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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와 박쥐 / 히가시노 게이고

by mubnoos 2022.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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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의 문제는 누가 재단할 수 있는가

 

 

 

 

1984년, 용의자의 죽음으로 종결됐던 살인 사건이
2017년, 한 남자의 자백으로 뿌리부터 뒤흔들린다

 

도쿄 해안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 안에서 흉기에 찔린 사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정의로운 국선 변호인으로 명망이 높던 변호사 시라이시 겐스케. 주위 인물 모두가 그 변호사에게 원한을 품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고 증언하면서 수사는 난항이 예상되지만, 갑작스럽게 한 남자가 자백하며 사건은 해결된다. 남자는 이어 33년 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금융업자 살해 사건’의 진범이 바로 자신이라고 밝히며 경찰을 충격에 빠뜨린다.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된 그 사건 당시 체포되었던 용의자는 결백을 증명하고자 오래전 유치장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후였다.

 

 

 

 


 

ㆍ아버지가 사건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준 적은 없지만 변호사로서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는 자주 얘기하셨어요. 단지 감형만을 목표로 삼는 게 아니라 우선 피고인 스스로 죄를 깨닫게 하는 게 내가 정한 규칙이다. 그 죄가 얼마나 깊은지 정확히 헤아리기 위해 사건을 정사하는 것이 변호활동의 기본이다. 

 

ㆍ상대에게 쓸데없는 정보를 주지 않는 것이 수사의 철칙인 것이다. 

 

ㆍ"전부 내가 했습니다. 그 모든 사건의 범인은 나예요."

"전부라니.... 그러면 혹시?"

네, 라고 구라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시라이시 씨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하이타니 쇼조를 칼로 찔러 살해한 것도 나였어요."

 

ㆍ구라키가 자신의 죄를 잊지 않았고 아사바 모녀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더욱더 강한 속죄 의식을 가졌다는 것은 그의 성실함의 반증일 것이다. 

 

ㆍ이 세상 여자들은 모두 배우, 라고 새삼 생각했다. 

 

ㆍ아버지는 자신이 사람을 죽인 그 날짜를 굳이 이삿날로 택했다는 것인가.

 

ㆍ"아버지가 왜 거짓말을 하는지 ... ... 대체 뭘 지켜주려는 것인지... ... 생각해보는 중입니다. 

 

ㆍ고다이는 가방에서 노트와 볼펜을 꺼내 도모키 앞에 놓았다. "여기에 써줄 수 있을까? 네 이름과 오늘 날짜도 쓰고."

도모키는 볼펜을 손에 들고 노트에 쓰기 시작했다. 시라이시 겐스케, 라고 쓴 뒤에 잠시 생각해보더니 뭔가를 덧붙여 썼다. 그 손 밑을 들여다보고 고다이는 눈이 둥그레졌다. 

시라이시 겐스케 씨는 내가 죽였습니다. 

그렇게 적혀 있었다. 

 

ㆍ시라이시 씨는 안자이 도모키를 지켜주는 것으로 과거의 죄를 갚으려고 했던 거라고, 그렇기 때문에 구라키 씨는 그 뜻을 존중해주기로 마음먹었어. 안자이 도모키를 지켜주고, 나아가 아사바 가족의 오랜 세월의 원한을 풀어주고, 그 양쪽을 충족시킬 만한 스토리가 바로 그 1984년 사건의 진범은 나였다, 라는 것이었다. 

 

 


ㆍ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들어낸 이 세계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은 인간 사회와 조직이 가지는 한계 속에서도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직업적인 소명 의식에 따라 그 나름대로 공정하게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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