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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어떻게 죄가 되는가 / 맷 타이비

by mubnoos 2021. 6. 4.

 

서문

  • 우리는 입 밖에 내지는 않아도 내심으로는 어떤 권리를 누릴 자격이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없는지 계산하는 경우가 무척 많다. 법 아래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 기업 범죄 때문에 감옥에 간 고위 임원은 단 한 사람도 없다.
  • 수감자 통계상의 뚜렷한 편차 - 수감 인구의 상당한 비율이 가난한 사람이거나 유색인이거나, 혹은 가난한 유색인이다.

 

 

1장 뜻밖의 결과

  • 우리는 디스토피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 디스토피아에서 국가의 무도한 광기는 비밀주의나 검열주의가 아니라 불공정함이다. 우리 사회는 성공과 부만을 중시하고 실패와 가난을 멸시하면서 체계적으로 사람들을 승자와 패자로 양분시키고, 그 양분 작업을 가속시키는 일에 법원 등의 기구들을 동원하고 있다. 승자는 부를 움켜쥐고 법망을 빠져나간다. 패자는 가난뱅이가 되고 감옥에 갇힌다.
  • 그들은 정부의 강력한 후원 속에서 미국민들을 체포할 수 있는 계급과 체포할 수 없는 계급으로 가르는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2장 불심 검문

  • 유일한 처벌은 합의금이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돈이었다. 거액이긴 하지만, 살아 움직이는 인간에게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는 돈이었다. 그건 그 은행에 몸담고 있는 어느 개인의 사재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설사 개인적인 처벌이라고 해도 교도소 40일 수감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처벌이었다.
  • 경제가 대단히 복잡해셔서 법무부가 당장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기소를 하는 게 적절한 시점인지 아닌지 독자적으로 판단하기에 역부족이다, 그래서 법무부는 중요한 기업을 공격하기 전에 미리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에게 그런 조치를 취할 경우 경제가 타격을 입지 않을지 자문을 구해야 했다.
  •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해서는 상황이 전혀 딴판으로 돌아간다. 정부는 범법 행위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범죄자들에게 수감형을 배제한 가벼운 처분을 내릴 뿐 아니라, 여기 가담한 공무원들은 뻔뻔스런 얼굴로 자신들이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법률 집행에 실패한 것에 대해 변명하거나 사과하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증거를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징징대는 일도 없다.
  • 정부 공무원 중에 이 기업들의 임직원들을 한 명도 감옥에 보내지 못한 진짜 이유는 증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공개적으로 떠벌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우리는 아직도 증거 부족이 진짜 이유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 분 단위로 거액의 보수를 받으며 법정에서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소모전 전략을 써서 소송을 격퇴하는 업무를 진행하는 변호사 군단에 맞붙어 싸울 만한 자원을 규제하는 기관들은 가지고 있지 않다.

 

 


3장 길에 서 있으면 안 되는 사람

  • 수박 - 흑인을 비하할 때 쓰는 상징물
  • 1990년대 초에 경찰은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에 대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불심 검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쥐게 되었다. 심지어는 개인 소유의 아파트 건물 복도에서도 불심 검문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치안 자동화 시스템이었고, 이 시스템은 경관들에게 마치 기업형 어업에 종사하는 어부들마냥 도시의 모든 블록에 촘촘한 그물을 치고 동네 구석구석으로 파고들어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잡아들일 것을 강려했다. 
  • '일단 들어가면 계속 있어야 하고, 일단 빠져 나오면 들어갈 일이 없다.'
  • 채취된 DNA는 영구 보관되며, DNA 채취 비용 50달러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 핵심은 경찰 재량권 문제다. 경찰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트집을 잡아서 사람들을 체포할 수 있다.
  • 뉴욕 시 경찰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거리에서 목격자도 있는 상황에서 부당하게 체포되었다면 당신은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승소를 한다고 해도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 실제로는 승소라는 결과가 나온다 해도 개별 경관들에게는 그 사실조차 공지되지 않는다.
  • 앞으로도 불균형이 바로잡힐 가능성이 희박하다.

 


4장 사상 최대의 은행 강도 사건

  • 어떻게 하면 2천억 달러를 하룻밤만 빌려줄 상대를 찾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담보를 제공하면 그만이다. 리먼은 기업 채권과 기업 담보 대출을 비롯해서 수중에 지닌 모든 것을 한아름 끌어안고 체이스나 피델리티 들의 은행 문전에 그것을 모두 부려 놓고서 현금 수억 달러를 빌려 달라고 졸라 댄다. 평상시에는 똑같은 대출을 여러 번 되풀이해서 받을 수 있었지만, 필요한 현금 액수가 갈수록 커지면서 리먼은 윤리적 경계를 넘는 일에까지 앞뒤를 가리지 않고 손을 대게 되었다.
  • 리먼은 처음에는 자신이 내놓는 담보의 가치를 속이다가 나중에는 가짜 담보를 내놓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 놀라운 사실은 연준이 체이스에게 리먼의 불안한 재정 상태에 대해서 경고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때가 2008년 1월 초라는 점이다. 리먼은 리포 105를 동원해서 분식 회계를 하거나 국세청에 소득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허위 정보를 공개하거나 투자자들에게 대놓고 거짓말을 해왔지만, 규제 당국이 이를 문제 삼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정부는 팔짱을 끼고 앉아 파멸적인 리먼 사태가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좀비나 다름없는 이 은행이 주저앉는 순간까지 새로운 피해자들이 이 은행에 투자하는 상황을 방치했다.
  • 월스트리트 범죄는 일종의 신용 사기이고, 신용 사기는 형법 시스템의 표적에 포함된다. 월스트리트 범죄자들은 흔히 접하는 여느 사기꾼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사기꾼들은 희생자의 수치심과 죄책감을 이용해서 경찰 신고를 저지하는 수법을 쓰는데, 월스트리트 범죄자들은 금융 감독 기관의 치명적으로 부실한 지적 능력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여느 사기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 리먼 파산과 리보 사태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의 법 집행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다. 연준과 증권거래위원회 등의 핵심 감독 기관들은, 이 두 회사 내부에 무서운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도 1) 범죄 수사를 시작하지 않았고, 2)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정부는 다른 은행들에게 리먼 같은 기업들이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경고하거나, 리먼 파산으로 손실을 입은 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해서 국고를 투입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서민들은 언제나 봉이다. 사법 정의도, 구제 금융도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5장 무자격 이민자들의 시련

  • 이민자들은 일반 형사 사건으로 체포된 사람들처럼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한다. 돈을 주고 변호사를 고용할 권리는 있지만, 법률에 따라 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 이민 단속국 직원이 이민자 앞에 추방 명령 동의서를 내던지는 일상화된 절차의 귀착지는 추방이다. 물론 이의를 제기한다고 추방이란 결론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서류에 서명을 하면 이민 단속국 당국에 구금되는 시간이 최소화되고 추방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된다.
  • 무자격 이민자를 단순히 국경 밖으로 쫓아내는 것은 절대적 정치권력이 휘두르는 횡포다. 아무 권리도 주장할 수 없는 사람들이 눈앞에 있으면, 그 사람들로부터 최대한 많은 가치를 뽑아내는 방향으로 영리적인 사고방식이 갈수록 정교해진다. 그들로부터 돈을 빼앗아 가는 방법, 재산을 빼앗아 가는 방법, 돈도 없고 재산도 없는 사람에게는 시간과 노동을 빼앗아 가는 기발한 방법이 등장한다.
  • 반면에 미국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은 특정한 종류의 범죄들을 저지르는 경우에는 체포당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6장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

  • 헤지펀드는 한마디로 전문적인 투자 전략가들이 운용하는 거액의 종자돈이고, 거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개 헤지펀드는 일인 체제로 시작되고, 그 대표 주자는 월스트리트를 누비고 다니며 능란한 말솜씨로 갑부들을 설득해 종자돈을 거둬들인다. 헤지펀드를 실질적으로 규제하는 감시 기관, 혹은 헤지펀드의 거래를 감독하거나 헤지펀드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정부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 공매도 전문가들과 관련해서 명심해야 할 것은 이들은 금융계에서 합법적인 역할을 넘어서서 몹시 긴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주식 시장의 부정부패와 비효율성을 세계 최고 수준의 자금력을 동원해서 언론과 연방 정부의 규제 기관들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깊이 있게 연구한다. 이들이 정확한 연구 결과를 자주 내놓는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기여가 된다.

 


7장 잔챙이 사기범

  • 저소득층 임대 주택 단지에 사는 흑은인 부당한 가택 수색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는 법률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그냥 현실이 그렇게 돌아갈 뿐이다. 이런 조치에 어느 정도 타장성이 있다 해도 여기서 핵심은 피부색이 아니라 문화다. 막다른 길에 들어선 백인들도 권리 박탈의 덫을 피하기 어렵다. 빈부간의 소득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권리 뒤로 밀려나는 백인들의 수도 점점 늘어간다.
  • 새로운 진리는 공상과학 영화이자 디스토피아다. 공상과학 영화 속 세계에서 중요한 건 정의냐 불의냐가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다. 
  • 가난한 사람들은 늘 가장 혹독한 처지에 놓인다. 부자들은 늘 자신의 특권을 보호하기 위해 맹렬한 싸움을 벌인다. 미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 관료제는 어느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관료제가 우리를 통제한다. 기업들이 맹목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조직인 것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우리의 정치 생활을 틀어쥔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공공 관료제와 민간 관료제는 사회적 불평등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거대 조직이다.
  • 관료제는 자동적으로 또한 조직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가난에 묶어 두고 중류층에게서 돈을 뽑아내 상류층에게 넘겨준다.
  • 새로운 기업형 디스토피아에서는 궁핍, 특히 경제적 궁핍이 원죄다. 미국인들은 변태적인 성욕을 감추듯이 경제적 궁핍을 감추려 한다. 왜 그럴까? 궁핍과 권리 사이에는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궁핍이 심해질수록 빚은 점점 늘어나고 권리는 점점 줄어든다.
  • 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관료주의적 사고를 해야한다. 이것은 현대 미국 경제를 관통하는 강력한 원칙이다. 개인, 더구나 돈이 넉넉하지 않은 개인은 이런 면에서 애당초 불리하다. 따라서 질 수 밖에 없다. 어떤 분야든 일단 관료제에 빨려들면 그걸로 끝장이다.
  • 사기죄로 걸려들지 않으려면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된다. 간단한 명제다.
  • 현재 제도하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업무는 부정 수급 조사 업무뿐이다.

 


8장 큰 사기범

  • 체이스는 엄청난 규모의 사기와 악성 자산을 치마 자락 아래 계속 묻어 둠으로써 금융계의 시한폭탄이 터지는 걸 막았다.
  • 은행들은 대규모 단위로, 그것도 드러내 놓고 사기 행각을 벌인다. 이 일을 담당하는 독립 부서를 만들어 놓고 직원들을 고용해서 몇 년이고 그 일에만 매달리게 한다.

 


9장 부수적 결과

  • 오바마는 금융 위기 이후로 월스트리트가 끊임없이 쏟아 냈던 핵심 주장을 앵무새처럼 옮기고 있을 뿐이다. 금융 위기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추문에 연루되었던 고위 임원들은 자신들의 행동은 결코 위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이 주장이 현실적인 측면에서 부당하다는 건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다.
  •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빈부 격차가 벌어질수록, 법 집행 기관들이 대형 기업들에 대해 부수적 결과를 고려하여 수감형 또는 사회 봉사형을 선고할 여지는 줄어들고, 갈수록 평창하는 저소득층 서민들에 대해 수감형 또는 사회 봉사형을 선고할 여지는 늘어 간다는 것이다. 
  • 거액의 합의금을 마련할 수 있는 다국적 대기업 조직 내에서 부정을 저지른 개인에 대한 처우와, 복지 급여나 실업 급여를 부정한 방법으로 타내는 돈 없는 서민에 대한 처우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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