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근원: 인정받고 싶은 욕구
ㆍ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은 많은 고통을 겪는다. 삶의 기반을 흔들어 놓을 만큼 불행한 사건은 아니어도 소소한 일상 어디에나 괴로움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ㆍ사회적 조건은 고정 불변성을 지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나 자신의 힘에 의해 그리고 타인과의 합의를 통해 변경하거나 새롭게 형성할 수 있다.
ㆍ사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함 이상의 고통을 느끼는 것은 바로 사회적 조건이 지닌 구속성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모든 일이 전적으로 나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욕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욕구와 연관되어 있고 그래서 어느 누구에게나 타인으로 인해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겨나곤 한다.
ㆍ갈등과 고통을 완화시키기 위해 나의 욕구와 내가 지닌 욕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타인에게서 인정받는 것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ㆍ인정을 상대방에게서 얻어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고통은 사라지고 행복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ㆍ일생생황에서 나타나는 고통과 행복은 인정 욕구에 의해 좌우되므로 삶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면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인정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의 연속임을 알 수 있다.
ㆍ인간을 심각하게 좌절하도록 만드는 욕구는 다양하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 가장 중요한 근간은 무엇보다도 '인정에 의한 욕구'이다. 사람들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욕구를 인정받지 못할 때 고통을 느낀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고통을 수동적으로 감내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짜증나"를 연발하기도 하고, "나는 왜 되는 일이 없어"라고 한탄하거나, 자연스레 나오는 권위 내지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상대방이 나의 의지에 자발적으로 따르도록 만드는 경우도 있다.
ㆍ사람들은 타인에게서 자신의 욕구를 인정받지 못할 때 고통을 느낀다.
인간 욕구의 두 갈래: 자연적 욕구와 의식적 욕구
ㆍ인간이 욕구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가 자신에게 '결핍'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ㆍ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원할 때 일반적으로 이를 '욕구 need'라고 한다. 이에 비해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을 원할 때 이를 '욕망 desire'이라고 한다. 욕구는 인간에게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것이고, 욕망은 파생적이고 비본질적인 것이다.
ㆍ인간의 욕구는 크게 '자연적 욕구'와 '의식적 욕구'로 대별된다. 자연적 욕구는 그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지 않고, 일부러 의지를 발휘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일어나는 무의식적 욕구이다. 이에 반해 의식적 욕구는 인위적으로 의지를 발휘하고 자각적인 행위를 개입시키는 것이라서 비자연적 욕구라고 할 수 있다. 비자연적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연성을 넘어서는 삶의 조건과 사회적 조건이 필요하므로, 사회적 욕구라고 말할 수도 있다.
ㆍ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인정 욕구는 비자연적 욕구에 속한다.
ㆍ인간은 식욕을 아무리 충족시켜도 언젠가는 몸이 늙고 쇠약해지며, 결국에는 죽음에 이르게 된다. 죽음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 인간은 허망함과 유한성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극복 불가능한 운명으로 인해 갖게 되는 허망함과 유한성에 대한 자각은 다른 고통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이 속에서 인간은 치명적인 한계를 느끼고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한계 극복에 대한 욕구는 유한성을 극복하는 것이고, 그것은 곧 고통을 근절하기 위해 무한성과 영원성, 즉 불멸성을 갖고자 하는 욕구로 나타난다.
의식적 욕구에 대한 자각: 자연적 욕구에서 인정 욕구로
ㆍ인정 욕구를 지닌 인간은 자신이 이성적인 존재이며, 또한 자신을 스스로 반추해 볼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한 대상을 인식하고 대상에 대해 고찰하는 의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사물처럼 대상화시켜 바라보고 반성한다는 말이다.
ㆍ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엄성을 타인에게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인정받을 수 없는 이유: 인정할 수 없는 이유
ㆍ나의 특수한 욕구와 타인의 특수한 욕구가 서로 자기중심적으로 작동하고, 서로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면, 욕구들 간의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ㆍ시민사회는 자연적이고 이기적인 인간들이 사적이고 특수한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움직이는 사회이다. 시민사회의 개인에게 국가 공동체는 자연적 권리를 최대한 발휘하고 개인의 특수한 욕구와 자연적 의지를 최대한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외적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시민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이기적 욕구와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에 주안점을 둔다.
ㆍ시민사회에서 개인의 이기적이고 사적이며 특수한 욕구는 경제적 욕구로, 즉 자신의 경제적 이윤을 극대화하여 최대한의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욕구로 나타난다.
ㆍ각 개인들의 욕구는 각각 특수하고 개별적이며, 누구나 자신의 사적 욕구에 몰입한다.
인정의 지향점: 왜곡된 인정의 반환점
ㆍ나의 특수한 욕구와 타인의 특수한 욕구의 대립, 특수성과 특수성의 대립은 한 쪽의 특수성을 관철시키는 데로 귀착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의존 체계를 통한 보편성으이 실현을 근저로 삼고 있다.
인정을 위한 싸움의 전제: 자유와 자기의식
ㆍ자신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싸움을 통해 자유를 획득하고 타인에게서 인정받으려고 할 때 작용하는 '자유에 대한 자각'은 '자기의식에 대한 자각'과 같은 지평에 놓여있다. 인간이 참다운 정신성에 도달하는 것은 '자유'와 자유를 자각하는 '자기의식'을 정립함으로써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자신의 자기의식)의 자유가 박탈당하거나 타인(다른 자기의식)의 자유를 박탈하는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로 인한 고통도 끊임없이 생겨난다.
인정 투쟁: 자기의식의 고양 계기들을 거쳐
ㆍ노예는 생산물에 비추어서 자신의 자립성을 자각하고 자신의 가치와 주체성을 상기하게 된다. 노예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자립성을 각인시키면서 관계의 변화를 시도한다.
ㆍ금욕주의는 현실을 부정하는 태도이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은 존재를 대상의식적인 차원에서 파악하지 않고 자아로 시선을 전환하는 것이다.
ㆍ상호인정은, 내가 나 자신의 특수성을 지양하고 타인 속에서 자신을 직관함으로써 그리고 타인 또한 타인의 특수성을 지양하고 나 속에서 자신을 직관함으로써 '보편성'을 정립하는 것이다.
인정 욕구의 양상: 대등 욕구와 우월 욕구
ㆍ욕구들의 충돌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서 인정을 받으려면 자신이 지닌 계획과 의지와 생각이 전적으로 사적인 것이거나 그저 특수한 것으로 귀착해서는 안 된다. 타인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나의 욕구는 사적 측면을 극복하는 공적인 것이어야 하며, 궁극적으로 인간 삶에 투영되는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
ㆍ지배 욕구는 왜곡된 우월 욕구이다. 지배 욕구를 지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지배성을 인정받으려고 하며, 상대방이 순순히 인정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렇듯 지배 욕구가 나타나는 곳에서는 어디에서나 억압과 갈등과 폭력과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인정 실현의 논리적 귀결: 특수성이 살아있는 보편성
ㆍ인간의 욕구가 타인을 억압하고 지배하는 구조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려면, 상호 인정을 통해 보편성과 보편적 자기의식을 창출해야 한다.
현대를 관통하는 미해결의 인정 욕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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