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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 벙어리 삼룡이, 뽕 / 나도향, 메밀꽃 필 무렵, 들, 산, 돈 / 이효석

by mubnoos 2024. 9. 6.

 

물레방아

어느 가을밤 달이 유난히 밝은 날, 물레방앗간 알에서 신치규는 방원의 아내가 탐이 나서 방원을 내쫓고 같이 살 흉계를 꾸밉니다. 방원의 아내 역시 본래 지조가 없고 방원과 살기 전에도 남편이 있었던 창부형 여자이지요. 아들만 낳아 주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는 것은 전부 해주겠다는 신치규의 꾐에 빠진 방원의 아내는 방원을 배반하기에 이릅니다. 

 

방원은 영문도 모른채 갑작스럽게 집을 나가라는 통지를 받고, 이를 아내에게 전하다가 싸움을 하게 됩니다. 홧김에 아내를 구타하고 나갔다가 고주망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지요. 하지만 그를 기다릴 줄 알았던 아내는 집에 없습니다. 이웃집으로 달려간 방원은 거기서 자신의 아내가 곱게 단장하고 물레방안갓 쪽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단숨에 물레방앗간 쪽으로 달려간 방원은 방앗간에서 함께 나오는 아내와 늙은 신지규를 목격하고 분에 못 이겨 신치규를 죽어라 때린 후 아내에게 같이 도망가자고 합니다. 하지만 아내에게 거절당하고 상해죄로 석달 동안 감옥살이를 하게 되지요.

 

출옥 후 그는 신치규와 함께 살고 있는 아내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다시 한 번 함께 도망가서 살자고 애원합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마침내 방원은 가지고 갔던 칼로 아내를 죽이고 자기도 자살하고 말지요. 

 

 

 

 

벙어리 삼룡이

남대문 밖 연화봉 마을에는 인심이 후해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세력도 있는 오생원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오생원의 집에는 삼룡이라는 벙어리 하인이 있었는데, 볼품없는 외모에 흉한 걸음을 걷는 그는 마음이 진실하고 충성스러우며 부지런해서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한편, 버릇이 없고 성격이 고약한 망나니 주인 아들은 삼룡이를 괴롭히지만 삼룡이는 언제나 참는다.

오생원 아들은 정숙한 처녀에게 장가를 들었지만 매사에 훌륭한 아내와 비교되자 열등감에 사로잡혀 아내를 괴롭히고 학대한다. 삼룡이는 그것을 안타까워 하다가 나중엔 연정을 품게 된다. 어느 날 술에 취해 얻어 맞고 길거리에 누워 있는 작은 주인을 업어다 누이는 것을 본 새아씨가 삼룡이에게 비단 부시 쌈지를 만들어 준다. 이것을 오해한 주인 아들에게 심하게 맞고 안방 출입이 금지된다. 동네 사람들은 삼룡이와 오생원의 며느리가 정을 통한 줄 알고, 수군수군 거린다. 그러던 중 계집종으로부터 새아씨가 죽어간다는 말을 듣고 걱정 끝에 그 방에 들어갔지만 자살하려던 새아씨를 말리던 삼룡이는 결국 오해를 받고 그 집에서 쫓겨 난다.

그날 밤, 오생원의 집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다. 삼룡은 불길 속에서 오생원을 구해내고, 다시 불길로 들어가 살려달라는 오생원 아들을 뿌리치고 타 죽을 작정으로 불속에 누워 있는 새아씨를 찾아내어 안고 밖으로 나오려 했으나 불길때문에 나올 길이 없어지자 지붕위로 올라간다. 삼룡이는 자기의 목숨이 다한 줄 알았을 때 새아씨를 무릎에 눕힌다. 집은 모조리 타고 그의 무릎 위에는 새색시가 누워 있었고 그의 울분은 불과 함께 사라졌는지 그의 입가에는 평화롭고 행복한 웃음이 엷게 나타나 있다.

 

 

 

 

김삼보:강원도 철원군 용담에 거주하며 키가 작고 동네 주민에게 놀림을 당한다. 나중에 안협집의 행실에 대해 알게 된다.


안협집:김삼보의 아내로 옛 행정구역인 안협(安峽)출신으로 15~16세에 참외 한개를 받고 사내들에게 정조를 빌린(성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여러 서방과 잠자리를 같이 하나 한번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는 관계하지 않는다.


삼돌이:동네 머슴으로 안협집과 관계를 맺으려 하나 실패한다.

 

강원도 철원에 사는 안협집은 김삼보의 아내입니다. 김삼보는 땅딸보요, 아편쟁이이며 노름꾼이지요. 두 사람이 부부가 된 데 대해서는 억측만이 구구할 뿐 자세한 내력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협집은 인물이 곱지만 원래 촌구석에서 자란 무식한 여인으로, 돈만 알뿐더러 정조 관념이 없습니다. 그래서 십오륙 세에 이미 참외 한 개에 정조를 팔기도 했지요. 그녀는 노름에 미쳐 집안일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대신해서 동네 삯일을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집 서방과 관계를 맺고 쌀과 피륙을 받았지요. 이를 계기로 그것처럼 좋은 돈벌이가 없음을 깨닫고, 돈깨나 있는 놈팡이라면 아무하고나 아울려 몸을 팝니다. 

 

힘에 세엉 호랑이 삼돌이라면 불리는 뒷집 머슴 삼돌이 역시 그녀에게 눈독을 들이지요. 삼돌이는 둘도 없는 난봉꾼인데 안협집만은 순순히 자신의 손에 넣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안협집과 같이 뽕을 훔치러 가게 된 삼돌이는 기회를 노립니다. 하지만 뽕을 다 따고 나오려는데 뽕지기에게 안협집이 잡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요. 안협집은 뽕지기에게 또 정조를 팔고 풀려납니다. 

 

며칠 후, 삼돌이는 안협집의 방에 들어갔다가 뺨을 맞고 쫓겨납니다. 이후 김삼보와 안협집 사이에서 부부 싸움이 벌어졌는데, 삼돌이는 앙갚음으로 그 뽕밭 사건을 김삼보에게 일러바칩니다. 삼돌이에게 맞고 온 동리에서 안협집의 행실을 아는 것이 분해서 삼보는 안협집을 죽도록 때립니다. 당장에 죽을 것처럼 아파하던 안협집은 심통이 나서 삼보에게 대들다 더욱 짓밟혀 결국 기절하고 말지요. 이틀 뒤, 김삼보는 또 집을 떠나고 안협집의 생활은 전과 다름없이 계속됩니다. 

 

 

 

 

메밀꽃 필 무렵

 

장돌뱅이 허 생원은 친구 조 선달과 함께 다닌다. 허 생원은 얼금뱅이에 왼손잡이라 여자와는 거리가 멀었고, 나귀를 평생 벗삼아 살았다. 어느 여름날 허 생원은 봉평 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주막 충줏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젊은 장돌뱅이 동이가 충줏집과 농탕치는 것을 보고는 화가 치밀어 동이를 때린다. 그러나 동이는 허 생원의 나귀가 발정이 나 줄을 끊으려 하자, 이를 허 생원에게 알릴 정도로 착하다. 그날 달이 뜬 밤, 허 생원과 조 선달, 동이는 대화 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산길을 걷는다. 길은 메밀꽃이 주위에 피어서 한 줄로 지나가야만 했기에, 조 선달이 허 생원을 앞세우고 동이는 뒤로 쳐져서 따라왔다. 허 생원은 젊었을 적에 물레방앗간에서 처녀를 딱 하루 만나 하룻밤을 보내지만 제천으로 돌아가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조 선달에게 하지만, 동이는 이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고개를 넘자 길이 넓어진다. 동이는 봉평이 고향이며 제천에서 달이 채 차지 못하고 자신을 낳고 쫓겨난 어머니, 매일같이 술만 마시는 의붓아버지(고주망태인 의붓아버지)의 이야기를 둘에게 한다. 세 사람은 하천을 건너다가, 허 생원은 그만 물에 빠져 버린다. 동이가 허 생원을 업고 물을 다 건너고, 허 생원은 동이가 왼손잡이인 것을 보고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마침내 허 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들임을 눈치 채고 동이와 제천으로 함께 가면서 소설은 열린 결말로 끝난다.

 

 

 

 

나는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시골로 내려오지요. 그곳에서 나는 변하지 않은 버들 숲 둔덕과 과수원의 모습을 보며 기쁨을 느낍니다. 나는 들에서 전에 느껴 보지 못한 평안함과 따뜻함을 느끼며 지냅니다. 어느 날 나는 개울가 풀밭에서 개가 장난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가 득추에게 가난하다고 파온당한 옥분이가 근처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나는 옥분이에게 동정을 느끼고 옥분이 역시 그런 나를 좋아했습니다. 

 

무더위가 계속되던 어느 일요일이 되어 나와 친구 문수는 자유로이 책도 읽을 수 있고 어떠한 말을 외쳐도 중지당하는 법이 없는 들이 있음을 함께 느낍니다. 그렇게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루하루 보내던 어느 날, 나는 과수원으로 몰래 딸기를 따러 갔다가 옥분을 만나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됩니다. 그 후 계곡에서 고기를 잡다가 옥분이와는 이제 남이 아니라는 생각에 골몰한 끝에 몸에 상처까지 입습니다. 얼마 뒤 기한 없는 정학 처분을 받은 문수와 함께 천렵에 나갔다가 나의 상처를 보게 된 문수는 어찌 된 일이냐고 묻자 나는 옥분과의 일을 말해 줍니다. 문수 역시 옥분과 관계가 있었음을 밝히고 나는 이상한 감흥에 젖습니다. 며칠 뒤 돌연히 문수가 끌려가고 나도 함께 끌려가 조사를 받지만 나는 사흘 만에 풀려납니다. 하지만 문수는 쉬이 나오지 못하지요. 나는 문수가 돌아오면 함께 지낼 여러가지 재미있는 일들을 생각하며 여름 계획을 세웁니다. 문수가 돌아오면 풋콩을 구워 먹이고, 기름종개도 많이 떠먹이고, 씨름을 해서 몸도 불려줄 생각을 하며 고독에 잠기지요. 

 

 

 산 

 

중실은 김 영감네 집에서 쫓겨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지요. 그곳은 박중골에서도 5리나 들어간 마을과 사람과도 인연이 먼 산협입니다. 산은 조용하고 정적인 공간으로 어수선한 마을과는 대립되는 반문명적이고, 반도시적인 세계를 상징하는 곳이지요. 이러한 공간에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인물을 창조함으로써, 이 작품의 주제인 '자연과의 동화에서 찾는 삶의 보람'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돈 

 

식이는 푼푼이 모은 돈으로 양돼지 한 쌍을 길렀습니다. 하지만 수놈은 죽고 암놈만 살았습니다. 그래서 식이는 종묘장에서 그가 정성 들여 기른 암퇘지의 접을 붙이고자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려 덩치가 작은 그의 암퇘지에 비해 수퇘지는 너무 컸습니다. 수퇘지가 미련하게 덥치자 그 밑에 깔린 암퇘지는 말뚝 테두리를 벗어나 달아났습니다. 씨를 받으려는 식이의 바람이 쉽게 이뤄질 것 같지 않아 식이는 속이 터졌습니다. 농부의 도움을 받아서 식이는 다시 한 번 그의 암퇘지를 붙들어 맸지요. 그것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퇘지가 화차와 같이 육중하게 말뚝 위에 엄습합니다. 식이는 그것을 보면서 그의 곁을 떠나 달아나 버린 분이를 생각했습니다. 

 

분이는 박 초시의 딸로 그가 아주 공을 들여 자기 여자로 만들려 한 처자입니다. 그런데 늘 뾰로통해 있고 쌀쌀하게 굴도니 그 고운 살을 한 번 허락하지도 않고 사라져 버렸지요. 식이가 분이 생각을 하는 동안에 접붙이는 일을 끝났습니다. 식이는 이번에는 틀림없겠지 하면서 장부에 이름을 올리고 돈 50전을 냈습니다. 그는 돼지를 몰면서 시장을 지나 여기저기를 두리번 거리면서 집으로 갔지요. 분이가 달아난 후로 그는 늘 그녀가 어디에서 무얼 하며 지내는지 궁금했고, 번잡한 장터를 돌며 오늘도 그녀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그러던 중 식이는 철도 건널목을 지나가게 됩니다. 그런 그의 앞에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지요. 그리고 열차의 마지막 바퀴가 쏜살같이 눈앞을 지나갔습니다. 제정신이 들었을 때 그가 한쪽 팔에 들고 있던 석유병과 명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돼지도 사라졌지요. 식이는 딴생각을 하면서 건널목을 건너다 암퇘지를 날려 버린 셈입니다. 그것은 식이의 전 재산이자 꿈이었지요. 식이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것만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