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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 알베르 카뮈

by mubnoos 202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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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균은 결코 소멸하지 않고 항상 어딘가에서 인간을 위협한다. 선의의 연대로 재앙에 저항하라!”

 

 

 

 

1부

한 도시를 이해하려면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사랑하며, 어떻게 죽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ㆍ우리 도시에 독특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이 죽을 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어려움이라는 단어보다는, 불편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ㆍ사람이란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하루하루를 어려움 없이 보내게 된다. 

 

ㆍ초기의 놀라움은 점차 공황으로 변해갔다. 초기 사건들을 돌이켜보던 시민들은 이 작은 도시가 쥐들이 햇빛 비치는 곳으로 기어 나와 죽고, 수위가 이상한 병으로 목숨을 잃는 곳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시민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고, 이제는 당연히 생각을 고쳐야 했다. 만약 모든 것이 거기에서 그쳤다면 아마도 초기 일들은 기억 속에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위나 빈민이 아니었던 다른 시민들마저 수위가 간 길을 따라가게 되자, 그때부터 공포와 더불어 반성이 시작되었다. 

 

ㆍ불행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 

 

ㆍ재앙이란 인간의 척도로 즉정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인간들은 재앙을 비현실적인 것, 곧 지나가 버릴 악몽에 불과한 것으로 여긴다. 재앙은 지나가버릴 때도 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악몽 속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다. 

 

ㆍ창문을 열자 도시의 소음이 커졌다. 근처 공장으로부터 짧고 반복되는 날카로운 기계톱 소리가 들려왔다. 저 매일 매일의 노동, 바로 거기에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나머지는 무의미한 파편들, 무의한 몸짓들이었다. 그것에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자기 본분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었다. 

 

ㆍ중요한 건 이런 식의 논리가 옳은지 아닌지가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ㆍ'페스트 사태를 공표하고 도시를 폐쇄하라.'

 

 

 

 

 

 


2부

ㆍ그때부터 페스트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ㆍ귀환한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다시 도시 밖으로 나갈 수 없으며, 들어오는 것은 자유지만 다시 나가지는 못한다.

 

ㆍ별거상태는 전염병이 완전히 사라져야 끝날 것임이 분명했다. 

 

ㆍ평소 사랑을 가볍게 여기던 남자들은 다시 가정에 충실해졌다. 

 

ㆍ지금은 우리의 하루하루의 삶을 다 차지해버린 그 존재에 대한 추억에 저항할 수 없게 되었다. 

 

ㆍ현재는 견딜 수 없고, 과거는 혐오스러우며, 미래마저 박탈당한 우리는, 마치 정의감이나 증오심 때문에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되어버린 사람들과 똑같았다. 결국, 그 견딜 수 없는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상상 속에서 기차를 다시 달리게 하고 울리지 않는 초인종을 연거푸 누름으로써 시간을 메워 가는 것뿐이었다. 

 

ㆍ불행은 분노할 수 밖에 없는 부당한 고통을 가져오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그 불행은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 괴로워하도로그,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 고통을 당연시하게 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고 사태를 은폐하기 위해 이 질병이 사용하는 상투적인 방법 중 하나였다. 

 

ㆍ우리는 각자 하늘을 보며 고독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전반적인 포기 상태는 결국 사람들의 인격 수양에 도움이 될 수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오히려 경박스러웠다. 

 

ㆍ극도의 고독 속에서 결국 아무도 이웃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고, 저마다 홀로 자신의 걱정에 잠겨 있었다. 만약 우리 중 누군가가 우연히 속내를 털어놓거나 자신의 감정을 토로해도, 그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대부분 마음에 상처가 되는 것뿐이었다. 

 

ㆍ그 질병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은 페스트가 자신의 일상을 방해하거나 이해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것에 특히 민감했다. 그래서 그들은 짜증도 나고 화도 났지만, 그런 감정으로 페스트와 맞설 수는 없었다. 

 

ㆍ이 모든 변화가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특이했고 또 너무 빨리 이루어져서 그것이 정상적인 변화이고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결과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개인적인 감정들을 우선시하고 있었다. 

 

ㆍ불행에는 비현실적인 일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비현실이 우리를 죽이기 시작할 때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와 맞서야 한다. 

 

ㆍ어떤 사람들의 눈에 비현실로 보이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진리로 보였다. 

 

ㆍ시계는 비싸기만 하고 어리석은 물건이야. 

 

의사는 어둠 속에 그대로 머문 채 그 대답은 이미 했다면서, 만약 전능한 신의 존재를 믿었다면 그런 수고는 신에게 맡기고 사람을 치료하는 일을 그만둘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적으로 자신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이 세상 누구도, 심지어 신을 믿는다고 생각하는 파늘루 신부까지도 그런 전능한 신을 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적어도 그 점에서 리외 자신도 있는 그대로의 창조된 세계를 거부하고 투쟁함으로써 진리의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ㆍ세상의 모든 병이 다 그래요.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악에 관한 진실은 페스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어요. 페스트 덕분에 성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페스트 때문에 겪게 되는 비참함과 고통을 보고도 용인한다면, 그건 미친 사람이나 눈먼 사람, 또는 비겁한 사람인게 분명해요. 

 

세상의 악은 대부분 무지에서 오는 것이며, 선의도 총명한 지혜가 없다면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인간은 악하다기보다 오히려 선한 존재지만, 사실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인간은 많이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는 것인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을 미덕 또는 악덕과 동일시한다. 가장 절망적인 악덕은 자기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고, 누군가를 죽일 권리가 있다고 스스로에게 허용하는 무지의 악덕이다. 

 

ㆍ페스트와 싸우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러한 태도는 칭찬 받을 일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었다. 

 

ㆍ인간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오랫동안 행복할 수도 없어요. 결국 인간은 가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3부

ㆍ페스트는 화려한 도심보다는 경제 형편이 어렵고 인구밀도가 높은 변두리 지역에서 더 많은 희생자를 냈다. 그러나 최근 페스트는 단번에 번화가까지 침투해 자리를 잡은 듯 했다. 주민들은 감염의 씨앗이 바람에 실려 날아왔다고 비난했다. 

 

ㆍ항상 나보다 더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 있는 법이다. 

 

내가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것은사람은 저마다 자신 속에 페스트를 지니고 있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누구도 페스트 앞에서 무사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자칫 방심한 순간에 남의 얼굴에 입김을 뿜어서 전염시키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병균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외의 것들, 이렇게 말해도 괜찮다면 건강, 청렴결백함, 순결함 등은 의지의 소산이에요. 결코 중단되어서는 안 될 의지 말이에요.

 

페스트 환자가 되는 것은 피곤한 일이지만, 페스트 환자가 되지 않으려는 것은 더욱 피곤한 일이에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피곤해 보이는 거예요. 오늘날에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페스트 환자거든요.

 

ㆍ무엇보다 효율성이 우선시되었다. 

 

ㆍ궁핍함이 실제로는 공포보다 더 절박하다. 

 

ㆍ명확한 사실이든 우려했던 일이든, 어쨋든 그런 것들 때문에 시민들은 마음속에서 유배의 감정과 이별의 감정을 지워버릴 수가 없었다. 

 

ㆍ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그들은 감정의 메마름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ㆍ시민들은 순종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듯이 적응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불행한 사람, 고통스러워 하는 태도는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그것을 예리하게는 느끼지 않게 되었다. 

 

ㆍ사실 모든 것이 그들에게는 현재로 변해버렸다. 페스트가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나눌 힘을, 심지어 우정을 힘조차도 앗아갔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사랑에는 어느 정도 미래가 요구되는 법인데, 우리에게는 이미 현재의 순간 외에는 남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4부

ㆍ가장 큰 위험은 외부의 사건이나 타인의 정서 같은 데에 무관심이 아니라,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치하는 태만함이었다. 당시 그들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 한, 힘에 부쳐 보이는 행동은 피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ㆍ운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법이다. 

 

ㆍ페스트는 고독하면서도 고독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을 공범으로 삼는다. 왜냐하면 그는 분명한 공범이자, 그것도 그렇게 된 것을 즐거워하는 공범이기 때문이다. 그는 눈에 띄는 모든 것, 즉 여러 가지 미신들, 이유 없는 두려움, 신경과민이다 싶을 정도의 불안감, 되도록 페스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결국 그 이야기밖에 안 하게 되는 이상한 버릇, 그 병이 두통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 머리가 저금 아프기만 해도 질색하고 창백해지는 모습, 그리고 바지 단추 하나만 잃어버려도 안절부절못하는 초조하고 예민한, 즉 불안정한 감수성, 이 모든 것이 공범인 것이다. 

 

ㆍ결국 페스트로 인해 아직 죽지 않은 우리 모두처럼 그는 자신의 자유와 생명이 파괴 직전에 있다는 것을 매일매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ㆍ이 세상에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돌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ㆍ우리 힘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다 보니 반항심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ㆍ인간의 구원이란 저에겐 너무 거창한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건 인간의 건강입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건강이 우선입니다. 

 

ㆍ그렇다. 다시 시작해야만 했다. 페스트는 그 누구도 오랫동안 잊는 법이 없었다. 

 

 

 

 

 

 

 


5부

ㆍ사람들은 과거에 누렸던 편의가 단번에 회복될 수는 없으며, 건설하는 것보다 파괴하는 것이 훨씬 쉽다는 생각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ㆍ숨을 몰아쉬거나 서두르는 꼴을 보면 마치 페스트는 신경질과 무기력증으로 붕괴되는 것 같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제력과 그동안 보여왔던 수학적 효율성마저 상실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던 카스텔의 혈청도 갑자기 여러 차례 성공을 거두었다. 의사들이 취하는 조치도 전에는 효과가 없더니 갑자기 확실하게 효과를 보이는 듯 했다. 

 

ㆍ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낮에는 거리가 늘 조용했고, 저녁이면 외투에 목도리를 두른 군중으로 넘쳐났다. 

 

ㆍ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사람들에게 희망이란 것이 가능해진 그 순간부터 이미 페스트의 실질적 지배는 끝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ㆍ어쩌면 우리는 성스러움의 근사치까지만 다가갈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ㆍ다시 말하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건가요? 어느 날 갑자기 다시 시작될 수도 있다는 거죠?

 

ㆍ낮이고 밤이고 누구나 비겁해지는 시간이 있는 법인데, 자기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그 시간뿐이라고 적어놓았다. 

 

ㆍ무엇을 얻었는가? 페스트를 겪었고 페스트에 대한 기억을 갖게 되었다는 것, 우정을 알게 되었으며 또 그것에 대한 추억을 갖게 되었다는 것, 애정을 알게 되었으며 또 언젠가는 그것을 추억해야 한다는 것. 그가 얻은 것은 그것뿐이었다. 인간이 페스트나 삶과의 싸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인식과 추억뿐이었다. 

 

ㆍ이제 페스트는 끝났고 공포의 시기가 지나갔다고 확인해 주었다. 그들은 우리가 한때 경험했던 그 어처구니없는 세계, 사람이 죽는 것이 파리 한 마리가 죽는 것 정도로 일상화되었던 무지막지한 세계, 뚜렷하게 드러났던 야만성, 주도면밀한 광란, 현재가 아닌 모든 것에 끔찍할 정도로 무관심했던 감금 상태, 죽지 않은 사람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던 죽음의 냄새를 태연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이런 것들이 모두 자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ㆍ공포가 끝나면서 페스트도 끝났다. 

 

ㆍ그들은 바로 그 곳을 향해서, 그 행복을 향해 돌아가고 싶었으며, 그 외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느끼고 등을 돌리고 싶었던 것이다. 

 

ㆍ인간을 초월하여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떤 것을 지향했던 사람들은 결국 어떤 대답도 얻지 못했다.

 

ㆍ저 사람은 왜 총을 쏘는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한창 즐기고 있는데 첫발이 군중들을 향해 발사되었어요. 처음에는 영문을 몰랐는데, 두 번째 총성이 나고는 아우성이 일어났어요. 부상자도 한 명 생겼죠. 모두들 도망쳤어요. 미친놈이죠. 뭐!

 

ㆍ재앙의 소용돌이 속에서 배운 것, 즉 인간에게는 경멸해야 할 것보다 찬양해야 할 것이 더 많다는 사실만이라도 말하기 위해, 

 

이 기록은 성자가 될 수도 없고 재앙을 받아들일 수도 없기에 의사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개인적인 고통에도 불구하고 공포와 그 공포의 지칠 줄 모르는 무기에 대항해 완수해야만 했고 아마도 여전히 완수해야 할 그 무엇에 대한 증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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