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 / 츠지 히토나리
-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 인간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지 못하는 동물이다. 망각에는 특별한 노력 따위는 필요도 없는 것이다. 끝도 없이 밀려오는 새로운 일들 따윈, 거의 모두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잊었다는 것 조차 모르는 게 보통이다.
- 깡마른 몸매에 서양 도자기 인형 같은 아오이의 나체는 섹시하다기보다는 그냥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 정말 필요한 게 있는 걸까.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 과연 우리 주위에 얼마나 있단 말인가. 적어도 이 우아한 피렌체 거리에서, 지금 당장 해야만 할일 따위는 없다.
- 필요 때문에 입을 열어야 할 일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불쌍한 어머니. 나를 남겨 두고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무너진 그녀의 마음에 대해.
- 사랑이라는 말 그 자체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인 것처럼 생각되었다.
- 두오모 앞의 광장에 서자, 그 장엄한 외관에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정면에서 올려다보는 건물은 거대한 왕관처럼 보였다.
- 네게 그림을 권하는 것은, 네가 미래를 똑바로 쳐다보기를 바라서란다.
- 그 때, 아오이는 혼자 병원에 가서, 혼자 처리했다. 나에게는 비밀로 하고 모든 것을 혼자서 했다. 왜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았을까. 고통스러울 때 아무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모든 것을 늘 혼자서 결정하는 강한 사람이었다. 나는 그것을 부러워했고, 동경했고 또 저주했다.
- 나는 아오이가 없는 공간을 메워주려고 쥰세이를 사랑한 게 아냐. 쥰세이가 과거에서 벗어낮 못하는 한, 난 이렇게 살 수 없어. 더 이상 모욕당하기 싫단 말이야. 매미는 울먹이며 그런 말을 남기고 나가 버렸다. 다시 문이 닫히고 방 안은 어두워졌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복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복원시켜야 좋을지 생각해 보았다.
- 시간을 만들어 내는 예술이라 생각해. 복원사는 멋진 예술가야. 그것도 시간을 소재로 하는.
- 그녀의 품에 안겨 있을 때, 나는 자신이 고독하지 않고, 행복한 존재라 생각할 수 있었다.
- 모든 것을 잃어 버렸을 때, 나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복원할 생각일까. 아오이.
-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 어느 쪽에도 그림을 복원시킬만한 열정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움만 간직한 냉정한 동창회와도 같았다.
-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 퍼지게 해야 한다.
Rosso / 에쿠니 가오리
- 차이니즈 슈즈는 발소리가 나지 않아 편리하다.
- 나는 말하고, 마빈의 품속으로 들어간다. 따스한 장소.
- 일이 없는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저녁 식사 준비를 할 때까지 거의 목욕탕에서 지낸다.
- 지나친 열의나 이상은 일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 정말 날들이 쉼 없이 흘러간다.
- 알베르토의 성실함은 때로 나를 숨막히게 한다.
- 나는 보석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보석으로 몸을 치장하는 여자의 생활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보석을 사는 여자의 생활과 보석을 선물 받는 여자의 생활을.
- 내 주위에만 시간이 정체되어 있다.
- 쥰세이는 내가 처음으로 섹스를 한 남자는 아니었지만, 이런 식의 표현이 허용된다면, 진심으로 몸을 허락한 - 모든 것을 허락한 - 첫 남자다. 처음이고, 그리고 유일한.
- 나는 쥰세이의 얘기를 듣는 게 좋았다.
- 쥰세이는 무위를 싫어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
-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되지 않는 나날. 그래서 뭐가 안된다는 건데.
- 두 팔에 힘을 준 채 묻는다. 체온이 높은 마빈. "숨막혀요."
- 나에게 세계는 - 친구조차 - 언제나 조금 먼 장소다. 나 자신과 외부를 차단하는 얇은 막 같은 것.
- 우리들 사이에는 처음부터 어떤 류의 디스커뮤니케이션이 있어, 양쪽 다 그것에 의지하는 구석이 있었다. 우리 둘 다 겁쟁이인 것이다.
- 사람이 있을 곳이란, 누군가의 가슴속밖에 없는 것이란다.
- 실제로 우리가 도가 지나친 연인들처럼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애정이라기보다, 어떤 유의 비현실감 속에서. 비현실감. 그건 말 그대로 비현실감이었다.
mubn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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