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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테의 수기 / 릴케

by mubnoos 2024. 9. 25.

 

 

감수성이 예민한 28세의 시인 말테 라우리츠 브리게는 부모를 잃고 가족 하나 없는 고독한 처지입니다. 그는 생계를 위하여 고향인 덴마크를 떠나 파리로 옵니다. 그의 눈에 비치는 모든 풍경은 음울하게 그려지는데, 그 이유는 말테 자신의 내면이 고독하고 우울하기 때문이겠지요. 

 

말테가 떠올리는 유서 깊은 가문의 저택 속에서 외부와 차단된 채 자라는, 유약하고 예민한 소녀의 모습입니다. 그 시절에 어린 말테는 곧잘 열병을 앓았으며, 벽에서 커다란 손이 나타나는 등의 환각을 보곤 했습니다. 

 

이런 기질은 청년이 된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어서 말테는 아직도 환각과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늘 불안해합니다. 한편으로 그는 시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느끼며 '보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늘 파리 시내를 홀로 헤맵니다. 

 

내성적이고 비관적인 성격을 가진 그는 세속적 차원의 사랑을 포기함으로써만 오히려 사랑을 지속할 수 있다고 믿는 둥, 특이한 애정관을 품고 있습니다. 수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말테는 세상의 그 누구도 자기를 사랑할 수 없으며, 오직 신만이 자기를 사랑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대한 모든 애정을 끊고 오직 신의 사랑만을 찾고자 하지요. 그러나 작품의 마지막 문장은 "그러나 하느님은 아직 좀처럼 그를 사랑하려 하지 않았다"라고 하여, 그의 이런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비관적 전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