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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린 죽고 이딴 거 다 의미 없겠지만 / 사치 코울

by mubnoos 2022.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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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we'll all be dead and none of this will matter.

 

 

 

1장 상속세

 

비행기는 멍청이들이나 타는 거다. 인간의 몸이라는 것이 본래 하늘로 솟아오르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ㆍ여행을 한다는 것은 당신이 교육을 받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자 하며, 남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는 뜻이다. 하지만 아무리 여행을 가도 찾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무엇일까? 바로 내 아파트에 있는 물건들이다. 

 

ㆍ나는 살면서 용감할 필요가 없었다. 용감함은 부모님이나 외국어로 자기 몸에 문신을 새기는 사람, 덜 익어 피가 비치는 닭고기를 겁 없이 먹는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니까.

 

ㆍ"고마워, 괜찮아. 나는 지금 정말 보통 때와 똑같이 아주 괜찮아."

 

모든 일은 대체로 결국 괜찮더라. 두려움이 엄마를 전부 삼켜버린 것은 아니어서, 엄마는 항상 이 말을 내게 하곤 한다. 종종 세상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낄 때, 엄마는 “모든 일이 항상 잘 풀리게 될 거, 너도 알잖니”라고 말한다. “항상 결국 잘되게 되어 있어.” 엄마 말이 옳다. 우리에게 진정한 비극은 일어난 적이 없다. 부모님과 오빠, 나, 우리는 운이 좋은 편이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단 한 번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적은 없었다.

 

 


2장 한 사이즈 큰 걸로요

 

ㆍ작은 손, 섬세한 손가락, 가녀린 팔과 거미같이 연약한 무릎? 여성에 대한 불공평한 선입견이 있다. 모든 여성은 쇼핑을 좋아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하, 세상에 모든 여자가 좋아하는 것 따위는 없다. 

 

ㆍ쇼핑은 우리 모두의 정체성을 가차 없이 까발린다. 

 

이렇게 쇼핑을 싫어하는데도, 나는 옷에 대한 믿음이 있다. 나를 더 괜찮은 무언가로 바꿔줄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우리 몸 안에는 다른 이를 전염시킬지 모르는 질병, 피지 덩어리 그리고 오줌과 똥으로 가득한 축축한 관이 뒤엉켜 있다. 그러나 우리가 괜찮은 옷을 입거나 거대한 목걸이를 걸쳐서 실제보다 돈이 더 많아 보일 수 있다면 누군가는 우리를 만져도 될 만큼 깨끗하다고, 같이 저녁을 먹거나 자기 부모에게 소개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쇼핑을 하는 것이다. 

 

ㆍ애초에 걱정조차 하지 말자. 어차피 그건, 우리와 평생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3장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ㆍ아이들은 자라면서 세상일의 전후 사정에 더 촘촘히 놓이고, 그들의 정서를 담는 그릇으로 언어를 더 능숙하게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젠장한 일은 바로 그 정서에 인종차별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은근슬쩍 당한 인종차별에 대해 일러도 아빠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애들이 네가 인도 사람인지 알았을까? 넌 어떤 사람이든 될 수 있는데.” 이건 내가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당신이 내 출신을 콕 집어 얘기하지 못한다는 건 동시에 내가 이곳 출신이 아니라는 걸 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는 백인이 아니다. 아니고말고. 하지만 나보고 넌 백인에 가깝다고 하면 그 말도 맞고, 또 반대로 넌 백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하면 그 말도 맞는다. ‘당신은 다문화 출신입니까?’라는 설문 조사 문항이 있다면 그렇습니다란에 체크할 수 있다. 겉보기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다 가진 여자다!

 


4장 썅-서로울 나의 결혼식

 

ㆍ인도 결혼식이 재미있다고 주장하는 두 부류의 인간들:

1) 백인들이다. 그들은 오만 것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실은 멍청해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자기들 것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국적이라고 좋아한다. 

2) 인도 땅에서, 진짜 인도인들이 치르는 찐 인도 결혼식을 참석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삽질 쇼핑 투어 동안 들어간 가게에서마다 우리가 거친 필수 코스가 있다. 머리도 안 들어가는 옷, 머리는 들어가지만 어깨가 안 들어가는 옷, 그리고 머리와 어깨는 간신히 들어가지만 가슴에 걸려서 날 마치 유방이 네 개 달린 여자로 보이게 하는 옷. 피팅룸에서 이 세번째 옷을 입고 나올 때마다 엄마가 드러내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여서, 그 실망감을 병에 진공 포장한 다음 이민자 출신 엄마를 그리워하거나, 자기를 슬픈 표정으로 쳐다봐줄 흰머리 아줌마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팔면 돈 좀 벌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ㆍ엄마는 백인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않는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이해 못 할 거라고 말하곤 했다. 심지어 그가 참을성 있는 호인이라도 말이다. 

 

 


5장 트위터는 내 땅이다

 

ㆍ착한 여자애들이란 나쁜년인 걸 아직 들키기 전인 애들이지.

 

하지만 솔직히 나는 그저 외로웠을 뿐이다. 내 글을 세상에 내보인 뒤 트위터를 체크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너무나도 끼고 싶은 대화에 못 낀다는 뜻이었다. 나는 내가 놓친 게 무엇인지, 내가 뭘 말아먹었는지, 다음번에 내가 뭘 더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었다. 나는 내 글이 당신의 외로움을 덜어줄 만큼 희망적이었는지 알고 싶었다.

 

 


6장 좋은 녀석

 

우리는 굳이 애쓰지 않아도 똑똑해서 수업을 들을 필요 없다는 듯 그저 교실 맨 뒤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을 비웃곤 했다. 혹은 맨 앞에 앉아서 모든 걸 다 아는 척하기도 했다. 파티가 열리는 곳에 항상 우리가 있었는데 그게 딱히 내가 파티를 쫓아다니거나 파티가 열릴 만한 곳을 찾아다녀서는 아니었다. 우리가 파티 그 자체였다.

 

 


7장 그 시선 거두어라

 

그가 잠시 뒤돌았을 때 나는 화장실로 몰래 사라졌다. 내 몸속에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뇌가 다리에게 그만 좀 휘청거리라고 명령할 수 없었고, 심장박동이 점점 느려지는 게 느껴졌다. 그건 일종의 조난 신호였다. 술잔 조심하고, 잔 덮어놓고, 가능하면 병째로 마시고, 거품이 바르르 올라오는 술은 웬만하면 피하라고 여자 친구들이 내게 항상 말해주던 일이었다. 처음 겪었지만 알 수 있었다.

 

 


8장 털털하지 못한 나

 

ㆍ오럴섹스를 배우며 알게 되는 가장 무서운 것. 언젠가 나 역시 그 누군가의 얼굴이 버자이너 가까이 오기를 바랄 때가 온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의 입, 입으로 말이다. 

 

털, 몸에서 자연스레 자라는 바로 그것은 남들이 나를 역겹게 본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내게 상기시킨다. 털, 그것은 내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어도 싸다고, 내 성적 매력이 변태 아니면 비위 좋은 자들이 사는 꽉 막힌 진공 상태의 세상에서나 통한다고 나를 계속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한다. 흑인 여성과 인도인 여성 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그 두 집단이 각기 느끼는 정도나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리나가 털을 기르는 것은 반항이다. 그렇지만 갈색 피부 여자가 털을 기르는 것? 그것은 폭동이다.

 

ㆍ많은 여성이 틀에 박힌 뷰티 루틴에 매여 있다 해도 그건 우리, 단지 우리 스스로를 위한 것이다. 

 

 


9장 집으로 가는 길

 

그곳은 나와 인도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곳이다. 그 집 말고는, 인도에 관한 다른 것과는 단절된 느낌이 든다. 인도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살아본 적도 없고, 그곳 사람들이 쓰는 말을 이해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 집은 다르다.

 

 


10장 어떻게든 되겠지

 

ㆍ성장에 대한 가장 큰 아이러니는 일단 부모님 집을 떠나봐야 그들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화를 덜 내고, 부모들은 걱정을 덜 한다. 

 

내가 혹시라도 책 속에서 괴팍한 인간이나 인도인 버전의 아치 벙커로 묘사되었다면, 사실 내 복수는 이로써 완벽해진다. 나는 이미 딸내미 이름 속에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려고 묵음 c를 집어넣었거든

 

ㆍ인도는 어떤 나라니? 라는 질문에 우물쭈물 얼버무리게 된다. 결국 인도는 알면 알수록, 경험하면 할수록 어떤 평균치를 낼 수 없는 나라라는 무책임한 결론에 닿았다!

 

ㆍ영적인 인도와 '강간 천국' 인도. 그 극과 극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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