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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돌다리, 복덕방/이태준, 백치 아다다/계용묵, 화수분/전영택, 김 강사와 T교수 / 유진오

by mubnoos 2024. 9. 25.

 

 

 

 

 

 

 

달밤 /이태준

나는 서울 성북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신문 보조 배달 일을 하는 황수건이라는 사람을 알게 됩니다. 그는 우둔하지만 천진한 성품의 소유자로 아내와 함께 형님 집에 엊혀삽니다. 

 

그는 나에게 짐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개를 키우지 마라, 우두를 맞지 마라는 등 여러 참견을 하지만 나는 그의 참견을 끝까지 받아 주지요.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삼선 학교 급사로 일할 때도 학무국 시학'나'는 서울 성북동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신문 보조 배달 일을 하는 황수건이라는 사람을 알게 됩니다. 그는 우둔하지만 천진한 성품의 소유자로 아내와 함께 형님 집에 얹혀삽니다.


그는 '나'에게 집을 구하는 것에서부터 개를 키우지 마라, 우두를 맞지 마라는 등 여러 참견을 하지만 나는 그의 참견을 끝까지 받아 주지요. 그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예전에 삼선 학교 급사로 일할 때도 학무국 시학관을 잡고 잡담을 하다 쫓겨나 급사 일을 못하게 됐지요.


그는 현재 정식 배달원이 떼어 주는 20여 부의 신문을 배달하고 월 3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 보조 배달원인데, 그의 유일한 희망은 정식 신문 배달원이 되어 방울을 딸랑거리며 신문을 배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보조 배달원 자리에서조차 밀려나고 맙니다. '나'는 그의 처지가 하도 딱해서 참외 장사라도 해보라고 돈 원을 주지요. 그는 학교 앞에서 과일 장사를 시작하지만 이 일 역시 장마로 망쳐 버린 데다 그의 아내마저 형수의 등쌀을 견디지 못해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그래도 '그'는 달 밝은 밤엔 담배까지 물고 노래 부르지요. '나'는 그를 부를까 하다가 그가 무안해할까 봐 얼른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고 맙니다. 쓸쓸한 달밤이었습니다.

 

 

 

 

 

 

 

 

 

돌다리 /이태준

 

창섭의 누이는 어려서 의사의 오진으로 허무하게 숨졌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창섭은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제 창섭은 서울에서 맹장수술 잘하기로 유명한 권위 있는 의사가 되었지요. 창섭은 병원 확장을 위해 모자라는 돈을 고향 땅을 팔아 채우고, 부모를 서울에서 모시리라 결심하면서 고향으로 내려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창섭의 계획은 완강한 부친의
반대에 직면하고 맙니다.


창섭의 부친은 동네에서 근면하고 검소하기로 소문 난 사람인데, 부지런히 일할 뿐만 아니라 논과 밭을 가꾸는 데 모든 정성을 들이고, 동네 길은 물론 읍 길과 정거장 길까지 닦는 사람이지요. 창섭이 고향에 도착했을 때 부친은 장마에 내려앉은 돌다리를 보수하고 있었습니다. 부친은 땅을 팔고 서울로 올라가자는 창섭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고, 창섭에게 하늘 땅에
대해, 그리고 사람의 길에 대해 담담하게 말합니다. 창섭은 자기 세계와 아버지 세계가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아버지의 뜻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서울로 올라갑니다. 아버지는 다음 날 새벽이 되자마자 보수한 돌다리로 나가 세수를 합니다.

 

 

 

 

 

복덕방/이태준

복덕방 주인인 서 참의, 유명한 무용가 딸을 둔 안 초시, 대서업을 개업하려는 박희완 영감은 날마다 복덕방에 모입니다. 이 세 영감은 나이가 들어 자식들로부터 버림받고, 돈도 없이 남은 인생을 외롭게 보내고 있지요. 안 초시의 딸인 안경화는 유명한 무용가입니다. 하지만 안 초시에게 용돈 한번 제대로 주지 않습니다. 안 초시는 사기를 당해 딸에게 융통한 돈도 모두 날려 버리는데, 그는 이 일을 계기로 크게 충격을 받아 자살을 하고 맙니다. 그런데 그의 딸인 안경화는 아버지 안 초시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그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명성에 어떤 손상을 입을 것이 두려워 안절부절못하지요.


한편 복덕방 주인인 서 참의는 구한말에 젊의 기상과 용기를 자랑하던 씩씩한 군인이었지요. 하지만 그는 지금 매우 작은 돈에도 목말라 하는 옹졸한 노인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박희완 영감은 대서업을 개업하기 위해 <속수국어독본>을 펴 놓고 시험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그가 책만 펴면 조는 것으로 보아, 시험에 합격할 가망은 거의 없지요.

 

 

 

 

 

 

 

 

 

백치 아다다/계용묵

 

벙어리이며 백치인 '아다다' 는 열아홉이 되도록 시집을 못 갔습니다. 그러던 중 논 한 섬지기의 지참금을 얹어서 겨우 시집을 가게 되지요. 아다다가 시집간 집은 매우 가난한 집이었습니다. 돈 때문에 아다다를 맞아들인 첫 남편과 그 가족들은 당장의 생활고를 해결해 준 아다다를 극진히 대접하지요. 이에 아다다 또한 인생의 참다운 행복을 느끼고 자기를 버린 자식이
라고 생각하던 친정에는 절대로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기로 큰돈을 벌게 된 남편은 아다다를 배신하고 폭력을 휘두릅니다. 결국 남편은 새 여자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오고, 아다다는 친정으로 쫓겨나지요. 자신을 반기지 않는 친정으로 돌아온 아다다는 아마 신세 지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시키지 않은 일을 자꾸 합니다. 본래 일하는 것을 좋아했던 아다다지만 자신의
힘에 부치는 일까지 하려다가 문제만 일으키지요. 그러던 중 된장을 퍼 나르는 일을 하다가 오지그릇을 깨고 된장도 엎질러 버립니다.

이후 친정 어머니의 매질을 피해 집을 나온 아다다는 1년 전부터 아다다에게 마음을 두고 있던 삼십 넘은 노총각 수롱이를 찾아가고, 둘은 함께 신미도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농사만 짓던 수롱이는 뱃일이 싫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모아 놓은 150원을 아다다에게 꺼내 보이며 밭을 사겠다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아다다가 싫은 내색을 하자 논을 사자고 하지요. 아다다는 돈 때문에 겪어야 했던 시집에서의 불행을 생각하면서 불안해합니다.


아침 일찍 아다다는 그 돈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이를 본 수롱이는 화가 나 아다다를 발로 차지요. 결국 아다다는 바다로 굴러 떨어져 죽습니다.

 

 

 

 

 

 

화수분/전영택

 

'나'는 어느 초겨울 추운 밤 행랑아범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해 가을에 아범은 아내와 어린 계집애 둘을 데리고 행랑채에 들어와 있었지요. 그런데 굶기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아홉 살 난 큰애를 어멈이 어느 연줄로 강화로 보내 버렸다는 말을 듣고 아비가 슬퍼서 울고 있었던 것이지요. 행랑아범 화수분은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마음씨는 순박한 사람입
니다. 화수분은 원래 양평의 남부럽지 않은 농부의 셋째로 태어나 잘살았으나 가세가 기울어 집을 나왔고, 형에게 얹혀살 만도 했으나 부끄럽다고 들어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수분은 양평에 사는 형이 발을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형네 집으로 일해 주러 갔다가 고된 일 때문에 앓아눕게 되지요.


서울에 남아 있던 세 살 먹은 어린것과 어멈은 남편을 목이 빠지라고 기다립니다. 그러는 사이에 김장 때가 지나고 입동이 지나 매서운 추위를 몰고 겨울이 왔습니다. 그의 아내는 주인댁에게 화수분에게 보낼 편지를 적'나'는 어느 초겨울 추운 밤 행랑아범의 흐느끼는 소리를 듣습니다. 그해 가을에 아범은 아내와 어린 계집애 둘을 데리고 행랑채에 들어와 있었지요. 그런데 굶기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에서 아홉 살 난 큰애를 어멈이 어느 연줄로 강화로 보내 버렸다는 말을 듣고 아비가 슬퍼서 울고 있었던 것이지요. 행랑아범 화수분은 못 배우고 가난하지만 마음씨는 순박한 사람입니다. 화수분은 원래 양평의 남부럽지 않은 농부의 셋째로 태어나 잘살았으나 가세가 기울어 집을 나왔고, 형에게 얹혀살 만도 했으나 부끄럽다고 들어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화수분은 양평에 사는 형이 발을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형네 집으로 일해 주러 갔다가 고된 일 때문에 앓아눕게 되지요.

 

서울에 남아 있던 세 살 먹은 어린것과 어멈은 남편을 목이 빠지라고 기다립니다. 그러는 사이에 김장 때가 지나고 입동 지나 매서운 추위를 몰고 겨울이 왔습니다. 그의 아내는 주인댁에게 화수분에게 보낼 편지를 적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편지를 부쳐도 화수분에게서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화수분의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생각다못해 어린것을 업고 양평으로 떠나고, 편지를 받은 화수분은 아내를 맞으러 서울로 떠납니다.


화수분이 고개 위에 이르렀을 때, 소나무 밑에 웅크리고 있는 아내와 어린 딸을 발견합니다. 화수분은 와락 달려들어 그들을 안았지요. 어멈은 눈을 떴으나 말을 못합니다. 이튿날 나무장수가 지나가다 젊은 남녀의 껴안은 시체와 그 가운데 막 자다 깬 어린애가 등에 따뜻한 햇볕을 받고 앉아서 시체를 툭툭 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여 어린것만 소에 싣고 갑니다.

 

 

 

 

 

 

김 강사와 T교수 / 유진오

 

김만필은 동경제국대학 독일문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수재입니다. 졸업 후 H 과장의 소개로 S 전문학교 독일어 시간 강사가 되지요. 그곳에서 T라는 교수와 알게 되는데, 그는 처음 만난 김만필에게 갖은 친절을베풀면서 학교의 이모저모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그때 S 전문학교 교수회는 세 파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교장과 T가 강한 파였지요. 김만필은 어느 날 H 과장 댁을 예방했다가 거기서 T 교수를 만나게 됩니다. 돌아오는 길에 T는 김만필에게 그의 과거를 다 알고 있다면서은근히 위협을 가하지요. 김만필이 한 동아리가 되어 주기를 바랐던 겁니다. T는 그가 신문에 독일 좌익 작가의 활동 상황을 소개한 것은 물론, 대학시절에 문화비판회 회원으로 활약했던 일까지도 알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김만필은 한 번도 교수는 물론 교장도, H 과장도 찾아가지 않지요. 몇 달이 지난 후 어느 날, T가 김만필에게 H 과장이 한번 만나고 싶다
니 찾아가 보라고 권합니다. 그날 밤 김만필은 H 과장을 찾아가지요. H과장은 뜻밖에도 자기를 속여 망신시켰다면서 김만필에게 화를 냅니다. T가H에게 김만필의 과거를 폭로했기 때문이지요. 궁지에 몰린 김만필이 자신의 과거를 부인하고 있을 때 T 교수가 이웃한 방에서 걸어 나옵니다. 온 얼굴에 비열한 웃음을 지은 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