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면 다1 파과 / 구병모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하게는 한때 과일이었던 것. 수명이 다한 것, 분해되어 형태와 본질을 잃고 일부 흔적만이 자기가 왕년에는 그 무엇 또는 그 누구였음을 강력히 그러나 사뭇 안쓰럽게 주장하는 유기화합물엥 대한 시선의 발아는. ㆍ떨어뜨림에 익숙해지면 으깨진 과일에 더 이상 미련은 없다. 이 소설은 ‘냉장고 속 한 개의 과일’에서 비롯되었다. ‘파과’의 사전적 의미는 두 가지다. 1. 부서진 과일, 흠집 난 과실이 그 첫 번째 의미이고, 2. 여자 나이 16세 이팔청춘, 즉 가장 빛나는 시절을 뜻한다. 우리 모두 깨지고 상하고 부서져 사라지는 ‘파과(破果)’임을 받아들일 때, 주어진 모든 상실도 기꺼이 살아내리라 의연하게 결심할 때 비로소 ‘파과(破瓜)’의.. 2022. 11.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