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쓰고 있다. 누구나 지금도 분명히 쓰고 있다.
천천히 보아야 이해가 된다.
창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재능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관찰’이라고 얘기할 것이다. 관찰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다.
그냥 보는 걸로는 부족하다. 주의하여 봐야 하고, 자세히 봐야 한다.
남들과 똑 같은 걸 보지만 결국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봐야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봐야 하고, 더 오래 봐야 하고, 더 많이 움직이며 봐야 한다.
글을 쓰면서 가장 괴로운 순간은 새로운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다. 그럴 때면 글쓰기를 잠깐 쉬고 산책을 다녀와야 한다. 새로운 것을 보고 만져야 새로운 표현이 떠오른다.
생각은 언어의 형태로 나타난다.
사소한 표현에 공들이지 않으면 큰 이야기를 만들 수 없다.
창조의 반대말은 모방이나 답습이 아니라 ‘안 창조’, ‘못 창조’, ‘창조하려고 시도조차 안 함’이다.
장난기 어린 태도를 유지한다.
1.창작의 도구들
일기는 쓰지 않는다. 하루를 정리하지도 않는다. 정리할 하루가 없었다. 정리하면 하루는 짧게 느껴진다. 정리하지 않으면 하루는 무진장 길어진다. 어제와 오늘의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오늘과 내일을 굳이 나누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을 생각할 뿐이다.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내일 써야 할 글의 문장이 생각난다. 중요한 문장일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내일 가보면 알겠지.
나는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준 책의 힘을 믿는다. 책을 만들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사람의 절실함을 잘 알고, 책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사람의 절실함도 잘 안다. 그래서 책과 서점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2.창작의 시작
한 문장에 같은 단어가 서너개 있을 때 나는 그 글을 신뢰하지 못한다. 똑같은 단어를 여러번 반복하는 사람은 글쓰기를 못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에 관심이 없는 것이다.
폴 가드너
그림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다만 흥미로운 곳에서 멈출 뿐이다. 57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없다면, 가까이 있는 것을 한 번 더 접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익숙한 친구를 한번 더 만나는 게 나을지 모른다. 익숙한 것을 새롭게 보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더 많이 아는 건 누구가와의 대화에 도움이 된다. 자랑할 수 있고 뽐낼 수 있다. 한 번 더 알게 되는 건 자신과의 대화에 도움이 된다. 한 번 더 알게 되는 순간, 모르는 게 더 많아질 수 있다. 지식을 자랑할 수 없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머리에 지식이 가득 차는 듯한 희열을 맛볼 때가 있는데, 그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일지도 모른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점점 더 모르는 상태가 지속되길 바란다. 여전히 잘되지 않지만, 책에서 읽은 것들을 세상에서 써먹고 싶어 좀이 쑤시지만, 내가 아는게 진짜 알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물어보려고 노력한다. 두 번 읽으면서 계속 물어보려고 한다.
글쓰기에서는 최선을 다할 수 없다. 쓰는데까지 쓸 뿐
우리는 최선의 문장을 쓸 수 없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문장을 쓸 수 없다면 아무 문장이나 쓰면 된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골라봤자 실패할 수 밖에 없는 게 첫 문장이다. 첫문장은 대충 쓰는 게 좋다. 첫 문장은 스스로에게 내는 수수께끼이다.
붙잡아두면 생각은 썩어버린다. 붙여두기만 해서는 생각이 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의 포스트잇을 떼어 버리고 머릿속 어딘가에 포스트잇을 붙이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생각하는 대신 스크랩을 한다. 자료를 무조건 모아둔다.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무조건 모아둘 뿐이다. 어느 날 어떤 글을 써야 할 때가 되면 그제야 모아두었던 스크랩을 뒤진다. 그때부터 생각이 시작된다. 거대한 자석을 들고 온 동네를 헤집으며 고철을 수집하는 마법사처럼, 생각의 파편을 천천히 모은다.
솔직하고 정직한 글은 무조건 좋은가_세월호에 내가 아는 사람은 타고 있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3.실전글쓰기
모든 첫 문장은 근사하다. 왜냐면 끝을 보았기 때문이다. 끝이 없는 첫 문장은 출판되지 못한 첫 문장이고, 출판된 모든 첫 문장은 끝이 있기 때문에 근사할 수 밖에 없다. 출판된 첫 문장은 아무것도 모르는 첫 문장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다녀온 다음에 시작과 끝을 경험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면 언제나 문단을 살피게 된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문장이라도 문단의 흐름과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지워야 한다.
문단과 문단의 리듬이 더욱 중요하다. 식상한 비유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새로운 비유를 찾기 위해 한 번 더 세계를 바라보듯, 문단과 문단을 구분 지을 때 새로운 리듬을 찾아내기 위해 글을 다시 바라본다.
글쓰기는 독서에서 시작된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어떤 글을 쓸지가 결정된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도 중요하다. 발목을 붙잡는 책이 아니라 계단이 되는 책이어야 한다.
추상적인 인류 전제에 대해 쓰지 말고, 구체적인 한 사람에 대해 써라. 이 말은 전적으로 옳다. 다른 충고에는 조금의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말은 100% 믿어도 좋다. 구체적인 한 사람에 대해서 쓴다는 것은, 글쓰기의 가장 간단한 비법이자 가장 어려운 비법이기도 하다. 일단 가장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 가장 가까운 비유부터 시작하는 것, 가장 익숙하게 잘 알고 있는 것부터 비틀어 보는 것이 글쓰기의 가장 쉬운 시작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혼자만의 글쓰기란 존재하지 않는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을 분리시키는 일이고, 나와 나를 바라보는 나가 대화하는 일이므로 나를 바라보는 나가 존재하는 순간, 누군가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즐겁든 고통스럽든 일단 적어야 한다.
우리는 사진을 기억하지 못하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선 대상을 수십 번 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찰을 하게 된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세상을 정리정돈 하는 게 아니다. 더 어지럽게, 더 헝클어뜨려서 더 많은 것들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마음껏 어지르자.
우리는 글을 통해 우리가 더 좋은 사람인 척할 수 있다. 더 현명하거나 더 세련된 사람인 척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나 그럴 수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최초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모든 예술은 현재를 위한 것이다. 미래를 위한 예술이란 없다.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글쓰기 속에서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글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비난하기는 쉽지만 선을 긋는 건 어렵다. 비꼬는 건 간단하지만, 첫 문장을 시작하는 건 어렵다. 창작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비판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야기가 아니다. 한 번이라도 창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작품에 대해 말하는 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4.실전 그림 그리기
5.대화 완전 정복 -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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