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뭐 하나 마음먹으면 지독하게 끝까지 하는 편이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아내와 별거가 길어지고 무뎌져 갈 때 즈음, 장인과 장모님은 나를 부르셨다. 그때도 나는 끝까지 내 주장을 했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난 '지독하게' 그랬다. 그런 나를 그분들은 받아주시려고 했다. 그리고 그분들의 꿈에 나의 아버지가 나오셔서 '그 얘 외로운 아이다.'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분들은 나의 아버지를 본 적도 없으신 분들이다. 죽으면 끝이다. 살아 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없다. 말도 안 되는 유령 같은 이야기다. 난 어리둥절했고 잠시 바닥을 멍하니 쳐다봤었다.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난 외로운건가?'
외로움. 글쎄 말하기도 싫은 그런 불필요하고 불편한 감정, 외롭다고 하면 진짜로 외로워진다. 누구나 다 외로운데 굳이 특별히 감상적인 척 하기는 싫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냐? 그 공허함 비슷한 외로움은 아주 평범하고 반복되는 일상의 공백을 비집고 갑자기 찾아온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담담하고 겸허한 감정, '난 외로운건가?' 난 지독하게 끝까지 외로운 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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