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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시간

by mubnoos 2021. 1. 26.

 127 hours: 그랜드캐년을 자유로이 홀로 암벽하던 앨런, 돌에 팔이 끼어 몸이 움직일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오른팔을 자르고 자유의 몸이 되어 다시 산을 탐험하다.

 

Danny Boyle: Shallow Grave, Trainspotting, The Beach, 28 Days Later, Millions, Sunshine, Slumdog Millionaire and 127 Hours

 

Danny Boyle은 Mirror-ball처럼 스타일리쉬하고 예측불허이다. 그의 스펙트럼은 미러볼에 반사되는 빛처럼 넓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항상 새롭고 근본적인 질문들을 머금고 있다. Irish 핏줄이라서 그런지 헐리웃 영화들과는 분명히 무엇인가가 차별되는 색깔을 가지고 있어서 마음에 든다. 영화들을 보다 보면 모든 것들을 기존의 있는 상태에서 재조절하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백지)에서 하나씩 새롭게 셋업하는 것이 분명하며, 소품하나하나 신경쓰고 선택하는 것이 분명하다. (영화 내내 Suunto Vector Yellow는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이에 맞지 않게 감각적인 OST의 선택, 희극과 비극을 맞물리는 장기, 스토리의 신속한 진행, 역동적인 카메라무브, 깔끔한 전체로써의 하나의 작품으로써 사실성과 통일성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배우들을 2,3편씩 연달아 이어 사용하고 연결하는 것은 작품의 집중력과 커뮤니케이션을 수월화하기 위함인듯 보인다.

 

Danny Boyle은 원래 신학생으로써의 삶을 어려서부터 선택했지만, 마치 유리알유희의 요제프처럼 쫓겨난 그의 영화에서 그의 신앙이 스며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앨런에게 팔을 하나를 잃어도, 혼자서라도 산을 자유로이 뛰어다는 것……부러울정도로 자유로워 보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내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서라도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런 것이 있기는 하는가? 거침없이 자유로이 뛰어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구덩이에 손이 낀 채로 혼자 갇히게 되더라도.

 

아무리 힘으로 팔을 빼서 움직이고 싶어서 화를 내고 돌을 움직이려 해봐도 팔을 누르고 있던 돌은 움직이지 않았고, 점점 더 아프고 고통스러웠다. 더 큰 분노로 그 돌을 움직이려 하지만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버틸 수 있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봐도 결국 궁극적으로 자유로이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들, 싫어하던 사람들, 나를 아는 사람들,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

 

거대해 보였지만 정작 아무것도 아니였던 일들, 쓸데없이 집착했던 사소하고 작은 삶의 조각들, 억울함과 분노에도 복수를 삼켜야 했던 순간들, 행복했다고 깨닫지 못하고, 날려버린 시간들.

 

어짜피 혼자 해야 하지만, 혼자하기 불가능한 일들.

 

결국 인정하기 싫지만, 자유에는 희생이 따른다. 내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바꾸고 상황과 조건들을 바꾸려고 하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갇혀 분노하더라도 세상과 사람들은 그 ‘보통’이라는 공간과 시간에 동일하게 존재한다. 팔을 자르기 않는 이상 누르고 있는 돌을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힘든 시간인가. 잘린 팔, 흐르는 피를 흘리며 홀로 자유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짜피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겸손의 이유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나 자신을 바꾸는 것.

더 값진 것을 위해서는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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