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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2

하얀성 / 오르한 파묵 노예 : 호자(선생) 모든 것은 다른 어떤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가정하는 게 이 시대의 병이라고 생각한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사건들이 사실은 불가피한 일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방으로 들어온 남자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나와 닮은 모습이었다. 내가 왜 저기에 있나,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어쩌면 몰락이란 우월한 사람을 보고 그를 닮으려 하는 것을 의미하는 지도 모른다. 공기를 숨막히게 하는 것이 바로 이 불확실성이었다. 모든 공간이 삼차원이기 때문에 그림자가 있어야 하는거야. 자기가 누구인지는 자기만 알 수 있지요.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를 밝히고 그 모두를 기록해야 했다. 왜 나는 나인가 그는 책에만 큰돈을 쓰고 오랫동안 공부밖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거울을 쳐다보면 자기가 보이듯이,.. 2021. 1. 23.
내 이름은 빨강 1,2 / 오르한 파묵 그림은 이성의 침묵이며 응시의 음악이다. 나는 죽은 몸 내가 두고 온 삶이 아무일도 없는 듯 계속되고 있으리라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무한히 시간이 있었고, 내가 죽은 뒤에도 시간이 무한히 이어질 것이다. 살아 있을때 나는 이문제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 나는 무궁한 암흑과 암흑 사이에서 잠시 빛을 발하며 살았을 뿐이다. 나는 행복했다. 아니, 지금에서야 내가 행복했던 줄을 알았다. 세밀화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이나 색깔, 소리가 과연 있는가, 혹은 있어야만 하는가? 진정으로 예술적인 천재와 대가적 노련함을 가진다는 것은 단지 아무도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의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마침내는 그 작품에 화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는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않는 것이기 때문.. 202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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