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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 / 알베르 카뮈

by mubnoos 202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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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가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할 당시, 사고 현장에는 검은색 가방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의 육필 원고가 담긴 가방이었다. 속필로 달려 쓴 이 144페이지의 원고는 그로부터 30년 뒤 <최초의 인간>(1994년)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된다.

 

이 책은 미완성이다.

 

출생에서 열네살까지의 유소년기를 중심으로 뜨거운 사상력과 쉼없는 열정으로 써내려 간 이 작품은 그의 대표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간'은 아버지 없이 자란 카뮈 자신이며 동시에 소설의 주인공인 자크 코르므리이며, 몸에 박혔던 포탄의 파편 한 조각만을 세상에 남긴 채 젊은 나이에 사라져 버린 그의 아버지이다

 

 

 

 

제1부 아버지를 찾아서

중계자: 카뮈 이방인

 


생브리외

ㆍ세월은 오직 파열이요 깨어지는 파도요 소용돌이 일 뿐이었다. 

 

ㆍ그는 이제 살려고 몸부침치면서 고통하는 이 가슴일 뿐이다. 지난 40년 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이 세계의 거역할 수 없는 죽음의 질서에 반항하여 더 멀리, 저 너머에까지 가고자 하면서, 앎을 얻고자 하면서, 죽기 전에 앎을 얻고자 하면서, 단 한 번만이라도, 단 한순간만이라도, 그러나 영원히 존재하기 위하여 마침내 앎을 얻고자 하면서, 그를 온 생명의 비밀로부터 갈라놓는 벽에다 대고 한결같은 힘으로 고동치고 있는 이 가슴일 뿐이었다. 

 

 


3. 생브리외와 말랑(J. G.)

ㆍ난 인생을 사랑했어요. 탐욕스러울 정도로. 그리고 동시에 인생이 끔찍스럽고 접근 불가능한 그 무엇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게 바로 내가 인생을 믿는 이유예요. 회의주의 때문에. 그래요. 나는 믿고 싶어요. 살고 싶어요. 항상.

 

 


4. 어린아이의 놀이들

 


5. 아버지, 그의 죽음, 전쟁, 테러

 


6. 가족

ㆍ가장 확실한 것은 마음의 기억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마음은 고통과 노동에 부대껴 닳아 버리고 피곤의 무게에 짓눌려 더 빨리 잊는다. 잃어벼렀던 시간을 되찾는 것은 오직 부자들뿐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은 그저 죽음이 지나간 길의 희미한 자취를 표시할 뿐이다. 그리고 잘 견디려면 너무 많이 기억을 하면 못 쓴다. 매일매일, 시간시간의 현재에 바싹 붙어서 지내야 했다. 

 

ㆍ신문 잡지들로 말하자면 가끔 그림이나 사진이 실린 것들을 뒤적거리다가 아들이나 손자들한테서 그림 설명을 듣고는 영국 여왕이 가엾다는 말을 한 다음 잡지를 덮고 나서 똑같은 창문을 통하여 인생의 절반 동안 응시해 온 똑같은 거리의 움직임을 또다시 내다보는 것이었다. 

 


에티엔

 


중복된 6. 학교

ㆍ성공 뒤에는 가끔 실패가 온다. 

 


7. 몽도비 : 식민지와 아버지

ㆍ인간들의 역사가, 가장 해묵은 대지 위를 끊임없이 전진해 가고 나서 그렇게도 보잘것없는 흔적들만을 남겨 놓은 그 역사가, 기껏해야 발잘적인 폭력과 살인, 갑작스러운 증오의 폭발, 그 고장의 강들처럼 갑자기 불어났다가 갑자기 말라 버리는 피의 물결이 전부였다가 그 역사를 진정으로 만든 사람들의 추억과 더불어 끊임없이 내리쬐는 햇볕에 모두 증발해 버리듯이 말이다.

 

ㆍ그는 자신이 이제 막 보고 온 비바람에 닳고 퍼런 이끼가 끼여 있는 무덤들을 생각하면서, 죽음이 그를 진정한 고향으로 다시 데려다 주는가 하면 이번에는 이 세상의 첫 아침 빛 내리비치는 행복한 바닷가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고 보살핌도 없이 가난 속에서 자라고 뜻을 세운 다음 혼자서 기억도 신앙도 없이 자기 시대의 인간 세계와 그 끔찍하고도 열광적인 역사에 접근하고자 했던 그 괴물 같고 진부한 인간의 추억을 그 엄청난 망각으로 뒤덮여 버리는 것을 이상한 쾌감을 느끼면서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제2부 아들 혹은 최초의 인간


1. 중고등학교

ㆍ아이란 그 자신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고 부모가 그를 대표하는 것이다. 그는 부모에 의하여 규정된다. 즉,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규정되는 것이다. 바로 그 부모를 통해서 아이는 진짜로 자신이 판정된다는 것을, 돌이킬 수 없이 판정된다는 것을 느낀다. 

 

 


닭장과 암탉 목따기

 


목요일과 방학

ㆍ품행이 좋으면 곧 공부도 잘해야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ㆍ문화의 세계에 있어서 우연히 가장 나쁜 방법은 아니어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어 제치는 이 두 식탐가들은 최악의 것과 더불어 최상의 것도 함께 삼켰으며 게다가 어느 것 하나 머릿속에 담아 둘 생각은 하지 않았고 또 실제로 거의 아무것도 머릿속에 담아 두지 않았다. 

 


2. 자신이 생각해도 알 수 없는

ㆍ아! 그렇다, 그러하였다. 그 아이의 삶은 그러하였다. 헐벗은 필요만이 어이 주는 그 동네의 가난한 섬 속에서, 불구인데다가 무식하기만 한 가족들 속에서, 으르렁대는 젊은 피, 삶에 대한 탐욕스런 갈망, 사납고 굶주린 지성을 가슴에 품고, 광란하던 즐거움은 낯선 세상이 그에게 가하는 돌연한 펀치에 번번히 끊어져 당황스럽기 그지없지만 곧바고 정신 가다듬고 알 수 없는 그 세상 이해하고 알고 동화혈 애쓰며, 슬그머니 빠져나가려 애쓰는 법 없이, 결국은 언제나 태연한 확신 버리지 않고, 자신만만, 그렇지, 자신만 가지만 원하는 건 무엇이나 이룰 수 있으니까, 이 세상 것이라면 이 세상만의 것이라면 어느 것 하나 불가능할 건 없으니까, 선의를 가지고, 치사하지 않게, 세상에 다가가므로 과연 그 세상을 동화시켜 가며, 그 어떤 자리도 욕심 내지 않고 오직 기쁨과 자유로운 인간들과 힘과 삶이 지닌 좋은 것, 신비스러운 것, 결코 돈으로 살 수 없고 사지 않을 모든 것만을 원하기에 도처에서 제자리에 있으려고 준비를 하는 그의 삶은 그러하였다. 

 

 

 

 

부록

ㆍ연극의 주제 또한 중요하다. 최악의 고통에서 우리를 구해 주는 것은 바로 버림받아서 혼자이긴 해도 다른 사람들이 불행 속에 빠져 있는 우리를 생각하고 있지 않을 만큼 혼자는 아니라는 감정이다. 

 

ㆍ행복은 흔히 우리의 불행에 대한 연민의 감정에 불과한 것이다. 

 

ㆍ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 신은 고통의 곁에 치유하는 약을 두었듯이 절망의 곁에는 자기만족을 두었다. 

 

ㆍ겸허하고 무지하고 집요한 삶에 비겨 본다면 그 어느 것도 가치 있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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