어 낸다. 불같은 정열과 욕망을 지녔지만 자기 자신을 끈으로 옭아매도록 교육받은 여자. 뒤틀리고 훼손당한 끝에 자기 자신에게조차 낯선 존재가 되어 버린 한 인간. 

 

 

 

 

죽음과의 경주 

ㆍ"뭔가에 쫓기는 거야. 나는 달리고 또 달려서 도망쳐. 그러다 어떤 벽에 딱 부닥치는 거야. 그 벽을 뛰어넘어야 하지. 그런데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게 나를 무섭게 한단다.'

 

ㆍ나는 엄마의 육신이 고통을 받는다는 사실과, 그런 엄마의 머리에 쓸데없는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하자 어쩐지 슬픈 느낌이 들었다. 

 

ㆍ몸이 혐오감을 주면서도 또 한편으로 성스런 느낌을 주는 이중성, 곧 어떤 금기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ㆍ부모들은 제 자식이 미쳤다는 걸 절대로 믿으려 하지 않고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자기 어머니가 암에 걸렸다는 생각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엄마가 평생토록 염려해왔던 일이었기에 우리들은 더욱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ㆍ엄마가 돌아가실 거라면 뭣 때문에 또 고통을 줘야 돼. 제발 편안하게 돌아가시게 해 드렸으면 좋겠어.

 

ㆍ사르트르가 택시를 태워 나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었다. 

 

 

 

엄마의 인생

ㆍ엄마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자신과 잠자리를 하지 않는 남자 곁에서 자야만 했다. 기대 속에서 기다리다가 허망한 밤들을 보내야 했다. 어쩌다 잠자리를 갖는 것보다 완전히 금욕을 했더라면 차라리 엄마의 자존심은 덜 상했을 것이다. 

 

ㆍ성생활과 사교생활에 맥이 빠지게 되자, 엄마는 반드시 정장을 해야 할 때를 제외하곤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ㆍ나에게도 그럴 권리가 확실히 있어라는 말은 사실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죽음을 응시하며

 

 

 


촛불이 꺼지듯

ㆍ나는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살아 있고, 의식이 있는 상태였지만, 당신이 살아 있는 모습이 어떤 것인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우리의 몸속에는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에 대해선 당연히 알 수 없지만 엄마는 자신의 몸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마저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ㆍ삶을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음이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ㆍ손도 이마도 싸늘했다. 여전히 엄마였다. 그리고 영원한 엄마의 부재였다. 

 

 


신 앞에서의 침묵

ㆍ나는 신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러나 종교란 엄마 삶의 뼈대요 살이기도 했다. 

 

 


산자와 죽은 자

ㆍ오늘도 여전히 무시무시한 죽음의 공포는 존재한다. 

 

 

영원한 이별

ㆍ삶과 죽음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것, 합리적이지 않은 어떤 사물 앞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하려고 하는 것은 쓸데없느느 일이다. 각자가 자기 나름대로 자기 감정의 혼돈을 처리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실존, 혹은 공허

ㆍ자연사란 없다. 인간에게 닥쳐오는 어떤 일도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세상에 그들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ㆍ모든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개인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돌발 사건이다. 죽음은, 그가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무엇으로든 정당화 할 수 없는 폭력이다. 

 

 

 

옮긴이의 글

ㆍ인간의 삶 자체가 모순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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