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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의 융해

by mubnoos 2021.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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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밤중 강산에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가사가 차~암 좋네하고 생각을 하다가
느닷없이 밖으로 나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딱히 갈때가 없다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다 지난 일이야
후회하지 않는다면 소중하게 간직해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 때까지

 

3년이 넘는 한토막의 시간_ 정리하고자 처음부터 다시 돌아오고 싶었다
공항에서 처음 내려 택시를 타고 내린 Neil 기숙사부터– OSU - Olentangy Commons - Bethel Village - Harvard Square까지,

 

그러고보니 30분이면 충분한 거리에서 3년 이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대학원 마지막해 눈이 많이 왔다. 2층에 살고 있었는디 오래된 집이라서 그랬는지 눈이 지붕에 왕창 쌓이더니 녹아서 결국 천장을 뚫고 융해한 액체가 방안카펫으로 쏟아졌다. 지붕이 뚫리다니… 황당했다. 이 상태로 기화를 기대하기에는 졸업을 해도 안될거 같았다.
적어도 코가 건조하진 않았지만, 축축한 카펫이 방의 절반이상을 점점 삼켜버려 신속히 전기코드를 제거하고 물을 흡수하고자 두꺼운 이불을 몇장씩 덮는 액션에도 불구하고 물은 계속 떨어졌고 발 딛을 틈도 점점 줄어들어 여간 불편한게 아니였다.

 

이상한 점은 maintenance에 삼고초려 아무리 말해도 고쳐주질 않았다. 고치러 와도 임시방편 뿐이였고 눈이 멈쳐야 확실한 처리가 될거라고 했다. 인종차별과 폴리스맨을 들멱여도 전기코드를 재사용하기까진 거의 2달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뒤늦게 방의 상태를 확인한 룸메이트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증거사진을 마구 찍었다.
“ 형, 이거 도대체 언제부터 이랬어요? 그동안 어떻게 살았어요? ”
“ 하~안 한달 넘었어… 웬지 이거보다 더 후진 집에 가서 살수도 있을거 같아서… ”
그 기억이 났다. 그때도 아마 난 스스로 알고 있었던 거 같다, 아니 확실히 알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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