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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에게 쓰는 편지

by mubnoos 2021. 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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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Jane

 

아빠야. 재인아. 건강하게 태어나고, 행복하게 자라줘서 항상 고맙다. 직접 만나서 얘기하면 좋겠지만, 네가 아직 말을 못해서 ㅜㅜ. 네가 주는 완벽함들이 아빠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는 것 같아 항상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아빠의 기억력은 완벽하지 않아서, 네가 알았으면 하는 것들을 글로 써보려고 해.  

 

 

첫 번째, 세상에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거야. 믿기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물리학자들이 이미 오래 전에 ‘우주에는 의미 같은 것은 없다’라는 것을 증명했단다. 마치 세상은 ‘액체괴물’ 같은 거지. 정확한 형태가 없고, 정해진 의미 같은 것도 없단다. 하지만 네가 만들고 싶은 모양대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단다. 그리고 그것들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네가 앞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유가 될 거야. 다시 말해서, 너는 그 어떤 것도 원할 수 있고, 너는 네가 원하는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존재란다.

 

네가 원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여행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꼭 해야 되는 일이라거나, 그래야만 한다거나, 안 되면 안 된다거나, 그런 종류의 것들은 세상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거야. - 예를 들어, 학교를 꼭 다녀야 한다거나, 친구랑 절대로 싸우면 안 된다거나, 심지어 부모님 말씀에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거나 - 좀 더 큰 의미에서 보면, 신이 존재 한다거나, 죽어서도 끈질기게 어딘가로 이어진다거나, 주어진 직업 같은 게 있다거나, 옳고 그른 것이 존재한다거나, 보편적인 삶의 의미가 존재한다거나. – 이 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거야.

 

네가 자유로운 사고를 할 만한 나이가 되었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아빠는 너에게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인지 말하지 않은 채,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하라고 격려해주고 싶어. 이것이 아빠가 딸에게 가장 원하는 거란다.

 

 

두 번째, ‘인간이란 정보 이상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점이야. 우리는 원숭이, 물고기, 더 멀리는 핵산으로 되어 있는 세포로부터 정보를 받아 진화했단다. 솔직히 아빠도 인정하기 쉽지는 않았다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아빠는 그저 너보다 좀 더 이른 시공간에 존재할 수 있었고, 너와 나는 비교적 동일한 정보를 함께 가지고, 동시간에 함께 존재할 수 있는 것이 거대한 감사의 이유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들은 DNA라는 유전정보, 그리고 가소성을 가지는 뇌의 정보, 쉽게 말하면, 네가 삶에서 바꿀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바꿀 수 없는 것들 또한,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뜻이야. 아빠 또한 너보다 앞선 시공간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뿐, 네가 상상 가능한 그런 종류의 슈퍼맨이거나 특별한 사람 또한 아니란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가 누구인지’, ‘네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위한 질문해야 한다는 점이야. 그리고 질문하고 대답하려면, ‘학습’을 해야만 한단다. 질문과 학습 없이, 삶에서 그 어떤 변화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네가 꼭 알았으면 좋겠다. 학습은 정보를 의미하고, 그것들이 너를 자유롭고, 흥미롭고, 행복한 삶으로 이끄는 열쇠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가치’라고 불러, 그리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변화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측정하고, 증명하려고 ‘돈’이라는 것이 사용된단다. 놀랍게도 그것들은 다른 것들과 교환도 할 수도 있단다. 사람들이 학습한 정보들은 기술로 이어지고, 거기서 만들어지는 변화들이 돈을 만들고, 그것이 네가 알았으면 하는, 세상을 움직이는 원리들 중 하나란다. 그것이 돈의 가치란다.

 

아빠가 자라면서 돈에 대해서 배웠던 것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면들에 대해서 더 많이 듣고 자랐던 거 같아. ‘돈은 중요한 게 아니다.’,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 이런 것들.. 하지만 아빠가 되고, 너와 함께 살면서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은 돈을 통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재인이와 함께 한 시간, 함께 할 시간 같은 것들은 물론, 돈으로 사기는 힘들겠지만, 돈은 건강과도 같아서 돈이 없으면, 현재의 시간들을 지속하기조차 어려워 질 수 밖에 깨닫게 되었단다. 돈이 없으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남에게 부탁하는 것만 남게 된단다. 돈은 힘이고, 자유를 의미한단다. 재인이는 아빠가 그 힘 너머의 자유를 가지는 삶을 가지기를 원한다.

 

쓰다 보니, 너에게 쓰는 편지가 아니라, 아빠 자신에게 쓰는 편지처럼 된 거 같다. 재인아, 행복하자^^

 

From Your Father, with lots of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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