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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

by mubnoos 2022. 3. 2.

 

 

 

 

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유에 대한 비판

 

레비-스트로스는 구조주의란 우리가 생각지 못한 조화에 대한 탐구이며, 어떤 대상들 가운데 내재하고 있는 관계의 체계를 발견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의 구조주의는 인간의 행위가 하나의 화학적 요소처럼 과학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는 자연이나 사회현상에는 임의적인 것이 결코 존재하지 않게 된다.

 

ㆍ그는 우리들 자신의 사회보다 비교적 정적인 원주민 사회를 연구대상으로 선택하여 이 사회 내에서 신화, 친족, 결혼 따위의 법칙과 체계를 규명해내는 것이다. 미개사회를 연구함에 있어서 인류학자의 하나의 인간성을 탐구해내는 것이다. 

 

ㆍ구조주의는 바로 다양한 표현들을 이처럼 하나의 언어로 환원시키는 작업이다. 다양한 현실의 배후에서 보다 심층적이고 진실한 어떤 실체를 발견하려는 노력은 그것이 무엇이라고 불리든 간에 레비-스트로스에게는 인간과학의 존속에 필요한 조건이다. 

 

ㆍ레비-스트로스는 철학적으로는 합리주의자로서 규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는 현실과 논리는 동일한 변증법적 과정을 따르며, 관념과 행위는 인간정신의 근본적 범주로부터 파생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ㆍ보편적인 인간정신은 경험적 실체를 구성적 단위로 분화시키고, 이 단위들은 상호관계의 체계로 조직되며, 또 이 체계들은 그것들이 가능한 조합을 지배하고 어떤 법칙을 이루는 것이다. 나악 그는 인간정신과 언어의 성격은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모든 사람들은 상징을 만들어 사용하는 지적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또 모든 언어는 대상에 관한 보편적 특징을 표현한다. 

 

ㆍ레비-스트로스는 하나의 구조는 다음의 몇 가지 요건들을 충족시키는 모델로써 이루어졌다고 한다.

1) 구조는 한 체계의 특성을 나타내며, 구조를 이루는 몇 가지 요소의 변화는 다른 모든 요소에 변화를 초래하게 한다.

2) 어떤 주어진 모델에는 일련의 변형을 동일한 형의 모델들의 한 집단으로 귀착되도록 정돈하는 가능성이 있어야만 한다. 

3) 상기의 특성은 만약 모델의 요소들 가운데 하나 또는 그 이상이 수정을 받게 된다면, 그 모델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게 한다. 

4) 모델은 모든 관찰된 사실들을 즉각적으로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만 한다. 

 

ㆍ레비-스트로스에게서 신화란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자연현상의 설명에 관련된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나의 이론적 질서를 지닌 사실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자연현상을 사용한 것이다. 신화란 인간정신의 구조 속에 이미 존재하는 세계에 관한 하나의 영상이다. 

 

ㆍ현대의 과학적 사고가 하나의 단일한 부호를 추구하는 데 반하여, 야생의 사고는 그 자체를 계속하여 집단화하고, 많은 불연속적 요소들을 단순화시키지 않은 채로 경험세계의 자료들을 재정리하는 하나의 의미론적 체계이다.

 

ㆍ원시인이 사용하는 논리는 하나의 구체적이고 감지적이며, 심미적인 논법인 것이다. 결국 레비-스트로스는 야생의 사고의 특징을 무시간성에서 발견한다. 왜냐하면 야생의 사고의 목적은 세계르르 하나의 통시적, 공시적 전체로 파악하려 하기 때문이다. 

 

 

 

 

 

1. 여행의 마감

ㆍ나는 여행이란 것을 싫어하며, 또 탐험가들도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지금 나는 나의 여행기를 쓸 준비를 하고 있다. 

 

ㆍ민족학이란 직무에는 모험이라는 것이 끼여들 자리가 전혀 없다. 

 

ㆍ우리가 그토록 멀리에까지 찾아 나서는 진리는 그러한 겉껍데기들을 털어버렸을 때에만 비로소 가치를 지니게 된다. 

 

ㆍ하나의 문명이 종결되고 다른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었구나. 우리의 이 세계는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이제는 너무 협소하게 느껴지는구나 하는 사실을 내가 불현듯 실감하게 된 것은 숱한 숫자나 통계자료나 또는 혁명 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몇 주일 전에 내가 받은 한 통의 전화 때문이었다. 

 

ㆍ그것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고독한 모험이 아니라 차라리 죄수들의 출발과 같았다. 

 

ㆍ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보이지 않아 추상적이기만 했던 독일인이라는 실질상의 적을, 가까이 있어서 그 존재를 감지할 수 있는 미국인이라는 가상의 적으로 대치시켰던 것이다. 

 

ㆍ내가 방금 브라질에 대해 적대행위를 했다고 통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 사진이 유럽에 가면 피부가 검은 브라질 사람들이 있고 또 바이아의 아이들은 맨발로 걸어다닌다는 풍문을 틀림없이 퍼뜨리게 될 거라고 했다. 

 

ㆍ나는 유일한 재산인 브라질에서의 조사 자료 - 언어와 기술에 관한 서류철, 여행일지, 조사지에서 얻은 문서, 카드, 지도류, 네거 필름 등 수천의 종이쪽지와 색인 카드, 사진 원판 따위였다 - 가 가득 든 가방 하나를 가져가고 있었다. 그와 같은 수상한 보따리를 갖고 경계선을 가로지른다는 것부터가 벌써 상당한 위험을 안은 짓이었다.

 

ㆍ모험의 증거라는 것들이 대개의 경우 눈에 거슬리게 빈약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모험을 시도했다는 사실 자체이지, 그 모험의 목적은 아니다.

 

 

2. 여로에서

ㆍ민족학의 연구대상인 몬화의 구조와 나 자신의 사고구조의 유사성 때문에 내가 민족학에 마음을 두게 된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ㆍ인식은 포기나 물물교환에 근거를 두는 것이 아니라 참된 양상, 다시 말해서 내 사유의 속성과 부합하는 양상의 선택에 있다. 

 

ㆍ민족학은 나에게 지적 만족을 가져다준다. 세계의 역사와 나의 역사라는 양극을 결합시켜, 인류와 나 사이에 공통되는 근거를 동시에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3. 신세계

우리는 이 깊은 바다의 저쪽 편에서 과거의 항해자들이 확신하였던 경이를 발견했어야만 하는가? 그들은 미지의 지역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어떤 새로운 지역을 발견하였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구세계의 과거를 확인하려고 갈망하였다. 

 

ㆍ사람들은 보통 여행을 공간의 이동이라는 면에서 생각한다. 그러나 장기간의 여행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 사회적 서열에서의 변화도 수반한다.

 

ㆍ동물의 진화란 도시 생활의 변모보다는 느린 속도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4. 대지와 인간

ㆍ이것을 정말 미신이라고 불러야 할 것인가? 그러한 편애 속에서 나는 오히려 미개민족들이 무의식중에 행하였던 어떤 지혜의 흔적을 보며, 거기에 역행하려는 현대의 반항에는 정말 광기조차 서려 있음을 본다. 우리들이 숱한 좌절과 안타까움을 대가로 하여 쟁취하는 정신적인 조화를 그들 미개민족들은 흔히 쉽게 얻을 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간 경험의 진정한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것의 한계와 리듬을 벗어나는 것은 우리 힘 밖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편이 낫다. 음향과 향기가 색채를 지니며, 감정에는 무게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간은 그 소유의 가치를 소유하고 있다. 

 

ㆍ인간관계의 악화는 유럽인의 정신으로서는 우선 이해할 수 없는 것 같이 여겨진다. 우리는 마치 원초적 상태 - 혹은 이상적 상태- 가 이와 같은 적대관계의 해소에 해당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계급 간의 대립을 투쟁이나 긴장이라는 형태로 이해하려 든다. 하지만 여기서 긴장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긴장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ㆍ아시아에서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아시아가 미리 보여주는 우리의 미래상이다. 인디오의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나는, 지금은 그곳에서조차도 믿을 수 없는 덧없는 것이 되어버렸지만, 인간이 자기 세계와 호흡을 같이하던 시대의 영상, 즉 자유의 행사와 자유의 표상 사이에 적잘한 관계가 존재하던 시대의 영상을 몹시 소중히 여기고 있다. 

 

 

5. 카두베오족

ㆍ티바지 인디언들은 진정한 인디언이 아니었으며, 또 이같은 사실 때문에 그들은 진정한 야만인도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매우 실망하였다. 그러나 이들이 민족학의 모든 초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게 되는 대상에 관한 순진하고도 시적인 개념을 제거할 수 있도록 깨우쳐주었다는 점에서는, 나에게 신중함과 객관성이라는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그들은 내가 바랐던 것보다는 덜 순수하였을 뿐만 아니라 내가 처음 접촉하였을 때는 추측할 수 없었던 몇 가지 비밀들을 지니고 있었다. 

 

ㆍ이 사회에서는 우리들이 자연적이라고 여기는 감정에 대해 강한 적의를 나타내었다. 그들은 출산에 대해 심한 혐오감을 느낀다. 낙태와 영아살해가 거의 정상적이라고 여겨질 만큼 실시되고 있으며, 실제로 집단의 존속은 출산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양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어던 인디언의 집에 갑작스레 들어가게 되면-그들이 그것을 재발리 감추기 전에-애벌레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컵을 볼 수 있다. 할 수 없이 마지막 방편으로 우리는 그에게 우리 자신이 코루를 먹고 싶어한다는 것을 이야기하였다. 그 벌레의 몸으로부터 희끄무레한 기름이 흘러 나왔으며, 나는 그것을 망설이다가 맛보았다. 그것은 버터으 단단하고도 섬세한 느낌과 야자 열매의 과즙 같은 맛을 지니고 있었다. 

 

 

 

6. 보로로족

ㆍ남자들은 성기의 끝부분을 씌운 하나의 작은 짚으로 된 성기덮개를 제외하고는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성기덮개는 귀두의 포피에 씌워졌는데, 그 덮개의 꼭대기는 열려 있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방이 함께 짓이긴 우루쿠로써 붉은색을 온몸에 칠하고 있었다. 

 

ㆍ'바리'는 비사회적 존재이다. 그는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영혼들과 개인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특권적인 존재이다. 예를 들면 그가 혼자서 사냥을 나가면 초자연적인 도움을 언제든지 얻을 수가 있었다. 

 

 

 

7. 남비콰라족

ㆍ세 가지 문화의 경우에서 우리는 부드럽고 자유로우면, 이중적인 의미를 포함시키고자 하는 지적 기호가 담긴, 유동적인 손의 예술과 대면하게 된다. 

 

ㆍ글자란 기묘한 것이다. 글자의 출현은 인간들의 생활조건에 심오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었고, 또 이러한 변형들은 특히 그 성격이 지적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일단 사람들이 글쓰는 방법을 알게 되면, 그들은 하나의 커다란 지식체계를 굉장히 축적할 수 있다. 

 

ㆍ문자는 인간의 지식을 공고하게 만들지는 않았고, 하나의 영속적인 지배체계의 확립에 불가결한 존재가 되어왔던 것 같다. 

 

ㆍ일부다처의 특권이 성적, 정서적, 사회적인 과정에서 아무리 매력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 자체라서는 충분한 것이 도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일부다처혼은 권력의 기술적인 조건들 중 하나이다. 개인적인 만족이 문제되는 한 그것은 오직 하나의 부차적인 의미만을 지닐 뿐이고, 전혀 의미를 지니지 않을 수도 있다. 

 

 

 

 

8. 투피 카와이브족

 

 

 

 

 

9. 귀로

ㆍ민족학자가 그 자신이 소속한 사회집단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ㆍ민족학자가 자신의 집단의 규범들에 집착할 경우, 다른 집단의 규범들은 언제나 불찬성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는 덧없는 호기심만을 그에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그가 자신의 연구대상들에 전적으로 몰두할 경우에는 그는 결코 완전하게 객관적인 태도를 지닐 수 없게 된다.

 

ㆍ자기 자신의 사회에서는 비판자이고 다른 사회에서는 동조주의자인 민족학자는 하나의 모순적인 위치에 있다 하겠다. 

 

ㆍ완전한 사회란 없다. 각 사회는 그것이 주장하는 규범들과 양립할 수 없는 어떤 불순물을 그 자체 내에 선천적으로 지니고 있다. 

 

ㆍ루소는 특히 그가 자연상태를 찬미하였다는 불합리한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루소는 우리들로 하여금 그의 반대자들이 우리들을 이끌던 모순들을 제거하는 방법을 알려준 유일한 사람이다. 루소는 모든 모든 철학자들 가운데서 민족학자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다. 

 

ㆍ인간의 힘은 증대하였다. 그러나 자연계와의 투쟁에서 이김으로써 얻은, 우리가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간의 힘이란 기실 인류와 물질계의 점차적인 융합에 대한 주관적 의식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ㆍ루소는 중간상태가 인간에게는 가장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직 사건들의 어떤 불길한 전환만이 우리로 하여금 그 상태를 떠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ㆍ우리는 어느 하나의 특정한 사회로부터 추출한 요소들에 집착하지 않고, 여러 요소들을 이용함으로써 우리들 자신의 관습들을 개량하는 데 응용될 수 있는 사회생활의 원리들을 구별해낸다.

 

ㆍ인류의 박애정신이란 가장 빈곤한 부족사회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제확인하고, 또 우리 사회가 겪은 수많은 경험에다가 덧붙여서 이 빈곤한 부족사회의 경험을 교훈으로 소화시킬 수가 있을 때 비로소 그 진정한 뜻을 알 수 있게 된다. 

 

ㆍ신세계의 중심부를 탐험하는 일이란, 무엇보다도 우선 이 세계가 우리의 것이 아니었던만큼 그것을 파괴한 죄과는 우리가 덮어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ㆍ이슬람은 고독을 생각하기가 어려운 종료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슬람으로서는 삶이란 무엇보다도 먼저 공동사회를 의미한다. 따라서 죽은 자도 언제나 하나의 공동사회의 틀 안에 자리를 잡는다.

 

ㆍ관용은 관용이라기보다는 어쩌면 이슬람교도에게는 관용을 실행할 수 있다는 그 자체가 끊임없는 극기의 증거라고 말하는 것이 옳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ㆍ이슬람교는 남성 지향에 따라 발전했다. 여성을 감금함으로써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는 길을 막아버렸다. 남성은 여성의 세계를 하나의 유폐된 세계로 만들어버렸다. 

 

ㆍ우리는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가 다른 인간들에 대해 전혀 무관 심해하거나 또한 모든 인류에 대해 우리들 스스로가 죄가 짓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불교는 이 점에서 완전하게 일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밖으로부터의 호소에 응답할 수 있다.

 

ㆍ개인이 집단 속에서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또 각 사회가 여러 사회들 가운데서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인간도 우주 속에서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인간 없이 시작되었고, 또 인간 없이 끝날 것이다. 내가 일생을 바쳐서 목록을 작성하고, 또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될 제도나 풍습 또는 관습들은 만약 이것들이 인간성으로 하여금 그것의 운명지어진 역할을 수행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면, 전혀 무의미해지고 마는 어떤 창조적 과정에서의 일시적인 개화이다. 그러나 그 역할은 우리 인간에게 어떤 독립적인 위치를 배당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간 자신이 저주받을지라도 그의 헛된 노력들은 하나의 보편적인 몰락과정을 저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