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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 김영민

by mubnoos 2021.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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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 꽃은 아니다

ㆍ진정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ㆍ학생들은 삶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드는 노력보다는 삶을 그저 살아내기 위한 노력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 자체가 삶이라는 점을 망각하게 된다. 즉 삶을 현재와 동떨어져 전개되는 무엇으로 보도록 길들여진다. 

 

ㆍ젊은 날 입시와 취업으로 환원되지 않는 어떤 공부를 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그 화려한 시간에 대한 모욕이 아닐까. 마치 날씨가 너무 좋은 날 경치가 아름다운 길을 돌아보지 않고 바삐 지나치는 것이 그 시간에 대한 모욕인 것처럼. 나중에 돌이켜본 자신의 화양연화가 기껏 수능 시험을 얼마나 잘 보았나, 혹은 얼마나 명문 대학에 입학했는가, 정도라면 그것은 그보다 흥미로운 지적 체험이 없었다는 자기 고백일 뿐이다.

 

ㆍ'우리는 모두 시궁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몇몇은 별빛을 바라볼 줄 안다.' - 오스카 와일드

 

 

 

 

 

 

 

 

1부 공부의 길: 지적 성숙의 과정

ㆍ이 세상 속에서 산다는 것은 모순, 긴장, 혹은 혼란 속에서 사는 것이다. 이 세상을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는 것은 그러한 모순과 긴장과 혼란을 직시하되, 그에 대해 가능한 한, 모순 없는 문장을 사용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것이다. 

ㆍ명료함은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 

 

ㆍ심화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단어의 기본적인 뜻뿐 아니라 관련된 함의까지 숙지해야 한다. 

 

ㆍ어떤 것이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깨닫는다고 하여, 사회적 현실이 곧 변하지는 않지요. 변화란 쉽지 않습니다. 뿌리 깊은 인간의 열망에 호소할 수 있을 때만 변화가 가능하겠죠.

 

ㆍ모순이나 긴장 없는 삶이 가능할까? 그럴리가. 삶 속에는 서로 잘 화해되지 않는 에너지가 공존하곤 한다. 완벽한 직선이란 실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듯이, 완벽하게 일관되고 통합된 삶이란 현실에 존재하지 않기 마련. 모순 혹은 긴장으로 가득한 자신의 존재를 그럭저럭 거두어 살아나가는 것이야말로 성인의 일이며, 자신의 모순이나 긴장을 빙자하여 남을 괴롭히지 않는 것이 시민의 덕성이다. 

 

ㆍ세상에 대한 경험적인 지식이 쌓일수록, 세상은 모순이나 긴장이나 혼란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된다. 

 

ㆍ모호함은 때로 권력자의 무기다. 

 

ㆍ예술에서 모호함은 중요하다. 모호함이야말로 다양한 해석을 증폭시키며, 그 예술을 둘러싼 논의를 풍부하게 만든다.예술의 모호성은 예술 향수자의 적극적 참여를 부추긴다. 관건은 그 모호함이 심미적인 차원을 가진 풍요로운 모호함이냐의 여부일 뿐이다. 

 

ㆍ제목은 함축적인 것이 좋다. 제목이 함축적인 나머지 내용을 온전히 다 담기 어렵다고 느낄 때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부제다. 제목은 내용을 잘 반영하되, 함축적이어야 하고, 함축적이면서 눈길을 끌 수 있어야 한다. 

 

 

 

 

 

2부 공부하는 삶: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ㆍ호기심에서 출발한 지식 탐구를 통해 어제의 나보다 나아진 나를 체험할 것을 기대한다. 공부를 통해 무지했던 과거의 나로부터 도망치는 재미를 기대한다. 남보다 나아지는 것은 그다지 재미있지 않다. 어차피 남이 아닌가. 자기 갱신의 체험은 자기 스스로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그 감각을 익힌 사람은 예속된 삶을 거부한다. 

 

ㆍ너무 가벼운 무게의 덤벨을 들면, 아무런 근육도 생기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좀 더 무거운 무게를 반복해서 들 때 비로소 근육이 생깁니다. 생각의 근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두 평생 숨을 쉬며 살아왔지요. 그래서 호흡의 달인이 되었나요? 대충 숨 쉬며 산다고 해서 호흡의 달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하는 중에 한없이 편하다는 느낌이 들면, 뭔가 잘못하고 있을 공산이 큽니다.

ㆍ지식이 깊어지면, 좀 더 섬세한 인식을 하게 된다.  섬세한 구별 없이 문명을 존재할 수 없다. 

 

ㆍ다시 태어나고 싶은 생각 같은 것은 없다. 한 번의 생으로도 충분하다. 

 

ㆍ중년이 되면, 차라리 결핍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 결핍이 오히려 가능성을 만들기도 하는 법이다. 

 

ㆍ헛소리를 하지 않으려면 체력 관리를 해야 한다. 

 

ㆍ매사에 체력은 기본이지만, 학문의 길에서 체력은 특별히 중요하다. 학문은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열정을 오래 유지할 체력이 없으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없다. 

 

ㆍ기어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자 하는 사람은 장기전에 필수적인 체력을 길러야 한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도 체력이 좋아야 할 수 있다. 

 

ㆍ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능력이야말로 성공적인 유학 생활의 관건이다. 자신이 구태여 타향까지 와서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종종 상기하고,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열정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을 잃지 않고,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자기 객관화 능력을 키우고, 타인에게 크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3부 공부의 기초: 질문과 맥락 만들기

ㆍ여러 경험과 생각이 쌓여서 하나의 성체를 이루고 나면, 그 성 내에는 일정한 온실 효과가 발생하여, 이런저런 입체적인 잡생각이 추가로 생겨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견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생각과 경험들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용기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ㆍ심오한 공부일수록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고된 훈련 기간이 필요하다. 훈련을 마치기 전에 공부를 포기하면, 공부가 주는 쾌락을 충분히 누릴 수 없다.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 선수는 경기 중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출발 직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게 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단 공부가 궤도에 오르면 그럭저럭 진행하게 되는 법. 그렇다면 공부하는 과정보다 어려운 것이 고된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는 일이다. 쉽지 않은 공부는 늘 결기를 요구한다.

ㆍ생각을 하나만 해서는 창의적이 될 수 없다. 여러 가지 잡다한 생각을 해야 한다. 잡념이 많은 인간은 일단 창의적이 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춘 셈이다. 생각 자체가 아예 많지 않다면, 일단 경험을 확대해야 한다. 인간은 대개 대상이 있어야 비로소 생각한다. 새로운 대상을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이나 독서가 창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ㆍ뭔가 엉뚱한 길로 간다는 것은 위험하지만 멋진 일이다. 

 

ㆍ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용기뿐만 아니라 유연성도 필요하다. 용기만 있을 뿐 유연성이 부족하면 큰 각도로 꺾어서 새로운 길을 가기 어렵다. 

 

ㆍ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이 관습적이 되는 쉬운 이유는, 관습에 의존할수록 에너지 소비가 덜하기 때문이다. 실로 새롭게 생각하는 일은 여러모로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요구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고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습관화하려 든다. 평소의 습관을 넘어서려면 평소 이상으로 소비할 여유분의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ㆍ'독서의 적은 인생 그 자체다. 삶은 질투와 경쟁으로 뒤흔들리고, 우리를 독서를 통한 자기 성찰에서 멀어지게 한다.' - 에밀 파게

 

ㆍ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을 떠나 책 내용으로 들어가야 한다. 

 

ㆍ책은 사회와 자아의 중간에 있다. 사회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 독서에 몰입할수도 있고, 자아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책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준다. 책의 내용은 언어로 되어 있고, 언어는 사회가 공유하는 것이며, 그 언어를 통해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한다. 사회로부터 도망하기 위해 책을 읽다가 거꾸로 소통을 위한 언어가 풍부해지는 역설이 독서 행위에 있다. 언어가 풍부해지면, 사회에 나가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더라도 작은 축제와 같은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것저것 머리에 넣어두면, 그것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부딪히고 발효되어, 다채로운 상상을 일으킨다. 

 

ㆍ일단 다독을 해야 한다. 다량의 정보와 자극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풍부한 상상을 누리기는 어렵다. 

 

ㆍ정독할 부분을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자기만의 질문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는 것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문장들이 바로 정독할 부분이다. 

 

ㆍ정독의 3가지 훈련

1) 책의 저자가 침묵하는 내용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2) 책 내용을 근저에서 뒷받침하고 있는 가정과 전제들을 재구성할 줄 알아야 한다. 

3) 비판적 독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ㆍ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만큼이나 그 서평을 한 사람에 대해 무엇인가 의미심장한 것을 말해준다. 서평은 서평 대상이 된 책뿐 아니라 서평자 자신의 지력, 매력, 멍청함, 편견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할 좋은 기회다.

 

ㆍ서평은 다른 많은 장르의 글과 마찬가지로, 독백이 아니라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한다. 

 

ㆍ대부분의 공부 분야에서는 늘 관련 자료를 모으는 자세, 그리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게끔 정리해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기만의 목록과 인덱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 

 

 

 

4부 공부의 심화: 생각의 정교화

ㆍ토론의 장은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온갖 다른 의견을 긁어모아 취향의 박물관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토론의 목적은 다양성을 무한정 확보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취합하여 좀 더 나은 지점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아하는 것과 타당한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ㆍ논쟁의 여지가 있는 영역에 뛰어들어라. 

 

ㆍ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계획의 특징이다. 

 

ㆍ자신이 던진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실제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원래 예상했던 곳과 상당히 다른 곳에 도착할 수 있다. 세상에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 이 우주는 냉혹하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계획의 특징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통제하기 어려운 우연과 의연히 맞서는 데에 기획자의 위엄이 있다. 

 

ㆍ비판자에게 필요한 덕성

1) 상대 주장의 약점보다는 강점과 마주하여 비판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 

2) 비판을 불필요하게 길게 할 필요는 없다. 

3)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언사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4) 자신의 주장이나 비판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고 해서, 크게 상심할 필요는 없다. 

 

ㆍ활자화된 주장은 똑똑함이나 멍청함을 대대로 홍보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ㆍ자기 견해를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토론이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하는 것, 견해가 없으면 토론이 아예 시작될 수도 없다. 

 

ㆍ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단지 그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정적인 대답이나 통찰을 제시하는 게 좋다. 

 

 

 

 

 

5부 공부에 대한 대화: 목마른 사람처럼 배움의 기회를 찾아야

ㆍ배움의 순간도 사랑처럼, 의외의 순간에 오는 것이다. 

 

에필로그: 휴식에 대한 공상


ㆍ공부에 매진해본 사람만이 제대로 쉴 수 있습니다. 당겨진 활시위만이 이완될 수 있듯이, 공부라는 긴장을 해본 사람만 이 휴식이라는 이완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못하는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공부를 안 해서 제대로 못 쉬는 것은 부끄럽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할수록 쉬는 일은 쉬워집니다.

 

ㆍ휴식의 궁극은, 빈둥거리며 여행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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