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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연습이다 / 글렌 커츠

by mubnoos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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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을 시작하며

 

ㆍ단순한 악기로 소리를 만든다거나 연주자의 테크닉으로 완성된다는 뜻이 아니라 경험이 쌓여야 한다. 

 

ㆍ"지난 80년 동안 나는 늘 똑같은 방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 파블로 카잘스

 

ㆍ음악을 연습할 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뭔가를 추구하다보면 언제나 언어의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이는 음악만이 아니라 진실로 사랑하는 것을 추구할 때면 누구나 겪는 일일 것이다. 

 

ㆍ연습은 움직임과 표현에서 더 큰 즐거움을 찾아내는 태도다. 이것이 바로 연습의 본질이다. - 예후디 메뉴인

 

ㆍ아무리 솜씨 좋은 사기꾼이라고 해도 악기를 다루는 거장의 솜씨를 흉내낼 수는 없다. 하지만 거장의 기교를 습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를 위해서 평생 엄격한 규칙을 정해 놓고 연습을 해야 한다. 

 

ㆍ기쁨을 기대하자면 고된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ㆍ오로지 평범한 사람만이 발전한다. - 오스카 와일드

 

ㆍ연습은 분투하는 행위이다. 연습은 로맨스다. 한편으로는 위기이기도 하다. 인격의 시험대이자 뼈아픈 개인적 실패를 겪을지 모른다는 위협이기도 하다. 

 

ㆍ당신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들어라. 항상 목적을 가지고 연습을 하라.

 

ㆍ기타를 배우는 일을 몸과 마음, 영혼의 조화를 이루는 과정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ㆍ연습의 가치는 당신의 마음 상태에 달려 있다. 우리는 과도한 야망을 버려야 한다.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된 고통을 자각하라. 

 

ㆍ연습은 훈련이다. 연습은 명상이자 치료다. 하지만 이런 것들 이전에 연습은 당신이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ㆍ행복한 예술가는 없다. 언제 어느 때도 만족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를 전진하게 하고 누구보다 더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신성한 불만족, 즉 은혜로운 불안을 찬양한다. - 마사 그레이엄

 

연습을 하는 음악가 누구나처럼, 나도 연습의 기쁨과 고된 노력을 다 겪어보았기에 잘 안다. 내 악기에서 나오는 이 소리를 듣는 기쁨도, 내 손이 표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소리보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아름답고 명료할 때의 고통도 전부 다 말이다. 음악의 기쁨과 숙련을 위한 고된 연습은 마치 로맨스처럼 끝없이 드잡이를 벌인다. 기쁨을 기대하자면 고된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노력이 기쁨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것은 내가 매일 아침 연습을 하려고 앉으면서 내 자신과 하는 거래다.

 

 


현에 생기를 불어넣기

ㆍ"뭐든 의지할 것이 있는 게 중요해."

 

나는 고개를 돌려 청중을 바라보았다. 발코니 석의 희열에 몸을 맡기고 청중의 갈채와 그 갈채가 보여준 사랑으로부터 피어오른 열기를 빨아들였다. 그날 밤 세고비아는 환호하는 기타리스트들의 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나는 경외감에 휩싸인 채 그의 발치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가 흔들리는 모습도 목격했다. 내가 있는 곳에서 세 발자국만 더 가면 중앙 무대였다. 사람들의 환호에 머리가 어지러운 듯도 했다. 고작 열일곱 살이던 내가 어떻게 그런 갈채가 내 것이라고, 어쩌면 언젠가는 내 것이 될 것이라고 꿈꾸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아다지오와 푸가

 

 

ㆍ누군가를 일에 그토록 전념하게 만드는 것은 단지 교육과 의지만은 아니라오. 순수한 기쁨이지. 행복을 추구하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그것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가 없다오.- 릴케

 

 


내 실수들을 완벽하게 만들기

 

ㆍ실수는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실수를 연습하는 거야.

 

 

 


마장조 연습곡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소리

 

ㆍ음악이 끝나면 그 경험도 스르르 사라진다. 하모니는 결코 영원하지 않다. 우리가 아무리 그것을 붙잡으려고 해도 소용이 없다. 

 

 


기도와 춤

 

ㆍ다만 익히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다. 시간과 관심, 인내심, 용서가 필요할 따름이다. 연습이 필요할 뿐이다. 

 

 

 


끝없는 연습

 

우리에게 비극은 누가 천재냐 아니냐가 아니다. 천재라는 사실이 드러나려면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렇다고 해도 대개 우리 판단은 검증을 받게 된다. 아니다. 비극은 따로 있다. 우리는 대부분 경쟁을 하면 할수록 자신의 음악이 더 보잘 것 없다고 느낀다. 우리가 들은 음악이 우리를 망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비극이다.

 

 

 

 

 


대성당

 

ㆍ진동하는 물체는 다른 물체를 진동하게 한다. 

 

나는 눈을 감고 개방현을 튕긴다. 이 소리와 느낌을 표현할 어휘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지만 내 기분은 한껏 들뜬다. 내가 쓰는 말들은 다 틀렸다.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부적절하다. 오직 현의 진동을 느끼기 위해 코드를 몇 개 짚어 본다. 내가 감지한 차이는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귀로 알 수 있다. 마치 소리가 전보다 기타의 더 깊은 곳에서 나타난 듯, 진동을 할 때마다 몸체에서 더 많은 소리를 모아 낸다. 가슴으로 그 진동이 느껴지더니 어느새 진동이 가슴을 지나 다리로 내려간다. 기타의 소리는 감정을 자극하고 마음을 파고든다. 나는 이 감정을 어쩌면 좋을까?

 

 


노력의 결실

 

연주는 당신이 숨을 수 있는 방책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연주는 당신의 두려움과 흥분 속에 들어 있는 일종의 자유다. 연습이 내 안에 쌓아두고 붙잡아둔 것들이 무대에서 연주를 함으로써 모두 풀려난다. 연주란 재능을 숨겨두거나 재능이 있는 척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을 마음껏 써버리는 것이다. 객석에 앉아 다른 참가자들의 연주를 듣는데, 모든 것이 전과 다르게 들렸다. 음악이 어디로 향하든, 그곳으로 가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음악을 보내주어야 했다.”

 

 


블루 기타

 

ㆍ음악은 오로지 연주 속에서만 숨을 쉰다. 음악이 연주될 때 비로소 우리가 듣는 것이 현실이 된다. 연주는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드러낸다. 

 

ㆍ연습을 하는 시간은 매 순간이 요구하는 것들 즉, 매 순간의 삶과 죽음으로부터 잠시 피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는 바로 이 시간에 연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 

 

ㆍ연습은 우리가 잠시 휴식을 갖고 스스로를 안정시키기 위해 필요한 거짓말이다. 연습이야말로 우리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발전하고 성장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주는 내적인 전환점이다. 

 

 


가장 오해받는 악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ㆍ연습은 이야기다. 악기를 가지고 자리에 앉으면 당신은 모든 것이 불투명하지만 언젠가는 당신을 변화시킬 고된 연습에 시간을 투자하고 지금보다 더 나아져 있을 미래를 상상한다. 이야기는 연습에 맥락을 부여해 쉼 없이 변화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매일 같이 작은 걸음을 보태어 긴 여정을 완성할 수 있게 한다. 연습을 계속 이어나가는 한 어떤 목표를 세워도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결국 시간과 노력의 문제인 것처럼 느껴진다. 어쨌든 연습이라는 이야기는 좋든 나쁘든 당신의 노력을 빨아들여 당신에게 앞으로 뻗은 길을 보여준다. 

 

ㆍ문학을 독해하는 과정은 곡을 연주하는 것과 비슷한다. 글은 행과 구절의 문제이며 울림을 듣고 강세가 어디에 찍히는지를 듣는 문제이기도 하다. 

 

ㆍ우리가 겪는 상실감은 현실이다. 아무리 피해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음악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면서 우리의 사랑과 실망을 모두 실체화해주는 데 있다. 

 

연주는 순수하게 즐거운데 연습은 왜 이다지도 고통스러울까? 나는 선율이 아름다운 소품과 간단한 연습곡을 계속 연주하며 이 질문을 곱씹었다. 그런데 연주를 할수록 아무리 단순한 곡이라고 해도 과거에 느꼈던 불만이 되살아나고 내 손가락에 대한 초조함과 내 자신에 불만이 느껴졌다. 나는 존경하는 음악가들이 쓴 책과 방법론을 읽으며 위안을 구했다. 하지만 무엇을 읽어도 정작 내가 궁금한 정보가 없었다. 내 손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을 즈음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서서히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기타를 연주하려고 연습을 하는 게 아니었다. 기타를 연주하는 건 연습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이제는 열일곱 살이나 스물한 살 때의 나만큼 기타를 잘 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만족시키는 연주도 다시는 못 할지 모른다. 내 손은 예전만큼 유연하지 않다. 게다가 너무나 오랫동안 연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매일 지금처럼 아침에 자리에 앉으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에 자신을 몇 번이고 활짝 열고 그 사랑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매번 명심하려고 애쓰며 연주를 하려고 한다. 이제 더 나은 연주를 한다는 말은 내게서 사라지는 것을 덤덤히 받아들이며 계속하는 법을 배운다는 뜻이다.

 

 

 


들어보면 좋은 음반들

 

ㆍ요한 세바스찬 바흐

ㆍ페르난도 소르

ㆍ호야킨 로드리고 '기도와 춤'

ㆍ아구스틴 바리오스 '대성당'

ㆍ마이클 티페트 경 '블루 기타'

ㆍ스콧 조플린 '위핑 윌로우 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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