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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 지그문트 바우만

by mubnoos 2022. 3. 2.

 

 

서론

ㆍ당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다. 여기는 자유 국가다. 

 

ㆍ어떤 의미에서 자유는 우리가 숨쉬는 공간과 같다. 우리는 이 공기가 어떤 것인지 질문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논증하고 사유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우리가 비좁을 정도로 붐비고 꽉 막힌 방안에서 숨을 쉬는 데 곤란을 느끼지 않는 한 그렇다.

 

ㆍ이 책은 우리가 명백하고 분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겉보기에 드러나는 친숙함은 다만 자유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데서 오는 결과라는 것, 자유는 길고 파란만장한 역사, 그렇지만 거의 상기되지 않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유는 우리가 쉽사리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모호한 대상이라는 것, 요컨대 자유에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ㆍ'자유로운' 나라에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기 책임하에 어떤 일을 하는 것이라고 누구나 자신의 목표를 자유롭게 추구하지만 누구나 실패하는 데에도 자유롭다. 

 

ㆍ자유에는 제한이 없다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무슨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표현은 이런 자원을 약속해 주지 못하고, 이 자원이 중요하지 않은 것인 양 잘못 이야기한다.

 

ㆍ경험은 미리 포장되고 미리 해석된 채로 다가왔다. 즉 특수하지만 튼튼하게 확립된 자신의 방식을 통해 그 경험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상식적인 믿음들을 갖춘 완성된 형태로 다가왔다. 

 

ㆍ자유의지를 가정한 것이 사회질서를 수수께끼로 만든 것이다.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회학자들도 자신들 주변을 둘러볼 때 인간의 행위가 어느 정도 규칙적이고 몇몇 유형을 따르며 대체로 예측가능하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않을 수 없다. 전체로서 사회 속에는 어떤 규칙성이 존재한다. 어떤 사건들은 다른 어떤 사건들보다 훨씬 쉽게 일어난다. 만일 사회 속에 있는 모든 개인이 유일한 존재라면, 그리고 각자가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고 자유의지를 실행한다면, 그런 규칙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자발적이라고 여겨진 인간의 행동이 분명 제멋대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은 일종의 미스터리였다. 

 

ㆍ개인의 자유는 수수께끼로, 즉 이해할 수 있으려면 설명되어야 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ㆍ자유는 오직 사회적 관계로 존재한다.

 

 

 


1장 판옵티콘 또는 사회적 관계로서의 자유

ㆍ자유는 하나의 특권으로 탄생했고 오랫동안 그렇게 남아 있다. 자유는 나누고 떼어 놓는다. 자유는 최고의 것을 나머지 것들에게서 분리한다. 자유는 그 매력을 차이에서 끌어온다.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는 높은가 낮은가, 좋은가 나쁜가, 탐나느냐 거슬리냐 사이의 대비를 보여주며, 또 그런 대비를 근거 짓는다. 

 

ㆍ처음부터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자유는 선명하게 구분되는 두 가지 사회적 조건의 공존을 나타냈다. 자유를 얻는다는 것,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조건에서 다른 사회적 조건으로, 즉 열등한 조건에서 우월한 조건으로 상승한다는 것을 뜻했다.

 

하나가 자유롭기 위해서는 적어도 둘이 있어야 한다. 자유는 사회적 관계를, 사회적 조건의 비대칭성을 나타낸다. 본질적으로 자유는 사회적 차이를 뜻한다. 자유는 사회적 분할을 전제하며 내포한다. 어떤 사람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그 자신이 피하고자 갈망하는 종속의 형태가 존재해야 한다. 

 

ㆍ근대 사회는 안전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숙고해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는다. 이 조처들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행동을 이끌고 감시하는 것, 즉 사회통제를 뜻한다.

 

ㆍ벤담은 근대 권력이 신체에 대한 지배를 그 주요한 목적으로, 또 감시를 그 기초 기술로 삼고 있음을 통찰했다.

 

ㆍ평화와 고요함의 조건은 두 면을 갖는다. 객관적인 면에서 그 조건을 특정짓는 것은 규칙성, 지속성, 그리고 수용자가 하는 행위의 외적 맥락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어떤 것도 우연에 맡겨지지 않으며, 어떤 현실주의적인 대안도 수용자에게 선택의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여기에는 희망할 만한 게 아무 것도 없지만 두려워할 만한 것도 없다. 주관적인 면에서 '평화와 고요함'의 조건은 수용자가 자신들의 행동이 감시자의 요구와 어긋나지 않는다고 믿는 것, 그래서 자신들의 분노의 세례를 당하지 않으리라고 안심하는 것을 뜻한다. 

 

ㆍ권력과 성향이 행위를 낳는다. 그 둘을 결합하라 - 그러면 목적이 성취되고 사업은 완성된다. 

 

ㆍ권력의 분할이 성립하는 것은 무제한의 선택과 순전히 실존적인 최소한의 수준으로 축소된 선택 사이의 구별에 불과한 것, 즉 자유와 부자유의 구별 속에서이다. 지배하는 자는 자유롭다. 자유로운 자는 지배한다. 지배받는 자는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롭지 못한 자는 지배받는다. 

 

 

 

 

 

2장 자유의 사회적 기원

ㆍ자유는 논리적으로 가능한 행위 방식은 언제나 하나 이상 있다는 명백한 사실을 말하는 또 다른 방식일 따름이다. 또한 인간은 자기 행위의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로서 근본적으로 자유롭다. 

 

ㆍ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인간의 실존을 폴리스 (집단적 실체) 에서 출발하여 생각하기 시작하고, 그래서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공동생활의 구성원이자 참여자로 규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보였다. 

 

ㆍ결정하고 행동하며 서로 절대적인 독립성 속에서 존재하는 개인이라는 생각은 인간의 자기-지각이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어느 특정한 단계의 특성을 구성하는 인위적 산물이다. 

 

ㆍ자본주의는 자유란 다른 고려에 간심을 둘 필요가 없이 오직 수단-목적의 계산에 의해서만 자신의 행위를 끌어갈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규정한다. 자본주의와 결합한 근대적 모습이 자유 속에는 본질적인 모호함이 존재한다. 자유의 효율성은 어떤 다른 사람이 부자유한 상태에 머물도록 요구한다. 자유롭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부자유한 상태로 유지하게씀 허용됨을,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3장 자유의 이윤과 비용

 

ㆍ자유를 향한 욕망은 억압의 경험에서 온다. 

 

ㆍ완전한 자유가 실제의 경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사고 실험이라면, 좀더 희석된 자유의 형태는 사생활이라는 이름 아래 실행된다. 사생활은 다른 사람들이 특별한 시간이나 특별한 행위 중에 특별한 장소에 침입하는 것을 거부하는 권리다. 

 

ㆍ사생활에는 비용이 든다. 

 

ㆍ시장은 개인에게 완전히 개인적인 선택권을 준다. 또한 그런 선택에 대한 사회적 승인을 제공해 주며, 그럼으로써 주권적 의지의 향유를 망쳐 놓는 불안정의 유령을 몰아낸다. 소비자시장은 역설적인 방식으로, 자유와 안정, 독립과 공존이 갈등없이 서로 나란히 살아가는 환상 공동체의 명세서를 만족시킨다. 

 

ㆍ자아의 자기 구성은 말하자면 일종의 필연이다. 그러나 자아의 자기 확증은 일종의 불가능이다.

 

ㆍ소비자시장은 자유와 확실성을 함께 제공하고 얻는 장소다. 자유는 고통에서 벗어난 것으로 다가오며, 주체적 자율성의 신념을 손상시키지 않고 확실성을 누릴 수 있다. 이것은 소비자시장이 거둔 전적으로 사소하지 않은 성취다. 다른 어떤 제도도 자유의 많은 이율배반 가운데 가장 악성인 것을 이 정도로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ㆍ서비스는 수요의 확대와 수입의 증대를 합리적이며 조직화된 방식으로 추구하는 데서 나온 부수적 효과이자 부산물인 셈이다. 

 

ㆍ최근 복지정책에서 중요한 경향은 그 대상을 점점 더 어린애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4장 자유, 사회, 그리고 사회체계

ㆍ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개인적 자유는 꾸준히 삶의 인지적이고 도덕적인 초점의 위치로 움직여 가고 있다. 이것은 각 개인들과 전체로서의 사회체계에 폭넓은 결과를 가져온다. 

 

ㆍ노동은 자본주의의 역사 대부분을 통해 체계적 필요의 중심에 서 있었다. 경제구조와 정치구조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일은 인구의 나머지를 생산자로 끌어들이는 것에 달려 있었다. 잉여생산물은 부를 사회적으로 생산하고 특구너과 권력의 사회적 위계를 지원하는 활동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되었는데, 이 잉여생산물의 생산은 생산과정에 살아 있는 노동을 직접 종속시키는 데 달려 있었다. 

 

ㆍ소비자 사회에서 빈곤은 사회적이고 정치적 자격 상실을 의미한다. 

 

 


5장 자유의 미래 - 몇 가지 결론

ㆍ선택이 없으면 어떤 미래도 없다. 비록 그 행동이 이제는 습관이 된 방식을 따르는 것이며, 그것과는 다른 것이 될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까닭에 미래는 언제나 아직 오지 않은 것이며, 불확실한 것이고, 끝이 열려 있는 것이다. 

 

ㆍ좀더 넓은 의미에서는 '억압된 자'만이 아니라 '유혹된 자'들도 가난한 사람들이다. 이런 넓은 의미에서 자유로운 소비자는 가난하며 그래서 공적 자유에 관심이 없다. 공적 영역으로 들어가는 대신에 자유로운 소비자들은 이 영역이 제자리로 물러나기를 바란다. 공적 영역에 등을 돌리고 싶은 것이다. 

 

ㆍ미래는 미래인 까닭에, 이 가능성이 종국에 얼마나 현실적인 것으로 드러날지는 우리가 결장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