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질문해도
정확한 답을 말할 수 없는 질문들이 있다.
아니, 많다.
'사랑은 무엇인가?'
'선악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의미는 무엇인가?'
'영혼은 무엇인가?'
'의식은 무엇인가?'
'행복은 무엇인가?'
'정의는 무엇인가?'
'시간은 무엇인가?'
'부분인가 전체인가?'
'죽음은 무엇인가?'
그리고
'생명은 무엇인가?'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은 침묵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벙어리가 될 순 없지 않은가. 누군가는 1) 질문하고, 2) 시도하고, 3) 증명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질문하고 시도하는 태도는 결코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의도적인 일이다. 시도는 의도적인 일이다. 그런 점에서 그 옛날 소크라테스는 가히 인정할 만하다. 그의 죽음의 시도 만큼, 그가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시도는 의도적이고 인정 받을만한 일이다.
'생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고, 답을 찾기 위한 의도적인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Q1. '생명은 무엇인가?'
1. 정의
'생명 (LIfe)'
ㆍ생명은 신호 및 자체 유지 과정과 같은 생물학적 과정이 있는 물리적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를 구별하는 특성입니다. / Google
ㆍ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 / Naver
ㆍ자체 신호를 가지고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는 물체를, 그러한 기능이 종료되었거나 (죽음) 또는 그러한 기능이 없어 비활성체로 분류되었거나를 막론하고 그렇지 않은 것과를 구별짓는 특성이다. / Wikipedia
ㆍ생명은 출생에서 사망까지의 기간이다. / Oxford English Dictionary
ㆍ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 창세기
ㆍ생명의 주체는 유전자이다. / 사회생물학
ㆍ생명은 '공생'이라는 고리로 서로 연결된 결과물이다. / 공생진화론
ㆍ유전자라고 하는 분자가 만드는 현상이다. / 에르빈 슈뢰딩거
ㆍ생명은 하나의 기계다. / 데카르트
ㆍ생명은 문제 해결의 과정이다. / 베르그손
ㆍ유전자는 자기 복제자이고 생명은 유전자의 생존 기계이다. / 도킨스
ㆍ생명체란 유전자의 표현형에 지나지 않으며, 자신의 유전자를 보존하도록 프로그램된 생존기계일 따름이다. / 이을상
ㆍ내가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살아지는 것이다. / 최재천
ㆍ린 마굴리스: 생명은 본질적으로 기억 저장 시스템이다. / 생명은 물질과 에너지의 흐름이다.
ㆍ닉 레인: 생명은 결국 평형을 완전히 벗어난 두 분자인 산소와 수소의 화합으로 요약된다.
ㆍ후쿠오카 신이치 - 생명이란 자기를 복제하는 시스템이다.
ㆍ루돌프 쇤하이머 - 생명은 동적인 평형 상태이다.
ㆍ프리먼 다이슨 - 생명의 본질은 정보이다.
2. 이론
1) 기계론: 생명체가 죽은 물질과 다르지 않다. (물리주의자)
2) 생기론: 생명체란 불활성물질에세는 발견될 수 없는 성질을 가지므로 생물학의 이론이나 개념들은 물리화학의 법칙으로 환원될 수 없다.
3) 유기체론: 유기체의 독특한 특성은 구성이 아닌 조직에 기인한다. (전체는 부분들의 합 이상이다.)
4) 진화론(다윈주의): 진화의 매커니즘을 설명하고 생명에 대한 목적론적 관념을 제거해 냄으로써 '생명'을 설명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초석이 되었다.
3. 설문
"생명은 무엇인가?" 회사 동료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질문해봤다. 이 과정은 상대방을 당황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이상하고 엉뚱하며 진지했다.
ㆍ이*미 : 중요한 것이다. 생명은 우리가 느끼기 위한 것.
ㆍ이*구 : 살아있는 것이다. 살아 있는 것은 숨 쉬고 움직이는 것이다.
ㆍ최*라 : 잘 모르겠다.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다.
ㆍ김*용 : 살아있다고 '믿는' 것이다.
ㆍ이*영 : 살아있는 게 감사한거?
ㆍ한*구 : 왜? 생각해본 적 없는데.
ㆍ김*미 : 살아있는거.
ㆍ최*성 : 생명이요? 글쎄,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ㆍ홍*표 : 왜 갑자기 철학적인 질문을 해? 글쎄, 살아 숨쉬는 거 아니에요?
ㆍ백*설 : 갑자기?? 몰라. 난 모르는 거 같은데?
이쯤에서 이 질문이 나의 인간관계에 해롭다고 판단하여 설문을 중지했다. 이 과정은 - 사람들에게 질문해보면 쉽게 알게 되겠지만 - 아주 어색한 대화를 만들기 충분하다.
'생명은 살아있는 것이다?'
Q2. 왜 정확하게 답변하지 못할까?
오랜 시간동안 아무도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면,
1) 애초부터 정확한 답이 없는 질문이거나,
2)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거나,
3) 답을 내리기 위한 정보가 부족한 것이다.
'빛은 입자이면서 파동이다.'
'고양이는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 있을 수 있다.'
'전자는 동시에 이곳에도 있고 저곳에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은 정말 이해할 수 있는 것인가? 이게 정말 최선이야? 다들 이해해? 정말?? 나만 멍청한거야? 이런 답은 질서를 가장한 무질서아닐까? 성삼위일체처럼 오직 믿음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 같다. 진정으로 이해했다기 보다는 이해하는 척 한다고 하는 게 더 가까운 것 같다. 우리가 확실하게 선택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마치 짬짜면같은 대답들의 출처가 똑똑한 물리학자들의 노력과 투쟁의 결과물이라는 점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뭐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건가? 그냥 인정하면 되는건가?
Q3. 왜 궁극적으로 답이 불가능해보이는 질문들에 답하려고 하는걸까?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아직 없다. 사는 건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좋은 삶을 살기 위해 정확한 생명의 정의가 필요한 것일까?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전부 헛소리, 말장난 같은 모호한 이야기같기도 하다. 사실 정확한 정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과연 무슨 소용일까?
난해하기 짝이 없는 5차 방정식 문제가 있다고 치자. 풀이는 모르지만 답이 -1이다. 정확한 답을 그저 안다고 그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풀이는 정답보다 더 의미를 갖는다. 그것이 질문과 시도의 의미이다. 왜냐하면 삶 자체가 답의 결과라기 보다는 과정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과정은 질문과 시도를 포함한다.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해도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그 내용에는 질문들과 시도들이 가득하다. 삶은 질문과 시도의 연속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들에 답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삶의 모습일지 모른다. <생명의 경계>는 우리가 아직 답하지 못한 질문 '생명은 무엇인가?'에 대한 시도들의 기록이다.
서문: 경계지대
ㆍ1900년데 초반만 해도 과학자들이 기껏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생명의 본질이 세포 속 젤리 비슷한 물질에 숨어 있다는 것이었다. 이 물질을 과학자들은 원형질이라 불렀다. 그 원리는 알 수 없으나 원형질은 세포를 살아 있는 존재로 조직하고 다음 세대로 전달되었다. 그것 말고는 확실한 것이 거의 없어서 온갖 개념들이 활개를 쳤다.
ㆍ'생명이란 생명인 것이다 Life is what IS.'
ㆍ생물학자에게 무언가가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를 물어보면 아주 어색한 대화로 이어지게 된다. 생물학자들은 이의를 제기하거나, 말을 더듬거나, 조금만 조사해봐도 궁색하게 무너져 버릴 조잡한 개념들을 제시할 것이다. 대부분의 생물학자는 매일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생명의 정의에 대해서는 별 생각을 하지 않는다.
ㆍ자연철학자들은 움직이는 물질로 이루어진 세상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대체 생명을 나머지 우주와 차별화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런 의문이 과학자들을 수많은 발견으로 이끌었지만, 어리석은 실수로도 이끌었다.
ㆍ1870년대에는 잠시 많은 과학자들이 해저 전체가 박동하는 원형질 층으로 덮여 있다고 믿었었다. 그로부터 150년 넘게 지난 지금은 생물학자들이 생명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고도 여전히 생명의 정의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다.
ㆍ우리가 생명 이론에 언제나 도달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살아생전에 가능하지 않을까.
1부. 태동
ㆍ제일 믿기 어려운 부분은 이 뉴런들이 자기 자신을 스스로 구축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 무오트리
ㆍ그것을 가지고 뭘 해야 하는지 알려면 먼저 이것이 대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 룬쇼프
ㆍ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생명을 판단하는 기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누군가 나더러 살아 있는 것이 맞느냐고 물어보면 맥박을 재 보거나 내 세포가 탄수화물을 제대로 분해하고 있는지 증명할 필요 없이 그냥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그것이 그냥 직관적으로 체험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ㆍ우리는 빨간색이나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는 것처럼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안다. - 홀데인
ㆍ살아 있음은 그냥 살아 있음이지 그것을 다른 어떤 것을 빌려 설명할 수는 없다. - 홀데인
ㆍ뇌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생명체를 알아보는 것이 더 큰 도전이다. 그 생명체의 몸은 우리 신경에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받아들이는 신호들 사이의 간극을 감각뉴런을 통해, 즉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을 통해 메워야 한다. 이렇게 생명체를 알아보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는 무의식적인 지름길을 사용한다. 그래서 살아 있는 생명체가 자신의 목적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용한다.
ㆍ인간의 정신을 해체해 보면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 사이의 구분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뉠 것이다. - 제임스 네르네
ㆍ유대교 학자들은 40일이 되기 전까지는 배아가 한낱 물에 불과 하다고 가르쳤다.
ㆍ생명의 시작은 다른 세상으로부터 떠나온 여행이다. - 벵 족
ㆍ생명은 신이 친히 내리는 선물이며, 모든 개인이 타고난 권리다. 그리고 법적으로 고려할 때 이 생명은 유아가 엄마의 자궁 안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순간에 시작된다. - 블랙스톤
ㆍ중세학자들은 자궁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거의 알지 못했다. 그들은 주로 성경, 아리스토텔레스, 배 속 태아의 발길질 같은 것에 의존해야 했다.
ㆍ생명은 수정과 함께 시작된다. 이것은 종교적 신념이 아니라 과학이다. - 벤 샤피로
ㆍ생명이 언제 시작되느냐라는 질문에 하나의 간단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의 경험으로 보면 생명에는 결코 시작이 없다. - 슈아 레더버그
ㆍ그럼 법을 만들 때 생물학자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생명이 언제 시작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무슨 목적으로 그 질문을 던졌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 슈아 레더버그
ㆍ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부분적으로는 우리 자신의 생명에 대한 자각으로부터, 또 부분적으로는 생명이 없는 물체와 생명이 있는 존재를 직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차이에 대한 이해로부터 비롯되는 측면도 있다. 바꿔 말하면 살아 있다는 것은 죽지 않은 것이다.
ㆍ생명은 기능의 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 기능을 통해 죽음에 저항한다. - 비샤
ㆍ산소호흡기가 은총이자 저주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장치는 수많은 목숨을 살려 주었지만, 어차피 죽을 사람의 죽음을 그저 질질 끄는 역할도 했다. 뇌가 크게 손상된 사람은 산소호흡기로 심장과 폐의 기능을 유지해 줄 수 있었지만, 뇌는 절대 회복하지 못했다.
ㆍ염분 균형은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 혈류로 분비해서 유지한다. 이 호르몬은 굉장히 약하므로 분비되고 난 후에 간신히 몇 분만 유지된다. 몸의 염분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시상하부가 바소프레신 수준을 감시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급해주어야 한다.
ㆍ산소호흡기가 공기를 불어 넣고 빼줄 수 있는 것은 딱 기관지 가지까지입니다.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해야 합니다.
ㆍ죽음은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고 있는 생물학적이고 비가역적인 사건이다. 모든 생명체에게 죽음은 자신의 총체성을 상실하는 것이다. 미생물은 단세포 내부의 통합을 상실하면 죽는다. 살아 있는 세균 세포와 사람 모두 결국에는 죽지만, 죽음이라는 사건에서는 현저한 차이를 보입니다. 인간의 경우 하나의 전체로서 생명체의 본질적 기능이 뇌에 의해 수행된다. 따라서 그런 기능을 영구적으로 상실하는 뇌사야말로 우리 종의 죽음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 버넷
2부. 생명의 전형적 특징
ㆍ우리가 만드는 연료는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인을 성분으로 만들어진 ATP라는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ㆍ지능은 생명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환경의 변화에 생명체가 목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반응하는 능력이 곧 지능이다.
ㆍ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메커니즘은 아무리 다양하다 할 지라도 그 목적은 오직 하나, 내부 환경 속에서 생명의 조건을 일정하게 보존하는 것이다. - 클로드 베르나르
ㆍ박쥐가 하늘 높이 머무를 수 있는 이유는 공중 버전의 항상성 덕분이다.
ㆍ"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려 했지만 없었습니다. 박쥐들이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수밖에요."
ㆍ"그저 늙고 추워져서 망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일부러 망가지고 있는 거예요."
ㆍ단풍나무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잎에서 안토시아닌이라는 붉은 색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 가을 색소는 엽록소를 겨울 저장소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몇 주 동안 잎을 태양의 손상으로부터 보호해 준다. 그리고 엽록소 이동이 마무리되면 그제야 단풍나무는 잎을 땅으로 떨군다.
ㆍ모든 종에서 번식의 핵심 원리는 동일하다. 새로운 세대의 유기체가 자기 선구자의 유전자 복사본을 갖고 태어나는 것이다.
ㆍ모든 생명체는 먹이를 대사하고, 적응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그것을 못하면 죽음이 기다린다.
ㆍ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는 40억 년간 펼쳐진 진화라는 과정의 산물이다. 처음 진화되어 나온 혈통은 세균과 다른 미생물 들이었다. 그리고 약 20억 년전에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가 합류했다. 아메바처럼 생긴 단세포 생명체가 미생물들을 사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세포는 크기가 훨씬 컸고, DNA를 세포핵이라는 작은 주머니 안에 담고 다녔다. 이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를 진핵세포라고 한다.
ㆍ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를 박테리오파지 혹은 간단히 파지 phage 라고 한다. 각 파지 균주는 세균의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에 달라붙을 수 있는 분자 고리를 가지고 있다. 일단 이 고리를 걸고 나면 미생물 속으로 침투해 그 안에서 새로운 파지를 만들 수 있다.
ㆍ생물학은 생명에 대한 시야를 넓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는 살아있음의 의미를 보여 주고, 수십억 년 생명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고, 세포 속의 미시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ㆍ생명들은 모두 결정을 내리고, 먹이를 에너지로 전환하고, 내부의 균형을 유지한다.
ㆍ근본적인 의미에서 어느 한 종에 해당하는 내용은 다른 모든 종에도 해당된다. 만약 모든 생명체가 어떤 전형적 특징을 공유한다면 생명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생물학자가 제일 먼저 답을 내놓아야 할 질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답은 나와 있지 않다. 어쩌면 궁극적으로 답이 불가능한 질문인지도 모르겠다.
3부. 일련의 어두운 질문들
ㆍ자연은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설명되어야 한다. - 트렘블리
ㆍ데카르트는 생명체 역시 움직이는 물질로 보게 됐다. 생명체도 시계와 비슷하게 함께 작동하는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데카르트는 동물의 몸을 구성하는 부품들도 그와 비슷하게 신경 내부에서 일어나는 작은 폭발에 의해 움직인다고 믿었다.
ㆍ생명은 육신을 이루는 물질, 즉 해부학, 화학, 그리고 액체의 혼합이 아니라 그것들의 상호의존성에 있다. - 슈탈
ㆍ보잘것없는 곤충 하나가 세상에 모습을 나타내더니 지금까지 우리가 바뀔 수 없는 자연의 질서라 믿었던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하여 철학자들은 두려움에 빠졌고, 시인들은 우리에게 죽음 자체가 흐릿해졌노라고 말했다. - 질 바쟁
ㆍ사람이 모두 살아 있는 이유는 이 유기분자로 만들어져 있고, 유기분자를 새로 조합해서 자신을 충실하게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ㆍ자연선택이 오랜 종을 새로운 종,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로 바꾸며, 모든 생물종은 그저 생명의 나무 위에 있는 가지 하나에 불과하다. - 다윈
ㆍ만약 진화 가설이 사실이라면 생명의 물질은 분명 생명 없는 물질로부터 나왔을 것이다. - 헉슬리
ㆍ생명이 특별한 이유는 하나 이상의 수준으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ㆍ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고, 그 갈망을 채워줄 것은 생기론으로 보였다. 생화학자들이 도달할 수 있는 영역 너머에 존재하는 생기 말이다.
ㆍ슈뢰딩거는 말했다. '생명체는 음의 엔트로피를 먹고 산다.' 엔트로피는 본질적으로 무질서도를 측정한 것이다. 원자와 분자들을 이리저리 부딪치면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엔트로피가 증가한다. 생명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끌고와서 내부에서 상승하는 엔트로피를 상쇄해야 한다. 그리고 생명은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게 전달함으로써 자신의 질서를 미래로 확장한다.
ㆍ화학을 물리학으로부터 예측할 수 없듯이, 생물학에도 화학으로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창발성이 존재한다. - 에클스
ㆍ그 계는 반드시 자신에 관한 명령은 직접적으로, 그리고 그 명령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장치는 간접적으로 모두 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유전 물질의 복제는 반드시 상당한 정확성을 갖추어야겠지만, 충실한 복제가 가능한 돌연변이가 낮은 비율로 반드시 일어나야 한다. 유전자와 그 산물은 반드시 상대적으로 가깝게 유지되어야 한다. 그 계는 열린계일 것이고, 반드시 연료가 공급되어야 하고, 어떤 식으로든 자유에너지도 공급되어야 한다.
4부. 경계지대로 돌아오다
ㆍ생명의 정의를 찾으려는 생물학자에게 바이러스는 아주 골칫거리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분명 생명의 전형적 특징 중 일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머지 특징은 결여되어 있다. 만약 바이러스가 버티비우스나 라디오브 같은 신기루로 밝혀졌다면 편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깊이 파고들수록 바이러스는 그 실체가 더욱 분명해졌다. 그리고 그 속성 또한 과학자들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ㆍ바이러스도 RNA를 유전자로 사용한다. RNA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입해 들어오면 그 유전자를 직접 단백질로 번역하게 된다. 바이러스는 이렇게 대단히 효율적인 방법으로 우리를 아프게 만들며 이득을 취한다.
ㆍ우리의 유전체 안에도 수만 개의 바이러스 조각이 들어있다. 모두 합치면 우리 DNA의 8% 정도다. 이 조각 중 일부는 유전자 그리고 다른 유전자를 켜고 끄는 스위치로 진화했다. 바이러스가 생명이 아니라면, 생명이 아닌 것이 이것저것 꿰매어 우리라는 존재를 만든 셈이다.
ㆍ생명은 그 어떤 특별한 속성으로 특정지어지는 것이 이나라 이런 속성들이 분명하고 구체적인 조합으로 특정 지어진다. - 오파린
ㆍ우리가 생명과 나머지 자연 현상을 나누는 경계선을 구분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 그런 경계선을 존재하지 않는다. - 스테판 레덕
ㆍ생명과 무생물 사이에는 아주 많은 것이 존재해요. 우주의 생명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냥 생명을 찾아내는 것 이상의 문제죠.
ㆍ생명이 무엇인지 합의할 수 없으니까 우리는 인공생명을 만들 수도 없습니다. 화성에서 생명체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생명이 대표하는 것이 무엇인지 합의할 수 없으니까요.
ㆍ자기가 찾으려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개념을 잡지도 못한 채 수행하는 실험은 결국 아무 논란도 해소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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