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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3

어른의 조건 / 이시이 요지로, 후지가키 유코 ㆍ여기서 말하는 '어른'이란 나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생물학적으로 '어른인 것'과 '어른이 되는 것'은 완전 별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른'은 어떤 존재를 의미하는 걸까? ㆍ아무래도 어른이란 무모하게 퐁파를 일으키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모든 사태에 대처하며 항시 넓은 도량으로 좋고 나쁨을 받아넘길 줄 아는 존재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불문율인 듯하다. ㆍ다소 역설적이지만, '어른이 되기 위해' 일단 '아이가 될' 필요가 있다. 아이처럼 슬픈 일에 슬퍼하고 이상한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이유 없이 울컥한다거나 익숙한 길을 걷다가 갑자기 자신이 왜 지금 여기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것, 이런 '아이'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 '어른.. 2023. 2. 2.
파과 / 구병모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하게는 한때 과일이었던 것. 수명이 다한 것, 분해되어 형태와 본질을 잃고 일부 흔적만이 자기가 왕년에는 그 무엇 또는 그 누구였음을 강력히 그러나 사뭇 안쓰럽게 주장하는 유기화합물엥 대한 시선의 발아는. ㆍ떨어뜨림에 익숙해지면 으깨진 과일에 더 이상 미련은 없다. 이 소설은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파과’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1. 부서진 과일, 흠집 난 과실이 그 첫 번째 의미이고, 2. 여자 나이 16세 이팔청춘, 즉 가장 빛나는 시절을 뜻한다.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리라 의연하게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2022. 11. 8.
죽음은 선택할 수 없는 것일까?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자살'은 '스스로 자기의 목숨을 끊음'이다. '자살'이란 희생자 자신이 결과에 참여하는 모든 경우의 죽음을 말한다. 자신이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죽음에 참여했다면 자살이다. 자기 자신의 죽음에 관하여 어떤 선택을 한다는 것은 자살을 의미한다.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삶은 소중한 것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소중한 사람들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이며, 삶을 아름답고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의미들이다. 그들은 의미없는 우주에 의미을 부여하기도 하며, 존재한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존재들이다. 명절은 '가족들'과 '그 가족들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지점이다. 동시에 우리는 그 연결망 속.. 2021.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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