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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2

깊이에의 강요 / 파트리크 쥐스킨트 깊이에의 강요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그 젊은 여류 화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고, 그녀의 작품들은 첫눈에 많은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그것들은 애석하게도 깊이가 없다. 그다음 주 내내 그녀는 전혀 그림에 손을 대지 않았다. 말없이 집 안에 앉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것은 깊은 바닷속에 사는 무지막지한 오징어처럼 나머지 모든 생각에 꼭 달라붙어 삼켜 버렸다. '왜 나는 깊이가 없을까? '그래 맞아, 나는 깊이가 없어!' 그녀는 비트겐슈타인인가 하는 사람의 책을 받아 들었지만, 그것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앞에서 불쑥 앞으로 나선 그녀는.. 2021. 5. 10.
승부 / 파트리크 쥐스킨트 구경꾼들의 관심은 온통 도전자에게 쏠려 있다. 까만 머리에 파리한 얼굴, 상대를 깔보는 듯한 짙은 눈의 젊은이다. 남자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표정 변화도 없다. 이따금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넣고 이리저리 뱅뱅 돌리기만 한다. 전체적인 인상은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냉담함이다. 그를 이기려면 오직 그보다 체스를 더 잘 두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오늘 그런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새로운 고수가 자기들 앞에 홀연히 나타난 것 같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고수란 어느 순간이건 독창적이고 위험한 수를 과단성 있게 두는 사람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 체스꾼과는 차원이 다르다. 때문에 일반 체스꾼은 고수의 수를 일일이 이해하려고 할 필요가 없다. 사실 이해하려고.. 2021.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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