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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by mubnoos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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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되감고 싶은 시간이 있습니까?”

 

말을 더듬는 열여섯 살 소년 ‘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새어머니인 배 선생과 갈등을 겪으며 힘들어하던 ‘나’는 여동생인 무희를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집에서 도망쳐 나와, 평소 끼니를 해결하고자 자주 들른 ‘위저드 베이커리’에 숨어든다. 급한 마음에 단골 빵집으로 뛰어든 소년이 마주한 것은 놀라운 마법의 세계. 평범한 빵집인 줄로만 알았던 그곳은 사람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특별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의 베이커리였던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 머물게 된 소년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마법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또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 점장과 그를 돕는 파랑새에게서 따끔한 충고를 듣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에게서 느껴 본 적 없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ㆍ중불에 달구어진 설탕 냄새가 난다. 그와 함께 다른 모든 것들이 감각의 뒤편에서 들고일어난다.

 

ㆍ남 얘기는 그만. 실은 나부터가 타인의 정신 상태를 감정할 만한 주제가 못 되면서.

 

ㆍ몸속 어느 통로가 고장 나거나 감염된 걸까? 머릿속의 생각이 입이라는 기관을 통해 시원하게 나오려면 반드시 글자라는 여과기를 거쳐야 하니. 내게 있어 글자는 무기력에 빠져 게으르게 허우적대는 시냅스를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이었다. 그게 없이는 내 생각도 내 것이 아니었다. 생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민망한 무엇, 출력해봤자 이면지 낭비밖에 안 되는 오류 메시지. 잇새로 움푹 잘려나가고 군데군데 송송 구멍이 난 불완전한 말마디들.

 

ㆍ그렇지만 그게 내 탓은 아니잖아. 나는 단지 거기 존재했을 뿐인데.

 

ㆍ단순히 가사노동의 불공정한 분배에 대한 비판 및 대안 제시 차원이라면 마땅히 존중하는 게 가정의 평화 유지에 도움이 될 듯하여 아무 말 없이 실천에 옮겼다. 그런데 어쩐지 그 말투와 상황에 따른 느낌은, 그렇게 근시안에 단세포적인 처방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무언가가 바탕에 깔려 있는 듯 했다.

 

ㆍ나는 정신 치료가 요망되는 '적당히 불쌍한 아이'가 되었다. 

 

ㆍ저편에서 누군가가 뒤틀어놓은 물질계와 비물질계를, 이편에서 다른 힘으로 붙들거나 되돌려야 한다고. 세상의 마법사들은 모두가 함께 존재하지 않거나, 모두가 같이 존재해야만 하는 딜레마를 안고 살아간다고. 그것은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소망이라는 게 없어지지 않는 한 - 궁극적으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남아 있는 한 계속되는 현상이라고. 

 

ㆍ확률 이론이 발달한다고 해서 그것이 우연이나 기적의 완전한 종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어딘가에서 평소와 다른 어떤 힘이 발생하면, 그것과 일상성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또 다른 유형의 힘이나 반대 극에 있는 힘이 한편에서 작용하여 지나치게 확산된 에너지의 흐름을 잡아당긴다. 그럼으로써 생성과 소멸의 논리를 이루어나간다. 

 

ㆍ종류를 불문하고 감정의 폭발적인 상승은 언제나 경계할 대상이다. 비이성적인 행위를 촉발하는 에너지의 출처는 대체로 욕망과 맥락이 닿아 있으니까. 고대부터의 모든 종교가 보여줬듯이 극단적이고 끊는점이 낮은 사랑은 공격과 폭력을 부른다. 

 

ㆍ사랑의 감정이 한 덩어리의 밀가루 반죽과 같다면, 나는 아직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지만 그럴 만한 사람이 설마라도 나타나면, 한 덩어리의 감정을 최대한 가늘고 길게 뽑을 거다. 솜씨 좋은 장인이 뽑아낸 면발만큼이나 가늘고 길게. 굵고 짧게 토막 나는 감정이라면 분노만으로도 충분해. 

 

ㆍ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ㆍ과열된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수소를 가득 담은 풍선만큼이나 끝없이 상승할 수 있다. 감정과 풍선의 공통점은 비가시권의 높이에서 제풀에 폭발해버린다는 것. 그에 비하면 현실이란 그넷줄이나 위로 튀어오르는 공과 같이 얼마나 건조하고 절망적인지. 언제나 눈에 보이는 곳까지밖에 오르지 못하며, 땅이 잡아당기는 힘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니까. 

 

ㆍ이 모든 일에서 피해 갈 수는 없다. 현실은 쓴데 입속은 달다. 

 

 

 

 

Y의 경우

주인공에게 주어진 운명을 회피하고 다른 선택지를 고른 상황이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재혼하기 직전으로 돌아가는데, 주인공이 아버지의 재혼 상대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 재혼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을 학대하던 새어머니와 여동생을 만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운명은 바꿀 수 없듯이 아버지는 다른 아동을 성폭행하여 감옥에 갇혀있는 결말이다.

 

 

N의 경우

주인공이 주어진 문제 상황을 정면 돌파하여 해결한다. 타임 리와인더는 산산조각 났고,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이혼한다. 주인공은 이사한 곳에서 적응하며, 원래 가지고 있던 말 더듬는 증상도 고친다. 주인공은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주인공을 마음에 들어하던 손님이 준 빵에 적힌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이름을 보게 된다. 손님에게 빵을 어디서 구매했는지 물어본 다음, 주인공이 위저드 베이커리가 있는 곳으로 가는 장면에서 책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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