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쓰기

벌거숭이 임금님

by mubnoos 2021. 1. 20.

예전의 마크제이콥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가 커다란 보드에 수많은 이미지의 사진들을 무작위로 붙여놓고, 그 보드를 멍하니 바라보며 영감을 얻는 것을 본적이 있다.

아무것도 없는 날은 유독 의지적 선택과 시간관리가 주요하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예술작품의 이미지들을 다운받았다.

전세계화가의 그림폴더, MOMA Collection, 일러스트, 사진 등을 합법적으로 다운받아 한 개의 폴더에 전부 모았다. 단순해 보이지만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사진파일만 20기가바이트니 그야말로 방대하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실제의 사이즈와 질감들이 아쉬웠다.

(체육에 비교해보면 압도적으로) 미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의례 세계의 명화라는 것을 보고 평을 보면서, 항상 조각적이고 누군가의 적잖은 가이드라인이 주는 왜곡감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다. 예술이라는 형태만으로 의미없이 파괴적이거나, 기형적인 행위예술에까지 표를 던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동화에 비유하자면 임금님은 좋지만, 임금님이 어떤 것을 입고 있는지 밝히고 싶은 그런 욕구와 비슷하다. 다시말해 아무리 데미안 허스트여도 아닌건 아닌거다. 미술을 공부한 적도 없기 때문에, 벌거벗은 임금님에서 꼬마숙녀정도 된다고 보면 적당하겠다. 마치 이력서의 지원자들의 사진을 보는 인사관리자의 자세로 기준은 나 자신이다. 참 자유롭다. 그림은 손으로 그리는 것이 아닌 눈으로 그리는 것이라는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의 말이 떠올랐지만, 어두운 영화관에서 손을 잠시도 쉬지 않는 남친처럼 정력적이고 조직적으로 집중했다.

'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인에게 쓰는 편지  (0) 2021.01.26
홍욱표 실장에게 쓰는 편지  (0) 2021.01.26
글쓰기  (0) 2021.01.20
직업  (0) 2021.01.20
시에라리온 텐트  (0) 2021.01.20