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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운전하다

by mubnoos 2021. 1. 26.

늦은 밤의 도로는 어둡다. 지겹게 이어지던 옥수수 밭도 이젠 안 보인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장거리 운전이다. 노선은 Columbus,OH에서 Kansas City를 경유하고, 목적지는 Dallas, TX이다.

피로감에 눈을 비비고 자세를 고친다.

가스와 속도를 확인한다. 볼륨을 높인다.

창문을 내린다. 창문 틈 사이로 속도감 있는 바람들이 발작한다

헤드라이트는 어두운 공간을 밝게 칠하고, 깨운다.

충분히 위험할 만큼 속도를 낸다.

 

길은 끝이 없어 보인다. 정해진 곳을 가려면 아무리 속도를 낸다 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을 충실하게 제자리를 지켜야 한다.
_거리*시간_고전 물리학이다.

 

주변이 어두워 다른 것들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자동차는 어두운 공간에서 유일하게 빛을 내고 있는 듯 존재한다. 자동차가 앞으로 가는 건지, 도로가 뒤로 끌려 가는 건지, 마치 정지해 있는 거 같기도 하다.
_위치와 운동량, 에너지와 시간_ 불확정성의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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