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에게 배우는 논리의 모든 것
생각의 기술은 하나같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구속되는 일을 줄인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생각의 기술은 떠오르는 착상과 생각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 모으고 판단력의 날을 날카롭게 벼르도록 도와준다. 바로 거기에 생각의 기술이 갖는 해방의 힘이 있다. 생각의 기술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도구인 것이다. 13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다. “조금만 바라면 되지.” 33
헤겔 또한 임종에 이르렀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를 이해한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그는 짜증스럽게 덧붙였다. “그런데 그 역시 나를 이해하진 못했다.” 42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 1707-1783는 ‘독일의 공주께 바치는 편지’에서 진리의 종류를 다음과 같이 구분한 바 있다.
1. 우리 스스로 지각했기 때문에 믿는 것들,
2. 스스로 궁리하여 추론해냈기 때문에 믿는 것들,
3.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이야기해주었기 때문에 믿는 것들. 65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되면 자기가 기르는 개 말고는 더 이상 아무것도 믿지 않고 더 이상 아무것도 따르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66
‘종교가 민중의 아편’이라는 말, ‘노동자는 쇠사슬 밖에 달리 잃을 게 없다’는 말, ‘전 세계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같은 말은 카를 마르크스의 입에서 나온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두 다른 사람들이 먼저 한 말들이다. 종교와 관련한 말은 시인 노발리스, 쇠사슬과 관계된 말은 프랑스 혁명 주의자 장 폴 마라, 마지막 인용은 카를 마르크스의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투쟁동지 카를 샤퍼가 했던 말이다. 68
임마누엘 칸트 – “용기를 내어 네 스스로의 이성을 사용하라 Supere Aude” 76
현상학의 모토는 ‘사태 자체로!’였다. 현상학자들은 사태를 설명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냈는데, 그 문화는 천편일률적인 철학과 기분 좋게 구분된다. 후설의 제자들은 거의 광적일 정도의 열성으로 온갖 감정과 생각의 흐름 혹은 감각으로 느껴 아는 지각현상들에 대해 정확하고 꼼꼼하게 설명했다. 83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 90
실천이성의 영역에서 나온 칸트의 정언명령. “네 의지의 준칙들이 항상 보편적 입법의 원리에 들어맞을 수 있도록 그렇게 행동하라.” 91
독일에서는 자무엘 요한 에른스트 슈토시가 지라르를 모범으로 삼았다. 슈토시는 1770년 ‘독일어에서 똑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들의 올바른 규명시도’라는 책을 발표했다. 연구활동을 하면서 슈토시는 실제로 뜻이 똑같은 낱말들이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이후로는 ‘뜻이 비슷한 낱말들’이란 말만 썼다 107
비유는 유추, 은유, 직유, 풍유 등으로 나뉜다. 직유에서는 이야기에 무게가 실린다. 유추는 차분하게 가라앉힌 비유로, 이야기의 매력보다는 논리적. 구조를 중시 한다. 풍유는 특별한 코드에 따라 구성되는 비유로, 논리적 전개가 필요한 논쟁보다는 오히려 예술과 문학에서 많이 쓰인다. 마지막으로 은유는 다른 것을 대신하는 말이다. 131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책을 읽는 노동자의 궁금증’이란 희곡에서 그런 방법을 멋지게 써먹고 있다. “젊은 알렉산더가 인도를 정복했다. 그 사람 혼자서? 카이사르가 갈리아 사람들을 물리쳤다. 그래도 요리사 한 명 정도는 데려가지 않았을까?” 140
학자들에 대한 정치가의 관계란, 가로등에 대한 술 취한 사람의 관계와 같습니다. 기댈 곳을 찾은 거지 빛을 구한 게 아니죠. 141
독특한 인식은 애초 타고나는 것이지 경험을 통해 배워 익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라이프니츠의 생각이다. 경험론자들은 그런 인식이 있다는 걸 부정하면서 모든 지식이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142
사람들에겐 책을 읽으면서 내용을 더 잘 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들이 있다. 어떤 이들은 연필로 밑줄을 긋고 책 가장자리에 메모를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형광펜 같은 걸로 표시를 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필요한 부분들을 발췌해서 따로 적어두는 사람들도 있다. 이 방법은 책 그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다. 148
취리히의 만물박사 콘라트 게스너가 메모상자를 고안해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중요하고 쓸모 있을 거라 생각되는 모든 것을 한쪽 면만 쓸 수 있는 질 좋은 종이에 적어라!’라고 충고한다. 150
아리스토텔레스의 삼단논법은 네 가지 종류의 판단진술을 다루는데, 그 넷은 보편적 긍정의 진술, 보편적 부정의 진술, 부분적 긍정의 진술 그리고 부분적 부정의 진술을 말한다. 이 진술들을 조합하게 되면 4의 4승, 그러니까 256가지의 서로 다른 조합의 가능성이 생긴다. 177
언제 결론 추론이 되고 언제 그렇지 않은지 손쉽게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규칙 몇 가지.
1. 두 개의 부정적 전제로부터는 결론을 추론해 낼 수 없다. 갈리아 사람이 로마사람이 아니고, 켈트족 사람 역시 로마사람이 아니라는 말에서 어떤 결론을 추론해낼 수 있는가? 도대체 갈리아 사람이 켈트족 사람이란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주어진 정보만 가지고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
2. 두 개의 부분진술로부터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이를테면 개들 중에는 떠돌이들도 있다는 말과 개들 중에는 벼룩이 잇는 것들도 잇다는 말이 있을 때, 이 두 개의 정보로부터 믿을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 떠돌이 개들에게는 벼룩이 있다는 말도 얼마든지 가능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필연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그처럼 직접적, 필연적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일말의 타당성을 갖는 말이 세 개 더 있다.
3. 전제 중의 하나가 부정적이라면 결론 역시 부정적이어야만 한다.
4. 전제 중 하나가 부분적이라면, 결론 역시 부분적이어야만 한다.
5. 두 개의 전제가 모두 긍정적이라면 결론 역시 마찬가지다. 주의해야 할 것은, 두 개의 전제가 모두 보편적이라 하여 그것이 반드시 보편적 결론으로 이어 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177-178
쇼펜하우어는 칸트의 정언 명령이 ‘얼간이의 방석’처럼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지 않는 바보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190
웃음은 손쉽게 공범자들을 만들어준다. 무얼 보고 웃든지 함께 웃는다는 건 어쨌든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웃음을 바람막이 삼아 사람을 몰아세우는 기술이 그렇듯 애용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198
나치 시대에 유대인 이웃 한 명을 숨겨주고 있던 어떤 남자의 집에 비밀경찰 게슈타포가 찾아왔다. 그는 거짓말을 해서 유대인을 구해야 할까? 결국 모두들 거짓말을 하는 쪽이 더 도덕적이라고 결정했다. 210
세상에 더 좋아질 수 없을 만큼 좋은 것은 없다! 215
만물의 법칙, 혹은 우주의 공식이란 것 역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 공식 자체마저 그 공식 자체 안에 담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17
가시 없는 장미는 없다고 사람들은 화를 내지만 가시만 많고 장미는 없다면 그 화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리. 231
델피 신전의 입구에 걸려있던 경구. “너 자신을 알라!” 272
존재하는 모든 것엔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충분한 이유가 하나씩 있다. 존재하는 것의 존재이유를 말하는 이 인상적인 말을 일컬어 충분한 이유의 법칙, 줄여서 ‘충족이유율(혹은 근거율)’이라고 한다. 287
바나나는 왜 꼬부라져 있는가-아리스토텔레스의 네 가지 방식
- 바나나들이 모두 햇빛을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목적의 원인으로 그 원인이 미래에 있다.(목적인)
- 바나나 껍질에 섬유소가 있는데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움직이게 만드는 혹은 효력을 드러내게 하는 원인.(동력인)
- 그렇게 꼬부라지도록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이다. 애초 그런 모양이라 하여 형상의 원인이라 한다.(형상인)
- 온갖 여건들이 그렇게 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어딘가 좀 혼란스런 원인들이다.(질료인) 288
성공의 아버지는 많아도 실패는 언제나 고아이다. 290
생물의 진화가 외적 원인들, 즉 환경의 영향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유기체의 구조적 원리 자체에 의해 일정한 방향으로 일어날 수 있다. 하나의 원인이 유일하게 옳다고 주장할 때 그 반대 원인이 성립하지 않을까 늘 궁리해야 한다. 298
-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할 것
- 논리적인 규칙을 어기지 말 것
- 생각의 실험을 시도할 것
- 정확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기를 것
- 증거를 제시할 것
- 원인을 찾는 일에 부지런할 것
- 권위에 의존하지 말 것
- 그릇된 맥락에 빠지지 말 것
- 인용과 비유와 대조, 그리고 패러디를 적절히 사용할 것
- 조합의 방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
- 자료를 열심히 수집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일 것
- 상대의 논점에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예민하게 감지할 것
- 서두르지 말고 생각의 결실을 기다릴 것
기존의 생각과는 다른 새로운 생각에 이르는 길
- 동일한 사태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볼 것
- 상투적인 관점과는 다른 관점의 가능성을 열거해 볼 것
- 새로운 본보기를 통하여 기존의 정의에서 불충분한 점을 찾아 낼 것
- 기존의 용어나 개념을 새롭게 연결시켜볼 것
- 사태를 뒤집어서 반대로 생각해볼 것
mubno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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